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유럽 가구, 그 이상

중앙선데이 2018.06.30 02:00 590호 20면 지면보기
프리츠 한센과 넨도가 협업한 다이닝 체어 ‘N01’ 국내 전시
덴마크의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프리츠 한센(Fritz Hansen)과 일본의 디자인 스튜디오 넨도(Nendo)는 국적도, 연륜도, 걸어온 길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유연성과 개방성이다. 1872년 설립된 프리츠 한센은 제품 디자인 대부분을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할 만큼 다양성을 지향한다. 프리츠 한센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덴마크 디자인의 거장으로 불리는 아르네 야콥센 역시 20년 넘게 프리츠 한센과 일하고 있지만 한 번도 회사에 소속된 적은 없다.  
 
넨도는 또 어떤가. 설립 15년 만에 필립 스탁·하이메야욘·론 아라드등과 나란히 매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가장 많은 제품을 출품하는 스타 디자이너팀이 됐지만 “히트작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제품·가구·조명·인테리어·설치·건축을 아우르며 전방위 영역에서 뛰고 있다.  
N01을 선보인 전시장 내부

N01을 선보인 전시장 내부

 
최근 이 둘이 만나 일을 벌였다. 프리츠 한센이 넨도를 디자인 파트너로 삼아 지난 4월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의자 ‘N01(엔제로원)’을 선보인 것. “나무라는 소재에 대한 애정, 그리고 장인 정신을 높이 사는 두 나라의 미학을 담았다”는 이 다이닝 체어는 브랜드가 1957년 ‘그링프리 체어’를 만든 이후 61년 만에 나온 나무 의자라는 점에서 진작부터 관심을 모았다. 21일 서울 삼성동 KBE 하나은행 PLACE1에 마련된 N01 공개 전시장에는 700명이 넘는 인파가 ‘실체’를 보기 위해 몰려 들었다.  
 
행사장으로 들어가니 사방 벽이 숲의 영상으로 채워졌다. 제품의 영감이 된 나무와 자연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는 공간 연출이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23조각으로 분리한 의자의 구성품. 완제품에서 쉽게 눈치챌 수 없는 디자인의 정교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23조각으로 분리한 의자 구성품

23조각으로 분리한 의자 구성품

이를 중심으로 N01이 있었다. 언뜻 보면 별다를 것 없는 나무 의자일 뿐이지만, 직선과 곡선의 조화가 남달랐다. 좌석은 마치 능선의 실루엣을 그리듯 부드러운 경사를, 등받이 역시 나지막하지만 휘어져 있어 안정감을 줬다. 반면 다리는 앞뒤 경사를 달리하며 삐딱하게 받친 모양새였다.  
 
N01의 전면

N01의 전면

이날 프리츠 한센의 디자인 디렉터 크리스티안 앤더슨(Christian Andersen)과 넨도의 수장 오키 사토(佐藤オオキ)의 토크쇼가 주최 측의 진행으로 마련됐다. 협업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와 디자인에 대한 둘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2016년 넨도의 밀라노 가구 박람회가 이번 협업의 계기가 됐다고 알려졌다.  
“(앤더슨) 당시 넨도는 망가(일본 만화)에서 영감을 받은 50개의 망가 체어(Manga Chair)를 선보였다. 만화에서 인물의 감정이나 기분, 액션을 표현할 때 쓰는 프레임과 선을 의자에 응용한 것에 굉장히 감동했다. 프리츠 한센의 쇼룸은 전시장 바로 건너였고, 전시 막판이라 모두 지쳐 있었고, 더구나 오후 4시쯤이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대화가 술술 풀렸다.”  
 
하지만 망가 의자는 코믹하고 튀어서 기존 프리츠 한센의 분위기와는 거리감이 있었을 텐데.  
“(앤더슨) 실용적이라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디자이너를 알게 되지 않았나. 모든 디자인은, 협업은, 감정에서 시작한다. 서로를 믿어주고 응원하면 그뿐이다. 우리는 처음 3개월은 협업 파트너를 직원처럼 대한다. 우리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이해시킨다. 그 다음은 변호사처럼 대접한다. 모든 걸 의지하고 신뢰한다. 지금 여기 많은 사람 앞이라서가 아니라(웃음), 지금까지 수많은 협업 중 가장 성공적인 하나라는 건 확실하다.”  
 
실제 작업은 어땠나. 넨도의 작업과정을 어떻게 반영했나.  
“(오키) 망가 의자 50개보다 이 하나를 만드는 게 훨씬 힘들었다(웃음). 정말로 ‘진지한(serious)’ 의자여야 했으니까. 처음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공을 들였다. 디자인할 때는 대상을 그저 오브제가 아니라 어떻게 놓이고, 쓰이는가, 공간 속에서 이해하려고 한다. N01도 마찬가지였다. 식탁 의자니까 밥 먹을 때 앉는 것만 아니라, 부엌에서 그 주변을 걸을 때나 옆에 기댈 때 등의 상황도 고려했다. 나는 집에 세탁기나 전자레인지가 없다. 옷도 아침마다 고민하고 싶지 않아서 같은 옷 서른 벌을 둘 정도로 스트레스 없는 삶을 지향한다. 지금 공간은 침대와 책 뿐인 거의 빈 느낌인데, 이 의자는 꼭 구비하고 싶다(웃음).”  
 
프리츠 한센 제품은 대를 이어 쓰는 가구라고 한다. 신제품은 어떻게 테스트하나.
“(앤더슨) 사내 기술팀이 한다. 우리끼리는 ‘고문 방(Torture Room)’에 들어간다고 한다. 의자를 무겁게 짓누르고 치고 또 일부러 젖히면서 가만두지 않으니 말이다. 회사 말고도 덴마크 기술 대학에 시설이 있어서 테스트를 의뢰하기도 한다. 이중삼중으로 시험해 보는 게 기본이다.” 
 
실제 협업해 보니 프리츠 한센의 미학은 무엇이었나.  
“(오키) 까다로운 질문이다(웃음). 프리츠 한센은 이미 서로 다른 국적과 문화의 디자이너와 협업을 해 온 브랜드 아닌가. 그래서 국제적인 디자인 언어(International Design Language)에 능통했고, 그들과 언제든 가족처럼 섞일 수 있다는 게 남달랐다. 사람들은 프리츠 한센을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라고 하지만, 난 이게 오히려 글로벌 디자인 같다. 궁극적으로 그게 뭐냐고 묻는다면, 순수함과 진실성 그리고 모든 걸 초월하는 편안함이라 말하고 싶다.” ●
 
대담을 나누는 넨도의 수장 오키 사토(왼쪽)와 프리츠 한센의 디자인 디렉터 크리스티안 앤더슨

대담을 나누는 넨도의 수장 오키 사토(왼쪽)와 프리츠 한센의 디자인 디렉터 크리스티안 앤더슨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프리츠 한센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