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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생 뽑을 때 인성 따진다 … 일진 출신은 절대 사절

중앙선데이 2018.06.30 00:06 590호 4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아이돌은 어떻게 탄생하나
하이업엔터테인먼트 최진우 대표가 아이돌 선발 과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드매니저 출신인 그는 아이돌로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올바른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습생 커리큘럼에는 보컬과 춤 연습은 물론 외국어와 인성교육 시간까지 포함돼 있다. [신인섭 기자]

하이업엔터테인먼트 최진우 대표가 아이돌 선발 과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드매니저 출신인 그는 아이돌로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올바른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습생 커리큘럼에는 보컬과 춤 연습은 물론 외국어와 인성교육 시간까지 포함돼 있다. [신인섭 기자]

‘딴따라, 튀는, 잘 노는….’
 

최진우 하이업엔터 대표
과거 잘못된 행동 드러나면 낭패
SNS 계정까지 꼼꼼히 체크해야
노래·춤·외국어 남다른 노력 기울여

공연·관광 등 K팝 파급효과 엄청나
어린 학생들 인내하며 성장하는데
어른들 좀 더 따뜻하게 봐줬으면

아이돌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일반적인 시선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것만으로는 아이돌이 될 수 없는 시대다. 끼는 기본이고 여기에 피나는 노력과 착한 인성이 더해져야 한다. CJ E&M과 유명 프로듀서인 블랙아이드필승이 합작해 설립한 하이업엔터테인먼트의 최진우(34) 대표를 통해 요즘 아이돌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최 대표는 대학을 중퇴한 뒤 2006년부터 연예기획사에 몸을 담았다. 가수 박지윤·허각, 걸그룹 에이핑크 등의 로드매니저를 거쳐 기획사 대표에 올랐다. 덕분에 현장과 기획사 경영을 두루 안다는 평을 받는다. 메이저급 기획사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젊은 편이기도 하다.  
 
그는 “아이돌 연습생을 뽑을 때 ‘끼’ 못지않게 ‘인성’을 가장 눈여겨본다”고 했다. 아이돌의 작은 말 실수나 과거 부정적인 경력 등이 활동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연습생 선발 단계에서부터 인성 관련 사항들을 집중적으로 따져보고 개개인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계정까지 꼼꼼히 살펴보는 이유다. 이 때문에 요즘 연습생 선발 과정은 대기업 신입사원 선발 과정 못잖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 대표를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하이업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성을 강조하는 기획사 CEO답게 조심스럽고 겸손한 태도였다.
 
 
어려서부터 목적의식 강한 아이들이 성공
 
연습생 선발 절차를 소개해 달라.
“기획사별로 자체 오디션도 하지만 아이돌을 꿈꾸는 이들이 다니는 실용음악 학원을 통해 선발하기도 한다. 일단 카메라로 활동 내용을 담아와 가능성이 보이는지 살펴본 뒤 꼼꼼한 면접 절차 등을 거쳐 다시 골라낸다. 이 과정에서 뚜렷한 목표가 있는지, 학교 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등을 본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계정도 살펴본다. 일진 출신은 절대 사절이다. 활동 중 과거의 잘못된 행동이 알려지면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한 부분을 고스란히 날리게 되기 때문이다.”
 
인성이 좋아야 아이돌이 될 수 있단 얘기인가.
“아이돌 하면 ‘예쁘고 잘생겼는데 춤만 잘 추고 실력은 떨어진다’는 게 어른들의 시선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아이돌이 되는 친구는 어려서부터 대단히 목적의식이 강한 친구들이다. 아이돌이 되는 과정도 굉장히 힘들다. 노래와 춤 연습 못지않게 외국어·인성 교육도 받는다. 타이트한 육성 커리큘럼이 있다. 과거와 달리 학교생활도 꾸준히 해야 한다. 착한 인성은 기본이다.”
 
‘공장형 아이돌’에 대한 거부감이 큰데.
“아이돌도 사람인데 만든다고 되겠나. 어린 친구들이 커리큘럼을 잘 따라와 준 거다. 이들은 기계가 아니다. 다년간 쌓아 온 노하우와 시스템을 적용해 체계적으로 길러낸 거다. 고등학교 1학년 전후의 어린 학생들이 그만큼 노력하고 인내하기가 쉬운가.”
 
아이돌을 비롯한 K팝 산업 전망은.
“해외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을 알리는 데 K팝만 한 아이템이 없다. K팝 덕에 한국에 오려는 이들이 늘지 않나. 공연도 보고 아이돌 굿즈(Goods·상품)도 사겠지만 한국에 와서 밥을 먹고 관련 관광도 많이 하게 된다. K팝은 그 모든 활동의 시작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파급효과는 엄청나게 크다.”
 
해외 진출 준비는 어떻게 하나.
“요즘은 신인을 키워낼 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다. 중국을 겨냥하면 중국인 멤버를, 일본을 겨냥한 팀에는 일본인 멤버를 넣는다. 그리고 가장 기본은 언어다. 현지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에 따라 수익은 천차만별이다. 할리우드 스타가 한국말 한두 마디만 해도 다들 좋아하지 않나. 영어는 물론 일본어와 중국어 교육을 별도로 시킨다. 아이돌이 되려면 머리도 좋아야 하는 세상이다.”
 
국가별로 선호하는 아이돌 유형이 있나.
“중국은 빅뱅이나 EXO처럼 강한 스타일의 그룹을 좋아한다. 반면에 일본은 에이핑크나 트와이스·소녀시대처럼 아기자기한 걸그룹이 상대적으로 인기다. 팬 성향도 다르다. 중국은 아무래도 굵직한 공연 무대가 많다. 일본은 중국보다 시장은 작지만 팬의 충성도가 높다. 한번 좋아하면 쉽게 떠나지 않는다. 또 앨범 소장 등에 대한 열망이 크다. 일본 팬 중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앨범을 100~200장씩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포장 등을 다양화해 이들이 질리지 않도록 배려한다.”
 
 
아이돌은 이젠 반도체 못잖은 무역 첨병
 
아이돌 관련 수익구조는 어떤가.
“그룹마다 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남자 그룹은 해외 팬들 덕에 앨범 판매량이 많고 CF 광고 등은 여자 그룹이 유리하다. 요즘 가장 핫한 BTS는 음원이나 음반·광고·공연 등 모든 분야에서 인기일 테고. 비주얼이 좋은 일부 걸그룹은 앨범보다는 행사 수입이 압도적으로 많다. 일반적으로는 행사와 광고·앨범·굿즈·콘서트 등이 주요 수입원이다.”
 
외부 투자도 많이 받나.
“다양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창작이 기본인 만큼 성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자금이 많아졌으면 한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계 자본이 많았다. 그로 인해 일반 기업들처럼 기술 유출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었다. 과거엔 중국이 뮤직비디오 촬영이나 곡·안무 의뢰 등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의뢰가 확 줄었다. 우리 기술을 직간접적으로 가져간 때문이 아닌가 한다.”
 
따라잡힐 수 있겠다.
“아직은 한국이 단연 1등이다. K팝이란 게 한두 해 반짝해서 이뤄진 게 아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쌓여온 결과다. 외형적인 부분은 따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이다.”
 
목표가 있다면.
“일단 국내에서 인정받고 그 다음에 해외로 나가고 싶다. 대부분의 아이돌은 자신이 대한민국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이란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는 아이돌들에 대해 기성세대가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길 당부했다. 아이돌이란 오랜 시간에 걸친 노력의 결과물이면서 해외에 우리나라를 알리고 국부를 일궈내는 반도체 못잖은 첨병이란 의미에서였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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