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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따로 없다, 슬픔과 불안을 껴안아라

중앙선데이 2018.06.30 01:00 590호 30면 지면보기
심리학에서 본 현대인의 행복
아파도 아프다 하지 못하면

아파도 아프다 하지 못하면

아파도

심리학 대중화에 나선 두 교수
국내 연구성과·상담사례들 모아
임상·사회심리학 최신 동향 반영

자기 감정에 서툰 한국인
자연스런 표출보다 억압에 익숙
분노도 삶을 풍요롭게 하는 선물

행복은 거저 오지 않는다
자신의 아름다움부터 찾아봐야
타인과 함께사는 지혜 공부해야

아프다 하지 못하면
최기홍 지음
사회평론
 
굿라이프
최인철 지음
21세기북스
 
궁극적으로 우리 삶과 밀접하지 않은 과학이나 사회과학 분과는 없다. 정치학은 민주주의, 경제학은 시장경제와 관련된 여러 문제를 다룬다. ‘우리 마음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심리학은, 일면 정치학이나 경제학보다 실생활 차원에서 더욱 본질적·핵심적이다. 깨달음을 얻으려고 토굴 속에서 수행하는 사람이 정치나 경제를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신의 마음은 피할 수 없다.
 
마음은 우리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씨줄·날줄, 과거·현재·미래가 펼쳐지는 시공간이다. 마음이라는 시공간의 정체를 파악하지 않고서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도 행복할 수도 없다.
 
굿라이프

굿라이프

매주 직간접적으로 심리학을 근거로 삼아 ‘잘 먹고 잘사는 법’을 제시하는 책들이 수십 권 출간된다. 이번에 나온 『아파도 아프다 하지 못하면: 감정 마주하기 수업』과 『굿라이프: 내 삶을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의 차별성은 뭘까. 우선 저자들이 우리나라 심리학자다. 『아파도 아프다 하지 못하면』의 저자 최기홍 고려대 교수는 임상심리학자, 『굿라이프』의 최인철 서울대 교수는 사회심리학자다. 그만큼 우리의 문제에 조금이라도 더 가깝다. 전문가를 무색하게 만드는 저자들도 있지만 두 최 교수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학자들이다. 최인철 교수는 국내 연구진이 수행한 연구 성과를, 최기홍 교수는 국내 상담 사례를 적절히 책 속에 담았다.
 
최인철·최기홍 교수가 대중적 인기를 확보한 저자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최인철 교수(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센터장)의 전작인 『프레임』은 수십만 부가 팔린 베스트·스테디셀러다. 최기홍 교수(고려대 학생상담센터 센터장, 고려대 문과대 부설 KU마음건강연구소 소장)의 『아파도 아프다 하지 못하면』은 고려대 인기 교양 강의인 ‘감정과 삶’이 원전이다. 두 책 모두 심리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최대한 대중 친화적으로 전달한다. 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독자의 ‘복습’을 위해 내용을 요약했다.
 
두 교수 모두 우리가 감정과 행복의 문제를 제대로 중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최인철 교수에 따르면 우리는 행복에 대해 냉소적이기도 하고, 행복을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또 행복을 ‘삶’의 차원이 아니라 ‘순간의 기분’으로만 이해하는 편향성이 있다. “너무 행복하면 오히려 불행이 찾아올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행복에 대한 일종의 반감까지 발견된다고 진단한다. 한편 최기홍 교수에 따르면 우리는 감정처리가 서툴다. 감정을 피하거나 억누르려고 한다.
 
명상 중인 스리랑카 승려. 명상은 응시(凝視)다. 아무리 바쁘고 고통스러워도 내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 보기 위해 ’눈길을 모아 한 곳을 똑바로 바라봄“의 시간을 마음먹고 한번 확보 해보면 어떨까. 그래야 우리가 고통의 수렁에서 탈출할 수 있고, 보다 행복해질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는 어리석음을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른다. [사진 세르주 오타비아니]

명상 중인 스리랑카 승려. 명상은 응시(凝視)다. 아무리 바쁘고 고통스러워도 내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 보기 위해 ’눈길을 모아 한 곳을 똑바로 바라봄“의 시간을 마음먹고 한번 확보 해보면 어떨까. 그래야 우리가 고통의 수렁에서 탈출할 수 있고, 보다 행복해질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는 어리석음을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른다. [사진 세르주 오타비아니]

두 학자는 마음의 문제와 관련된 편견이나 오해를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어떤 오해일까. 최기홍 교수의 『감정 마주하기 수업』에 따르면 ‘나쁜 감정’이라는 감정은 없다. 슬픔·분노·불안·질투와 같은 ‘나쁜 감정’에도 우리 마음이 우리에게 간절히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슬픔은 “내 인생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언가가 빠져 있다”고 알린다. 분노에 담긴 메시지는 “이거 불공평하지 않아? 나도 존중받아야 할 인간이라고.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봐”라고 우리에게 호소한다. 모든 감정에는 가치가 있고 이유가 있다. 최기홍 교수에게 감정은 “우리가 삶을 더 풍요롭게 살도록 도와주는 열쇠이자 선물”이다. 감정이라는 핵심 선물을 외면하면 우리는 더 큰 고통의 수렁 속으로 빠지게 된다.
 
게다가 최기홍 교수에 따르면, 감정은 집요하다. 포기를 모른다. 감정은 우리가 감정의 메시지를 ‘보듬기’ 전까지 계속 우리를 괴롭힌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 상담이나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상담이나 약물치료 이전에, 혹은 병행해서 감정의 메시지를 ‘보듬’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보듬기란 무엇인가. 감정을 없애거나 강압하거나 극복할 대상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느끼고 경험해야 할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최기홍 교수는 우선 자신이 직접 고안한 ‘AWESOME’ 전략을 제시한다. 영어 오섬(awesome)은 ‘두려울 정도로 놀랍다’는 뜻이다. AWESOME에서 AW는 Awareness(내 감정 알아차리기), E는 Exposure(나 자신을 고통스러운 대상에 노출 시키기며 마주하기), SO는 Specify Objective/Value(고통스러운 감정이 전하는 메시지 목표와 가치를 구체화하기), ME는 Move for Excellence(수월성을 향해 자신이 찾은 목적과 가치를 향해 움직이기)다.
 
행복을 넘어 ‘좋은 삶’의 비전을 제시하려고 하는 최인철 교수 또한 사람들의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노력한다. 최인철 교수에 따르면, ‘행복’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독립적 감정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최인철 교수는 행복을, 행복한 감정 상태를 측정하는 20가지 감정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그는 또한 책의 말미에 ‘자기중심성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 ‘여행의 가치를 아는 삶’ ‘냉소적이지 않은 삶’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은 삶’ 등 ‘품격 있는 삶’의 10대 특징을 제시했다. 내 행복을 넘어 남의 행복을 추구하는 게 ‘품격 있는 삶’이다.
 
두 학자 모두 균형을 중시한다. 최인철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재미와 의미, 순간과 삶, 유전과 환경, 성공과 행복, 현재와 미래, 자기 행복과 타인의 행복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균형과 확장이 가져다주는 의식의 자유로움을 통해 우리 모두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기원한다.” 최기홍 교수 역시 “우리는 감정과 이성의 밸런스를 잘 통합하는 과정에서 삶의 중요한 목표를 발견하고 추구할 수 있습니다”라고 역설한다.
 
두 책 중 무엇을 먼저 읽는 게 좋을지는 학자들도 쉽게 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일단 감정으로 인한 고통을 먼저 없애는 게 우선, 행복은 그다음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아파도 아프다 하지 못하면』과 『굿라이프』를 한꺼번에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신답게 되십시오(Be yourself). 당신답게 되려면, 당신을 공부하십시오.(Study yourself) 당신을 공부하면 당신은 심적 고통에서 벗어나고 지금의 당신보다 더욱 당신다운, 보다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Be happier)”
 
두 책은 자기 성장을 가로막는 원인에 대한 심리학 연구 성과의 대부분을 포괄하고 있다. 같은 심리학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아파도 아프다 하지 못하면』은 동양적·불교적, 『굿라이프』는 서양적·그리스도교적 문화 전통에 가깝다는 느낌을 준다. 항상 그렇듯이 판단이나 실생활 적용은 독자의 몫이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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