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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얕은 물에 갇힌 고래” 문재인

중앙선데이 2018.06.30 01:00 590호 35면 지면보기
강민석 논설위원

강민석 논설위원

삼봉(三峰) 정도전은 『심문천답』(心問天答·마음이 묻고 하늘이 답하다)이란 저술을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의 싱크탱크를 이끌었던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이 27일 삼봉의 저술에서 따온 『심천의 꿈』이란 책의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책에는 계파 갈등이 자유한국당 이상이었던 민주당 대표 시절 문 대통령의 알려지지 않은 얘기가 담겼다.  
 
2015년 2월 8일 야당 대표로 뽑힌 문 대통령은 내내 비문의 퇴진 공세에 시달렸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 대표가 퇴진하지 않으면 자기가 사퇴하겠다는 레퍼토리로 압박하곤 했다. 그는 친문 정청래 최고위원이 어느 날 “공갈치지 마라”고 하자 만류하는 문 대표의 손을 홱 뿌리치고 회의장을 떠나 108일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바로 그 썰렁한 회의장에서 어떤 여성 최고위원은 “경로당에서 인절미에 김칫국 먹으면서 부른 노래를 한 소절 불러드리겠다”면서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를 흥얼거렸다. ‘봉숭아 학당’의 끝판왕이었다. 문 대표가 사무총장을 친문으로 임명했다고 비문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무를 거부했다. 어떤 비문 의원은 2014년 7·30 재·보선 패배 책임을 문 대표의 ‘세월호 단식’ 탓으로 돌렸다. 문 대표는 그해 8월에 단식을 했는데도 말이다. 문 대표가 하는 것이면 어떤 것도 비문은 거부했고, 지구 온난화 책임까지 씌울 판이었다.  
 
조 원장이 그 ‘가혹한 시간의 어느 지점’에 문 대표를 만났다고 한다. 그가 “많이 힘드시지요”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자 문 대표가 내뱉듯 한 말이다.
 
“고래인들 얕은 물에 갇힌 바에야 무얼 할 수 있겠어요.” ‘얕은 물에 갇힌 고래’라는 이 말이 좀처럼 잊히지 않아 그날 밤 조 원장은 대양을 마음껏 헤엄치는 고래의 꿈을 꾸었다고 썼다.
 
계파 갈등은 정당의 모든 기능을 무력화시킨 뒤 극단적 결론을 맺는다. 당시 비문 측은 ‘문재인은 사당(私黨)역, 비주류는 분당(分黨)역, 안철수는 신당(新黨)역으로 간다’는 말을 대놓고 하고 다녔다. 실제로 ‘안철수+호남계열’의 이탈로 당이 쪼개졌다. 하지만 정치엔 반전이 따른다. 비문 탈당으로 민주당은 계파 갈등이 없는 정당이 됐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초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중이다. 만약 계파 갈등이 계속됐다면 봉숭아학당은 추억이 아니라 트라우마가 됐을 것이다. 그걸 보면 속병이 외상보다 무섭다. 고래를 물 위로 띄운 게 분당 사태임은 아이러니가 아니다.
 
강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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