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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4세 경영’ 구광모, 바이오·전장부품 속도 낸다

중앙선데이 2018.06.30 01:03 590호 14면 지면보기
구광모 신임 회장 선임으로 LG그룹이 4세 경영 시대의 막을 열었다. LG는 2003년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LG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여서 ㈜LG 대표이사 회장을 맡은 구 회장이 사실상 그룹 총수가 됐다.
 

경영 수업 12년째 젊은 총수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본격화
경영 능력 입증해야 하는 과제

주력 계열사 6명 부회장이 보좌
지주사 이사회 의장으로 책임경영

‘오너 리스크’ 없는 장점 있지만
모바일 부진 속 미래 먹거리 고민

LG는 구 신임 회장 시대에도 지주회사 지배구조를 유지한다. 계열회사는 전문 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 체제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LG는 구 신임 회장과 대표이사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하현회 부회장의 복수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LG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가 모두 부회장이라는 점에서 보고 체계상 회장이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며 “LG를 대표하고 지주회사 이사회 의장으로서 책임경영에 임한다는 의미로 회장직에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지주회사 경영 현안을 챙기면서 미래 준비와 인재 발굴·육성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경영 구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구 회장은 29일 이사회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 존중, 정도 경영이라는 자산을 계승·발전시키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지주회사 대표이사에 오르는 것을 ‘신호탄’으로 그룹 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전·화학 등 경쟁력 있는 주력사업은 그대로 밀고 나가면서 바이오·에너지·전장부품 등 신수종 사업을 육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구 회장이 특히 공을 들일 분야는 자동차부품(전장) 사업이다. 전장은 LG그룹의 각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 각종 전자제품은 LG전자, 배터리는 LG화학, 통신부품과 일반모터는 LG이노텍,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 차량용 경량화 소재 등 내·외장재는 LG하우시스 식으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LG전자가 지난 4월 말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 제조 업체인 ZKW를 약 1조4000억원에 인수한 것도 전장사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연장선에 있다.
 
구 회장은 로봇 분야도 눈여겨보고 있다. LG는 지난해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에스지로보틱스’를 시작으로 올해 로봇개발업체 ‘로보티즈’,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 산업용 로봇제조업체 ‘로보스타’ 등에 차례로 투자하면서 산업용 로봇 완제품과 로봇 액추에이터 등 로봇사업 포트폴리오를 보강했다. 이와 함께 구 회장은 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 등 다른 4차산업 관련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에 나설 전망이다.
 
주력 계열사를 책임지고 있는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 대표들이 구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좌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도 재계 일각에서는 입사 12년, 올해로 만 40세인 구 회장이 경영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았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다는 시각이 있다. 고(故) 구본무 회장은 30세에 입사해 20년간 그룹 내 주요 계열사를 거치며 실무경력을 쌓은 뒤 총수에 올랐다. 구 회장은 선대 회장보다 경륜과 경험이 부족한 데다 입사 이후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다.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룹 경영을 주도하며 본격적인 ‘구광모 시대’를 열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듯하다.
 
구 회장이 처한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LG전자 모바일 사업은 스마트폰 사업 철수설이 나올 정도로 경쟁력이 떨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주력제품인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에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지난 1분기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에 쏠린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개척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흐름 속에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 빠르게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사업 효율화를 꾀하는 게 구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말했다. 다만, LG그룹이 이른바 ‘오너 리스크’가 거의 없다는 점은 구 회장으로서는 안정적인 리더십을 조기에 구축할 수 있는 좋은 여건으로 평가된다.
 
한편, 이날 주총 안건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최근 그룹 경영을 맡아온 구본준 부회장의 독립도 조만간 가시화될 전망이다. LG그룹이 ‘장자 승계’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조카인 구광모 회장에게 길을 터주고 계열 분리를 할 가능성이 크다. LG 관계자는 “구 부회장은 오늘 이후 LG그룹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며, 연말 임원인사에서 퇴임하게 된다”며 “구 부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독립할지에 대한 논의는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광모 회장
서울 경복초, 영동고를 거쳐 미국 로체스터공대를 졸업했다. 28세 때인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에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LG전자 HE사업본부 부장(2013년), ㈜LG 시너지팀 상무(2015년), LG전자 B2B 사업본부 ID(정보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을 거쳤다. 정식으로 ‘경영 수업’을 받은 지 올해로 12년째다. 특히 ㈜LG 상무로 승진한 뒤로는 그룹의 주력 사업을 폭넓게 챙기며 경영권 승계를 준비해왔다.

 
박현영·손해용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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