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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타고 해발 1370m, 반지의 제왕 무대서 ‘인생 티샷’

중앙선데이 2018.06.30 01:00 590호 22면 지면보기
골프여행 핫스팟으로 뜬 뉴질랜드 
오버 더 톱 골프장의 티잉그라운드. 와카티푸 호수 오른쪽 끝 작은 반도에 퀸스타운 골프 코스가 있다. [프리랜서 이홍순]

오버 더 톱 골프장의 티잉그라운드. 와카티푸 호수 오른쪽 끝 작은 반도에 퀸스타운 골프 코스가 있다. [프리랜서 이홍순]

헬리콥터 프로펠러가 일으킨 바람에 고산지대에 사는 누런 잡초들이 춤을 춘다. 거대한 괴물 같은 기괴한 모양의 검은 바위들이 여기저기 솟아 신비하다. 만년설 밑으로는 시퍼런 와카티푸 호수가 출렁거린다. 10분 정도의 비행 후 판타지 영화 속에 내린 것 같다.
 

고도 높아 샷거리 평소보다 더 나가
한 곳서 세 번씩 티샷, 돈 내면 추가
천상의 그린에서 퍼팅하는 느낌

판타지 배경 같은 기암괴석·호수 …
경비행기 낙하산 투하 묘기도 볼 만

동쪽으로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한 리마커블산이 우뚝 솟았다. 이 산은 산봉우리가 마치 톱날처럼 뾰족뾰족하게 생겼다. 그래서 놀랄 만한(Remarkable) 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런 곳에서 골프를 한다. 뉴질랜드 남섬 퀸스타운 인근 서던 알프스산 중턱에 있는 오버더톱(over the top) 골프 코스다. 정식 골프장은 아니다. 여섯 개의 티잉 그라운드를 돌며 그린 하나를 향해 티샷하는 일종의 6홀 파 3 코스다. 해발 310m의 와카티푸 호수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는데 오버 더 톱의 고도를 물으니 해발 1370m가 넘는다고 한다.
 
오버 더 톱 그린에 착륙한 헬리콥터. [프리랜서 이홍순]

오버 더 톱 그린에 착륙한 헬리콥터. [프리랜서 이홍순]

그린에서 가장 먼 티잉그라운드(약 260m)에 올라서면 초록색 그린은 완두콩처럼 작아 보인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느끼는 긴장감은 호수 쪽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과 섞여 묘한 흥분이 된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인생샷’을 촬영할 것이다. 날이 맑든 흐리든, 전문가가 찍든 초보자가 찍든 뛰어난 그림이 나온다.
 
티잉그라운드의 거리는 가장 긴 곳이 내리막 포함해서 260m, 가장 짧은 그린은 130m 정도다. 레이디 티는 따로 없다. 대신 고도가 높아 샷거리가 평소보다 조금 더 나간다. 한 곳에서 3번씩 티샷을 하는데 원하면 비용(공 하나당 2000원 정도)을 더 내고 더 쳐도 된다.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 공을 찾을 필요는 없다. 동네 주니어 선수들이 무료로 이곳을 이용하고 대신 공을 주워 준다고 한다.
 
6개 티잉그라운드를 다 돌고 나면 그린으로 가서 칩샷과 퍼트를 한다. 공을 하나라도 온그린시켰다면 대단히 훌륭한 샷을 한 것이다. 그린이 작고 약간 튀기 때문에 멀리서 친 공은 그린에 거의 서지 않는다. 칩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려놓고 퍼트를 할 때는 천상의 골프장에 있는 듯하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바라 본 그린. [프리랜서 이홍순]

티잉그라운드에서 바라 본 그린. [프리랜서 이홍순]

퍼트가 지겨워질 때쯤 헬리콥터의 굉음이 다시 들린다. 그러다가 그린 밑에서 검은색 헬리콥터가 불쑥 올라온다. 눈높이에서 바라본 검정 헬리콥터는 무시무시했다. 액션 영화에서 기관총을 장전한 채 주인공을 노리는 악당의 헬리콥터 같았다. 놀랍게도 헬기는 그린 위에 착륙했다. 검은색 폴리스 선글라스를 쓴 조종사가 프로펠러를 켜 놓은 상태에서 골퍼들을 태웠다. 이것도 007 시리즈, 혹은 미션 임파서블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산 위의 파 3 코스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몇 번씩 하게 된다.
 
골프 여행은 1980년대부터 활성화됐다. 주로 미국인들이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등 풍부한 역사를 가진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 코스를 찾았다. 일종의 성지 순례였다. 이후 아일랜드가 인기 여행지가 됐다. 경치가 스코틀랜드보다 좋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최근 핫스팟은 뉴질랜드다. 자연이 훌륭하다면 나쁜 골프 코스가 나올 수 없다. 뉴질랜드는 바다나 호수를 끼고 있는 곳이 많아 깃발만 꽂으면 그림 같은 골프장이 된다. 이 자연에 반해 미국의 부자들이 뛰어난 디자이너들을 고용해 예술작품 같은 골프 코스를 뉴질랜드에 만들었다.
 
오버 더 톱 코스 부근에 솟은 검은 바위들은 판타지 소설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프리랜서 이홍순]

오버 더 톱 코스 부근에 솟은 검은 바위들은 판타지 소설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프리랜서 이홍순]

그런 명문 코스는 북섬에 많다. 자연은 남섬이 더 웅장하다. 아웃도어 액티비티의 수도로 불리는 남섬 퀸스타운 근처에 뛰어난 코스가 몰려 있다. 뉴질랜드 오픈이 열리는 밀브룩과 프라이빗 클럽인 더 힐스 클럽이 유명하다. 애로타운 골프장은 전장이 5900야드이고 그린피가 약 6만5000원 정도지만 코스만 보면 가장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퀸스타운 시내 옆 호숫가에 있는 퀸스타운 코스는 골프 클럽을 들고 한나절 산책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오버 더 톱 다음으로 뛰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코스는 잭스 포인트다. 포인트라는 단어는 전망이 좋아 경치를 구경하는 지점이라는 뜻이다. 경치만 구경하러 가도 괜찮을 정도다. 이곳에 골프장을 만들었다.
 
사진작가들이 이 골프장을 찍으러 자주 방문한다. 골프코스 사진은 해가 낮게 떠 있을 때, 그러니까 해가 뜰 때와 질 때 가장 멋지다. 잭스 포인트에서는 해가 뜰 때 사진을 찍을 수 없다. 해발 2319m의 리마커블산이 찰싹 붙어 있어 해를 가린다. 그래도 사진작가들은 다들 만족하고 간다.
 
호수와 리마커블산이 조화를 이루는 잭스 포인트 골프클럽. [프리랜서 이홍순]

호수와 리마커블산이 조화를 이루는 잭스 포인트 골프클럽. [프리랜서 이홍순]

전반적으로 페어웨이가 넓고 그린은 크다. 그린 주위 러프가 길지 않아 아마추어 골퍼들이 편하게 경기할 수 있다. 반면 파 3홀들은 정교해야 한다. 장엄한 와카티푸 호수를 내려다보는 5~8번 홀의 경관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만, 코스는 호수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로 골퍼를 홀린다. 특히 후반 홀들은 개성이 뚜렷하다.
 
해가 리마커블 산 위로 올라오면 경비행기가 떠올라 색색의 레저용 낙하산을 뿌린다. 15번 홀에 가면 활주로가 지척인데 비행기가 급강하, 추락하는 듯했다. 코스를 잘 아는 동반자는 “저 비행사가 약간 미쳤다. 매번 저렇게 곡예비용을 한다”며 웃었다. 비행기는 사람들을 싣고 다시 떠올라 무지갯빛 낙하산들을 떨구고 다시 추락하는 듯 착륙했다. 17번 홀 옆 언덕 양들이 풀을 뜯으며 무심히 비행기의 곡예비용을 보고 있었다.
 
마지막 두 홀은 꽤 길다. 블루티 기준으로 17번 홀(파 5)이 536m, 18번 홀(파 4)이 408m다. 마음은 편하다. OB가 없고 두 홀이 마주 달려, 슬라이스가 나더라도 옆 홀에서 치면 된다. 18개 홀이 아쉬운 사람을 위해 파 3인 19번 홀이 있다.
 
최경주 “타라 이티 코스, 꼭 가봐야 할 세계 골프장 2곳 중 하나”
뉴질랜드 타라 이티

뉴질랜드 타라 이티

뉴질랜드는 인구(400만) 대비 골프장 수(400개)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골프의 발상지인 세인트앤드루스 같은 해안 모래 언덕 지역이 많아 천혜의 골프장 부지가 많다. 특히 최근 북섬에 새로 지은 골프장들은 골프계의 ‘뉴 키즈 온 더 블록’으로 불릴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개장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타라 이티(Tara Iti·사진) 골프장은 지난해 세계 29위(골프매거진 )에 선정됐다. 100대 코스 선정 역사상 가장 높은 순위로 세계 랭킹에 진입했다. 이곳에서 라운드한 최경주는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과 함께 꼭 가 봐야 할 2개의 골프장”이라고 평했다. 21세기 최고 설계가로 꼽히는 톰 독이 태평양과 하우라키 만을 낀 사구에 건설했다. 풍광이 아름답고 코스가 웅장하며 전반 나인과 후반 나인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시 개장 6년에 불과한 카우리 클리프도 거의 모든 홀에서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뛰어난 코스 레이아웃 때문에 호평을 받고 있다. 2004년에 문을 연 케이프 키드내퍼스는 44위다. 경치에서는 세계 최고이며 양쪽이 절벽인 13번 홀과 15번 홀은 세계 최고의 홀들로 꼽힌다.
 
퀸스타운(뉴질랜드)=성호준 기자·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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