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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A, 온·오프 하이브리드 강의에 디지털 인문학 실험

중앙선데이 2018.06.30 01:24 590호 10면 지면보기
29일 방한한 진 블록 UCLA 총장이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대학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29일 방한한 진 블록 UCLA 총장이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대학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UCLA는 내년이면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캘리포니아대 10개 캠퍼스 중 하나로 로스앤젤레스 시내에 위치해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대학으로 꼽힌다. 재학생만 4만5000여 명에 매년 10만 명 이상 지원한다. 지원자 수는 미국 대학 중 1위다. 교수도 4000명이 넘고 개설된 강좌만 3800개에 달한다. 전체 교직원도 4만7000여 명. 웬만한 소도시 규모의 대학을 이끄는 수장은 진 블록(69) 총장이다. 2007년 취임한 뒤 12년째 UCLA의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국에 온 진 블록 총장
에너지·테러 등 국제 갈등 풀려면
전공 관계없이 문·사·철 이해 필수

온라인 학습 뒤 강의실 토론 수업
의대생 위해 의료인문학 개설

내년 UCLA 개교 100주년 맞아
21세기 인재 육성 프로그램 마련
지역사회 LA와 유대도 강화할 것

그가 29일 한국을 찾았다.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각국의 UCLA 동문들과 기념 포럼을 열기 위해 중국·일본·대만·홍콩 등 아시아 국가들을 순방 중이다. 그를 방한 직후인 이날 오후 만나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시대를 맞은 대학의 역할과 과제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이날 인터뷰에는 세계적인 로봇공학자인 데니스 홍 UCLA 기계항공우주공학과 교수도 함께했다.
 
 
모든 학부생 인문학 필수과목 이수
 
UCLA의 기본적인 교육관은.
“우리 대학은 세 가지의 주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와 교육, 그리고 봉사가 그것이다. 저 또한 학문적 탁월성 확보, 시민사회와의 연계, 다양성 증진, 재정적 안정 등을 재임 중 네 가지 중점 사항으로 추진 중이다. 특히 봉사는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주민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점에서 가중치가 높다. 이를 위해 매년 새 학기를 맞아 학생들에게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해변을 청소하며 참전용사를 돕는 일 등이다. 이 같은 접촉과 경험을 통해 LA라는 도시에 대한 공감대를 쌓고 사회 환원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려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혁신이 화두다. 이에 대한 대학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나.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대학도 최신 기술의 발전을 공유하고 더 나아가 이를 선도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보다 편하고 자유롭게 최신 기술과 학문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관건이다. 온라인 강좌를 적극 개발하는 동시에 오프라인 교실에서도 보다 능동적으로 최신 기술을 접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 중이다. 데니스 홍 교수 등 교내의 많은 연구진이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 혁명의 시대일수록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던데.
“에너지나 식량 안보, 테러리즘 문제를 보자. 이런 국제 이슈는 윤리와 가치의 문제와 결합돼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종교적·민족적 갈등을 풀어내려면 역사나 철학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요즘 대학이 오로지 취업에 유리한 직종에만 교육의 초점을 맞추려는 경향이 짙은 건 사실이다. 대학들이 저마다 역할이 다르고 특성도 다양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획일화되고 있다. 인문학처럼 유지 비용은 많이 들고 실제 효과는 곧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학문을 외면하는 추세가 안타까울 뿐이다. 미국의 많은 대학생도 졸업 후 재정적 자립에만 신경 쓰다 보니 경영이나 정보기술 등 실용적인 학문만 택하려고 한다. 하지만 대학은 사회의 지도자를 기르는 곳이어야 하며 그 바탕은 당연히 인문학이 돼야 한다.”
 
그는 그러면서 “마음껏 도전하고 얼마든지 실수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바로 대학”이라며 “모두가 인문학을 전공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이공계 학생들도 최대한 인문학을 접하며 시야를 넓혀야 자유로운 상상력도 키워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대학평가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학생들의 8%가량만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다. UCLA도 인문학 전공자는 10% 미만이지만 모든 학부생이 필수 교양과목으로 인문학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진 블록 UCLA 총장이 29일 인터뷰 도중 데니스 홍 교수(왼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경빈 기자]

진 블록 UCLA 총장이 29일 인터뷰 도중 데니스 홍 교수(왼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경빈 기자]

미국 내에서도 UCLA는 인본주의를 강조하는 독특한 학풍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 대학은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의 25%만 전공과목 공부에 투자하고 나머지 75%는 인문학 등 전공 외 분야를 배우는 데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 의대생들이 예과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도 우리 대학만의 특징이다. 이를 위해 의료인문학(Medical Humanities) 과정도 만들었다. 인문학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석·박사 통합 과정도 운영 중이다. 특히 석사 과정에서는 다양한 현장 경험을 통해 인문적 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인종·종교 다양성, 장점으로 승화시킬 것
 
온라인 학습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교육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00% 온라인만으로 진행되는 수업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학에 다니는 목적이 오로지 강의를 듣기 위한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의견을 모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다양한 출신 배경의 동료들과 접하면서 조화를 이뤄가는 경험을 쌓는 것 또한 대학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온라인 수업만 듣고 캠퍼스에는 오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기회와 정보를 접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리 대학은 ‘하이브리드 교육’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온라인 선행학습을 한 뒤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교수나 동료 학생들과 토론하는 식이다.”
 
그는 이어 “학과 간 융합 교육 프로그램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그가 버지니아대 부총장 시절부터 추진해온 사업이기도 하다. 당시 그는 ‘디지털 인문학’이란 아이디어로 주목을 모았다. 유명 작가들의 문체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달라졌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남북전쟁의 현장을 디지털로 복원하는 등 인문학과 첨단 과학기술의 접목 작업을 학생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21세기에 맞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UCLA의 계획과 지향점이 있다면.
“마침 내년이 개교 100주년이다. 지난 한 세기를 돌아보고 새로운 100년을 설계하기 위한 여러 의미 있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21세기형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적 흐름에 대학이 먼저 적응하고 그에 맞게 구조를 바꿔 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규모 연구 포럼을 개최할 수 있는 컨퍼런스홀을 새로 개관했고 공학·의학 관련 첨단 시설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고 있다. 기초체력 증진을 위한 각종 운동 시설을 늘려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역사회와의 유대 강화도 중요할 텐데.
“맞다. 우리 대학은 LA와 캘리포니아주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LA가 살기 좋은 도시가 되는 것은 우리 대학에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 대학은 ‘그랜드 챌린지’ 프로그램을 도입해 LA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려 하고 있다. 100% 신재생 에너지, 100% 지역 상수도, 생태계 건강 증진 등이 주된 목표다. 제가 직접 학생들과 현지 투어도 자주 나가려 하고 있다. 지난 4월에도 캘리포니아 주도인 새크라멘토를 방문해 주의회 의원들과 대학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현장 토론을 벌였다. 학생들이 지역사회를 더 많이 알고 이해하는 데 이런 경험이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LA의 특성처럼 UCLA도 인종·성별·종교가 각기 다른 학생들이 공존하고 있는데.
“그게 우리 대학의 특징이기도 하다. 한국 등 아시아 출신도 무척 많다. 이들이 다양성을 유지하면서도 조화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적잖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우리 대학의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대학 구성원의 다양성을 장점으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2014년엔 인종·종교·성·문화의 다양성과 관련한 강좌를 필수 이수과목으로 지정했다. 이처럼 캠퍼스 내에서 다양한 배경과 시각, 경험을 가진 학생과 교수들을 충분히 접하도록 하면 졸업 후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확률 또한 높아지지 않겠나.”
 
그는 “다양한 그룹의 학생들이 함께하면 관점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겠지만 저희는 학생들에게 서로의 관점에 대한 관용과 존중심을 키워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다른 사람의 생각에 동의할 수도,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표현은 늘 정중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인 유학생, 창의성과 도전 정신 뛰어나
 
한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인상은.
“현재 850여 명의 한국인 유학생이 학부와 대학원에 재학 중이고 이번 학기에도 74명이 새로 입학했다. 한국인 유학생들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너무 열정적이고 성적도 톱클래스다. 제 연구실에도 여러 한국인 학생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창의성과 도전 정신은 늘 다른 학생들의 귀감이 되곤 했다.”
 
한국과 미국의 교육 방식을 비교한다면.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과학과 수리 분야에 강하다고 들었다. 다만 암기 위주의 학습을 강조하다 보니 학생들이 교사 의견에 반론을 펴거나 창의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고 하더라. 상대적으로 미국 학생들은 관례에 도전하거나 교사에게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데 적극적이다. 각자 장단점이 있지 않겠나. 최근엔 양국의 교육 방식이 점점 수렴돼 가는 듯싶기도 하다.”
 
한국 대학과 교류를 넓혀갈 계획은.
“우리 대학은 오래전부터 아시아와 환태평양 국가 대학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 24~26일에도 대만에서 열린 환태평양대학협회(APRU) 연례 회의에 참석해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 한국의 대학들과도 서로의 유대를 강화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취미는 뭔가. 앞으로의 꿈과 계획은.
“오래된 진공관 라디오 수리가 취미다. 1920년대 라디오부터 60여 개를 틈틈이 모아 왔다. 옛것에 대한 애착이 크다. 버킷리스트 1번은 갈라파고스에 가는 거다. 총장을 마치면 전공을 살려 다윈처럼 그 섬에 머물며 자연을 맘껏 느끼고 싶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진 블록(Gene Block) 총장 미국 뉴욕주 몬티셀로 출생.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오리건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버지니아대 교무처장과 부총장을 거쳐 2007년 UCLA 총장에 취임했다. 신경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현재 UCLA에서 정신의학과 생물행동과학 분야 석좌교수도 맡고 있다. 최근엔 나이가 들면서 인간의 뇌가 어떻게 변하고 이 같은 변화가 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1990년대 미국과학재단 회원으로 한국을 찾은 이후 지금까지 15차례나 방한하며 지한파 총장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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