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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세 번째 방중 8일 뒤 … 중국,유엔 대북 제재완화 요구

중앙선데이 2018.06.30 01:31 590호 6면 지면보기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기지에서 열린 주한미군사령부 개청식에서 미군 장병들이 예포를 발사하고 있다. 73년 ‘용산 시대’를 마감한 이날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기지 내 청사는 장기적인 미군 주둔을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기지에서 열린 주한미군사령부 개청식에서 미군 장병들이 예포를 발사하고 있다. 73년 ‘용산 시대’를 마감한 이날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기지 내 청사는 장기적인 미군 주둔을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대한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 완화를 놓고 본격적으로 이견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지난 19~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번째 방중 이후 중국이 대북 제재 완화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미국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흐름이다.
 

러시아와 성명 초안 안보리 제출
중국 외교부, 이례적 즉각 사실 인정
루캉 대변인 “대화국면, 제재 조정”

유해 송환, 엔진 실험장 폐쇄 미뤄
북 합의 이행 시간끌기 우려 제기

일본 NHK는 2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식통을 인용해 전날 중국과 러시아 유엔대표부가 대북한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성명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어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먼저라며 동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안보리 성명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15개 상임·비상임 이사국 모두가 동의해 채택될 경우 안보리의 전체 의사를 대변한다는 의미가 있다.
 
중국은 이날 성명 초안 제출 사실을 곧바로 인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29일 전화 통화를 하고 대북 제재 유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확인하면서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중앙방송(CCTV)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유엔 성명 초안을 제출한 배경에 대해 “안보리 관련 결정에 따르면 북한이 유엔 대북 결의를 이행하는 상황에 따라 제재를 조정해야 하며, 여기에는 제재 중단이나 해제도 포함된다”고 답변했다. 이어 “중국은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고 보며 안보리는 현재의 외교적인 대화 국면과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지지하고 협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루 대변인은 중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는 “안보리 결의 위반 문제는 증거를 가지고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장만 하지 말고 증거를 대라는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한 선거유세에서 “그들(중국)은 정말로 북한과의 국경 문제에 있어 우리를 도왔지만 더는 우리를 돕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애석한 일이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중국은 최근 들어 부쩍 대북 제재 유지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외교장관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적절한 시기’에 제재 완화에 동의했다. (적절한 시기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후”라고 강조했지만 왕 부장은 이와 관련한 답변을 아예 회피했다.
 
중·러의 제재 완화 움직임은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이행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9일 현재 북한은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미군 유해 송환 ▶조속한 시일 내 후속 협상 개시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미군 유해 송환의 경우 지난 23일 유엔군사령부가 유해 운반을 위한 나무상자 100여 개를 판문점에 보냈지만 아직 뚜렷한 송환 움직임은 없다. 또 위성사진 등을 통해 볼 때 북한이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 조치에 나섰다는 증거도 없다. 이는 한·미가 자국 내 반발 여론에도 불구하고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한·미 연합군사훈련 유예 결정을 신속하게 내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북·미 협상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은 당초 이번 주 방북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 법안을 1년 연장키로 결정한 것이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외신은 폼페이오 장관이 다음주 방북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또 한번 ‘시간 끌기’ 또는 ‘먹튀’에 나섰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폼페이오 장관의 다음주 방북 여부와는 별개로 북·미가 앞으로도 ‘비핵화-체제 안전보장 방안’에 합의할 때까지 이 같은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성락(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서울대 객원교수는 이날 중앙SUNDAY에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볼 때 폼페이오 장관이 다음주 방북하더라도 본질적인 진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도 “중요한 것은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균형 잡힌 이행”이라며 “만일 두 프로세스가 더디게 진행되거나 균형이 맞지 않으면 북한 핵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되는 것과 같은 딜레마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차세현·정용수 기자,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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