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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총 2조 달러 증발 … 영란은행, 차이나 리스크 경고

중앙선데이 2018.06.30 01:01 590호 15면 지면보기
시가총액 약 2조 달러(약 2240조원)가 사라졌다. 미국 통화긴축으로 위기 증상을 보인 아르헨티나나 브라질, 터키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 상하이 증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올 1월26일 3558선에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29일 2847선까지 약 20% 남짓 떨어졌다. 이번 주 중국 증시는 월가 전문가들이 말하는 침체 국면(bear market territory)에 들어섰다. 주가 하락은 위안화 하락을 부채질했다. 위안화 가격은 미 달러와 견줘 올 1월26일 이후 5% 가까이 떨어졌다. 29일 현재 달러당 6.618위안에서 거래됐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주가 하락
위안화도 5% 가까이 떨어져 약세
실물경제 경착륙 가능성 조기경보
다음주 미 보호관세 부과 여부 주목

블룸버그 통신은 “올들어 미국의 긴축으로 신흥시장 시가총액은 약 8조 달러 줄었다”며 “이 가운데 25%가 중국 시가총액 증발”이라고 28일 전했다. 그 바람에 미국 월가와 영국 더시티 등 금융 중심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 CNBC 등은 27일 월가 전문가의 말을 빌려 “중국이 신흥시장의 안정판이 아니라 불안요인”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까지 중국은 신흥시장이 흔들릴 때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신흥국 펀드의 수익률 악화를 막아줬다. 그런데 요즘 중국 시장을 보면 터키와 필리핀, 브라질 등 미국발 긴축의 된서리를 맞은 나라들과 닮은 꼴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가장 큰 원인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다. 미·중 무역 전쟁은 다음 주(7월6일) 중대 고비를 맞는다. 미국이 중국산에 물린 보호관세가 실제 부과된다. 말싸움이 실전으로 바뀐다. 직전에 극적인 타협이 이뤄질 순 있다.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무역전쟁의 본격화다.
 
사정이 이쯤 되자, 영국 영란은행(BOE)은 조기경보에 나섰다. 이번 주 내놓은 분기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하드랜딩) 가능성을 경고했다. BOE는 19세기 이후 200여년 동안 온갖 위기를 겪은 탓에 위기의 조기 경보를 적극적으로 하는 곳이다. BOE 경제 분석가인 로버트 길훌리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빚 증가는 역사상 가장 오래 기간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며 “무역전쟁 등 여러 요인 때문에 실물경제가 위축되면 금융 긴장이 여러 나라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BOE는 중국 경제 성장률이 -1% 정도까지 낮아지는 상황을 경착륙으로 봤다. -1% 성장률이면 서방 기준으론 일상적인 침체 수준이지만, 최근 중국의 성장률(6% 후반)이 높은 탓에 경착륙으로 볼 수 있다. BOE는 중국 리스크가 ▶국제무역 채널 ▶원자재시장 채널 ▶은행간 자금거래 채널 등을 통해 확산된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BOE는 은행간 자금거래 채널을 주목했다(위 그래프).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 시중은행과 직접간적으로 거래가 많은 나라는 영국이다. 지난해 말 기준 약 6000억 달러 정도다. 세계 최대 도매 금융시장인 런던을 끼고 있는 탓이다. 다음은 미국, 일본, 유로존, 한국 순이다. 한국은 500억 달러 수준이다.
 
길훌리는 “중국 성장률이 하락하면 무역과 원자재, 은행간 자금거래 통로를 타고 세계로 우선 확산된다”며 “주식 등 자산시장과 외환시장 출렁거림이 충격을 미리 경고하고 경착륙이 실제 일어나면 충격을 증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중국의 성장률 하락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 민간 조사회사인 CBB인터내셔널은 “무역전쟁 불안 속에서도 실물 경제는 탄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번 주 진단했다. 최근 중국 주가와 위안화 하락은 조기경보인 셈이다.
 
중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강(易綱) 중국인민은행장은 긴급 수혈에 나섰다. 미국의 보호관세 부과 하루 전인 다음달 5일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를 실시한다. 대형은행 지준율 16%에서 15.5%로 내린다. 시중은행이 받은 예금 가운데 대출해줄 수 있는 폭이 늘어난다. 블룸버그 등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은행의 자금 공급이 약 7000억 위안(약 1000억 달러) 정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강 행장은 지난 주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 인민은행이 밝힌 ‘신중한 통화정책’보다는 한결 적극적인 태도다. 금융시장 불안을 돈의 힘으로 진정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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