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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손님 만들고 싶으면 잘 듣기 훈련부터

중앙일보 2018.06.30 13:00
[더,오래] 이효찬의 서빙신공(1)

사람들은 ‘서빙’을 가볍게 여긴다. 프랑스어 사전에는 서빙을 ‘남을 돕다’‘추진하다’‘봉사하다’와 같이 긍정적으로 정의하지만 한국에서는 ‘음식점이나 카페 따위에서 손님의 시중을 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서빙에 긍정적인 옷을 입히기 위해 ‘서빙신공’을 만들었다. 이 서빙신공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의 인식도 바뀌고 팁 문화도 생기길 바란다. 동료의 마음을 얻으면 진짜 파트너가 돼 주고, 손님의 마음을 얻으면 단골이 된다. 마음을 훔치는 진짜 서빙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고객의 항의는 요식업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대처하는 서버의 자세에 달려있다. [사진 freepik]

고객의 항의는 요식업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대처하는 서버의 자세에 달려있다. [사진 freepik]

 
식당에서 손님의 음식을 바꿔주거나 환불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아두자. 친절과 맛은 상대적이면서 사람의 일이기 때문이다. 맛 또한 늘 동일하게 유지할 수 없다. 고객의 항의는 요식업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고객의 항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대처하는 서버의 자세에 달려있다. 그 우선순위는 3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고객의 감정부터 공감하는 것, 두 번째는 고객의 컴플레인에 대처하는 것, 세 번째는 앞으로 비슷한 경우의 수를 미리 고민해 보는 것이다.
 
역순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세 번째가 서버의 장점이자 자랑 중 하나다. 서버는 사장보다 가게의 실무에 있어 더 큰 힘을 갖고 있다. 어떤 회사든 고객의 소리 혹은 니즈(needs)가 중요하다. 서버는 그것을 직접적 느끼기 때문에 고객을 대변하는 것과 같다. 
 
고객의 소리를 무시하는 회사는 지속할 수 없다. 단 서버는 주관을 배제하고 사실만을 말해야 한다. 그럴 경우 그 공간 안에서만큼은 직급을 넘어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상대방 말에 귀 기울여 마음을 얻는 ‘이청득심법’
이청득심(以聽得心)은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 마음을 얻는 것이다. 이 말은 사실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이다. 우선 이야기를 ‘잘 듣는다’는 말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 보자. ‘듣다’를 사전적 용어로만 해석하면 그냥 귀로 듣는 것이지만, 서버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손님이 가끔 ‘진짜 제 말을 들어주실 줄 몰랐어요’라는 말을 한다. 그냥 듣는 행위만으로는 들을 수 없는 말이다. 서버에게 듣기란 상대방의 이야기를 좋은 몸짓과 태도로 들으며 중간중간 공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있어야 좋은 듣기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럴 때 손님은 자신의 이야기가 잘 전달됐다고 느낀다.
 
'이청득심'은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 마음을 얻는 것이다. 서버에게 듣기란 상대방의 이야기를 좋은 몸짓과 태도로 들으며 중간중간 공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중앙포토]

'이청득심'은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 마음을 얻는 것이다. 서버에게 듣기란 상대방의 이야기를 좋은 몸짓과 태도로 들으며 중간중간 공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중앙포토]

 
예를 들어보자. 손님이 주문했지만 실제로 주방에 주문이 들어가지 않고 시간이 지체됐다면 손님의 항의가 다소 거칠 수밖에 없다. 그때 일반적으로 ‘지금 하는 중이니 금방 나갈 거예요’라고 대처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테이블에 음식이 나가기 전까지는 시선은커녕 근처에도 가려 하지 않는다.
 
손님의 속을 부글부글 끓여놓은 채 산해진미를 준다 한들 어떤 의미가 있을까? 또 서버는 그 고객의 눈치를 보느라 자신의 감정조절을 놓치게 될 것이다. 서버의 핵심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고 필터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고객의 항의에 대처하는 것은 상대방은 물론 본인의 하루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강조하건대 ‘서빙신공’은 스스로를 위한 신공이다. 그렇기에 본인의 삶, 본인의 하루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해야만 한다.

 
고객의 문장·단어를 반복하며 추임새 넣어라  
첫 번째는 고객의 감정을 공감하는 것이다. 손님의 문장과 단어를 비슷하게 반복해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이 좋다.
 
손님: 저기요. 주문을 저희가 먼저 했는데 저쪽 먼저 음식이 나왔는데요.
서버: 아, 정말요 음식이 저쪽 먼저 나왔나요?
손님: 대체 뭐에요. 이렇게 기다리게 하고.
서버: 아, 이렇게 기다리실 줄이야 죄송합니다.
손님: 어떻게 좀 해주세요.
서버: 네 알겠습니다. 어떻게든 해봐야죠. 우선 주방에 가서 확인해봐도 될까요?
 
서버에게 중요한 것은 동료와 고객의 마음을 함께 살피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서버에게 중요한 것은 동료와 고객의 마음을 함께 살피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이때 제시의 기술이 필요하다. 제시의 기술은 고객이 선택과 주도권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말의 테두리를 갖춰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서버
: 한번 주방을 확인해 볼까요?/ 자리를 옮겨드려 볼까요? / 점장님에게 여쭤봐도 될까요?
 
상대방의 말을 따라 하다 보면 그들의 생각이나 원하는 바를 계속해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또 손님은 자신의 이야기가 잘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인지하게 된다.
 
두 번째 행동의 핵심은 동료와 고객의 마음을 함께 살피는 것이다.

서버
: 주방장님 저쪽 테이블에서 음식이 안 나갔더라고요. 손님이 기다려줄 테니 대신 더 맛있게 해달랍니다.
 
어차피 일이 벌어진 것이라면 하루 내내 같이 일하는 동료의 마음도 지켜줘야 한다. 음식이 나가지 않은 점만 제외하고는 동료의 기분도 헤아려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손님이 주방까지 찾아오는 경우는 없다. 그러니 기왕이면 기분 좋게 전달하자.

서버
: 손님, 주방장에게 아주 그냥 혼쭐나도록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손님 음식부터 더 맛있고 빠르게 준비하라고 엄포를 해놨으니 살짝만 기다려주시면 어떨까요?
 
여기서 대부분의 손님은 받아들이게 된다. 그때 다시 한번 손님을 찾아가 서비스로 사이다를 놓고 간다면 모든 것은 사이다틱하게 마무리될 것이다. 계산하고 나갈 때도 놓치지 않고 배웅한다면 손님은 당신의 단골이 될 것이다. 기억하자. 식당도 단골손님을 만들고 싶어하지만 손님도 단골 가게를 만들고 싶어한다.


상대방의 표정·분위기도 닮아야  
이청득심을 잘하는 사람은 경청하고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일러스트=심수휘]

이청득심을 잘하는 사람은 경청하고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일러스트=심수휘]

 
아울러 이청득심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말만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표정이나 분위기도 닮아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가볍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가볍게 받아주는 것이 옳다. 
 
만약 이것이 반대로 되어버리면 진지한 사람은 장난하냐고 더 화를 낼 것이고, 가볍게 말한 사람은 상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행여 환불해줄지라도 가게의 상황에 맞춰 기꺼이 행동해야 한다. 6개월 뒤 가게의 소문은 당신의 몸짓과 태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서버는 가게의 얼굴이다.
 
이청득심을 잘하는 사람은 경청하고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다. 잊지 말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대화해도 위태롭지 않다. 첫 시작은 경청으로 시작되는 것임을 잊지 말자. 
 
스타서버 이효찬 starserving@eunha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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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찬 이효찬 스타서버 필진

[이효찬의 서빙신공] 사람들은 서빙을 가볍게 여긴다. 프랑스어 사전에서는 서빙을 ‘남을 돕다, 추진하다, 봉사하다’와 같은 긍정적인 정의가 나오지만 한국에서는 ‘음식점이나 카페 따위에서 손님의 시중을 드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서빙신공’을 만들었다. 이 서빙신공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고 팁 문화도 생기길 바란다. 동료의 마음을 얻으면 진짜 파트너가 되어 주고, 손님의 마음을 얻으면 단골이 된다. 마음을 훔치는 진짜 서빙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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