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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생각난다, 감칠맛 가득 튀김

중앙선데이 2018.06.30 02:00 590호 28면 지면보기
이지민의 “오늘 한 잔 어때요?” <54> 압구정동 ‘우마텐EL’
장마다. 비가 오면 기름진 음식 생각이 많이 난다. 식욕이 증가하고, 탄수화물을 찾는 경향이 강해진다. 과학적으로는 체내 호르몬 분비 변화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타닥타닥.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는 이런 생각을 더욱 간절하게 한다. 기름에 닿은 반죽이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 같다고나 할까. 오늘은 이런 갈증을 해소해줄 만한 곳을 소개한다. 옥호는 ‘우마텐EL’. 텐동 요리에 바가 접목된 곳이다.  
 
우마텐은 ‘맛있다’ ‘감칠맛 나는’이란 뜻의 ‘우마미(うまみㆍ旨味)’와 일본식 튀김덮밥을 뜻하는 ‘텐동’을 합친 이름이다. ‘감칠맛 나는 텐동’이라는 뜻이다. 현재 2개 점이 운영되고 있다. 텐동 전문인 1호점은 도산공원 사거리에 있다. 지난 4월 오픈한 2호점은 압구정 로데오역 근처다. 컨셉트는 1호점과 다르다. 텐동을 기반으로 한 일식 요리에 라운지 바를 결합했다.  
 
이곳은 다양한 바에서 경력을 쌓은 장군성 대표(40)와 호주 르꼬르동 블루 출신의 임형일 셰프(31)가 함께 만들어낸 공간이다. ‘우마텐EL’의 ‘EL’은 장 대표가 압구정 로데오에서 9년간 운영해온 칵테일바 ‘엔터라운지’의 약자다. 지인을 통해 바를 찾은 임 셰프와의 인연이 지금의 우마텐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2호점은 1호점과는 달리 바, 라운지의 컨셉트가 인테리어에 고스란히 담겼다.  
 
많은 요리 중 텐동을 전문으로 선택한 이유를 셰프에게 물었다. “튀김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 한끼 식사를 간편하면서도 든든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가 텐동입니다. 서울에는 전문집이 많지 않죠. 현지의 맛을 한국에서 제대로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텐동을 즐기기 위해서는 텐푸라와 텐동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튀김 요리를 텐푸라(天ぷら)라 하고, 텐푸라를 밥 위에 올린 뒤 소스를 뿌려낸 것이 텐동입니다. 텐푸라는 원재료의 식감을 살리는데 집중하기에 반죽을 굉장히 얇게 입히죠. 하지만 밥과 함께 먹어야 하고 소스를 올려내야 하는 텐동은 튀김 옷이 너무 얇으면 녹아버립니다. 밥의 뜨거운 열기 때문인데요. 얇고 힘이 없는 반죽은 튀김옷이 떨어져 나갑니다. 튀김과 반죽물, 소스, 밥. 이 네 가지가 잘 어우러지도록 두툼한 반죽, 녹진함을 만들어 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반죽물. 콩가루를 비롯한 각종 곡물을 특제 비율로 섞어 만들고 여기 탄산수를 넣는데, 미리 만들어놓으면 탄산이 빠지면서 튀김 맛이 달라진다. 해서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꼭 식사 전에 만들고, 당일 내 모두 소진한다.  
 
“일반적으로 튀김은 기름지고 소화가 잘 되지 않습니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도 많죠. 그래서 소화를 도와주는 콩가루 등 비법 곡물 가루를 반죽물에 다양하게 넣고 있습니다. 내장에 쌓이는 글루텐을 최대한 몸 밖으로 배출하고 소화를 도울 수 있게 하기 위함이죠. 이런 과정을 통해 완성된 텐동은 과자나 크래커처럼 바삭한 식감이 아닌 녹진한 맛이 주를 이룹니다. 양념치킨의 꾸덕꾸덕하게 씹히는 질감을 표현해내려고 했다고나 할까요?”  
 
설명을 한참 듣다 보니 식욕이 샘솟았다. 심지어 이곳은 바까지 결합된 곳이니 주류 전문성도 갖춘 셈. 바에 자리를 잡고 두 대표에게 부탁해 음식과 술을 추천받았다.  
 
에피타이저는 일본식 계란찜 ‘자완무시’. 텐동을 기다리며 맛보기 좋다. 갑오징어와 새우가 토핑으로 올라갔다. 푸딩 같은 부들부들한 질감으로 속을 부드럽게 해준다. ‘바질 토마토’는 화이트 와인에 바질과 레몬 시럽을 섞어 숙성시켰다. 새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입맛을 살려준다. 스파온천 달걀은 일본 온천에서 맛볼 수 있는 달걀을 응용했다. 수비드 기계를 써 일정한 온도에서 계란을 익혀낸다. 아스파라거스에 아삭한 식감을 살린 프로슈토를 잘게 올려 낸다. 프로슈토의 짭짤한 맛을 노른자가 부드럽게 잡아주며 동시에 고소함을 더한다. 여기에 트러플 오일을 뿌려 풍미를 더했다.  
 
다음은 모듬튀김. 메뉴판에 ‘셰프 손 가는 데로’라고 쓰여 있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제철 채소와 해산물이 풍성하게 담겨 나온다. 이날은 아스파라거스·샬롯·고구마·느타리·가지·김·꽈리고추에 장어 반 마리, 새우 두 마리, 소프트 쉘크랩, 갑오징어가 나왔다. 재료가 다양하다 보니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튀김 요리를 가볍게 즐기고 싶은 분들에겐 민물 새우 튀김인 에비깡을 추천한다. 맥주 안주로 제격이다.  
 
메인 요리인 텐동은 취향껏. 가장 인기 있는 텐동은 스페셜과 아나고다. 스페셜 텐동에는 새우 두 마리가 추가된다. 아나고는 통영산을 쓰는데, 소량씩 들여오기 때문에 자주 동난다. 해동지로 앞뒤를 감싸 냉장고에 반나절 숙성한 뒤 얼음물에 담궜다 빼서 잡내를 없앴다. 이렇게 숙성하면 육질이 부드러워져 열을 가해도 잘 뒤틀리지 않는다. 밥 위에 커다란 아나고 튀김을 올렸는데, 비주얼만 보아도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온다. 텐동에 올라가는 재료들은 원할 경우 추가로 주문이 가능하다.  
 
술 안주용 메뉴도 많다. 미소에 반한 항정살과 야채구이는 항정살을 적미소와 함께 하루 숙성한 뒤 오픈에 구워낸다. 함께 나오는 파 채와 겨자를 함께 곁들여 먹으면 된다. 타래소스에 삼겹살을 넣은 뒤 저온에서 수비드 방식으로 익혀낸 타래 삼겹살도 추천 메뉴.  
 
텐동이나 튀김요리엔 어떤 술이 좋을까. 깔끔하게 마시기에는 위스키에 탄산수나 소다수를 섞어 차갑게 마시는 하이볼이 좋다. 우마텐EL에는 8종의 하이볼이 있다. 조금 더 특색 있게 곁들이고 싶다면 칵테일을 주문해보자. 모히토나 진 바질 스매쉬는 상큼하면서도 청량한 맛이 있어 여름 칵테일로 제격이다. 스트레스를 한방에 털어내고 싶다면 ‘J?J돼봐라’ 샷이 딱이다. 75.5도짜리 술에 타바스코가 들어가는데, 한입에 털어 넣으면 매운 기운이 목 전체에 찌릿찌릿 감돈다. 입안에 남은 기름기가 단번에 가신다. 취기가 빠르게 돌면서 자제력을 잃고 마구 먹어댄 죄책감도 증발된다. 단, 여러 잔 마시면 위험하니 딱 한 잔만 하시길. ●
 
‘대동여주도(酒)’와 ‘언니의 술 냉장고 가이드’ 콘텐트 제작자이자 F&B 전문 홍보회사인 PR5번가를 운영하며 우리 전통주를 알리고 있다. 술과 음식, 사람을 좋아하는 음주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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