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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대체복무 없는 병역법 헌법불합치"에 인권단체 환영

중앙일보 2018.06.28 15:37
헌법재판소 앞에서 군복을 입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을 주장하고 있는 시민. 오원석 기자

헌법재판소 앞에서 군복을 입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을 주장하고 있는 시민. 오원석 기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종류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
 
28일 오후 헌법재판소 앞에 모여 있던 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형사 처벌하는 것에 대한 헌재의 합헌·위헌 결정을 기다려온 이들이다. 징병제폐지를위한시민모임 활동가들과 여호와의증인 신도 등 40여명은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지금의 병역법을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한 헌재 결정을 환영했다.
 
이날 헌재는 병역법 제5조 제1항에 대해 재판관 6대 3(각하)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2019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입대 대신 선택할 수단이 마련될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입영거부를 처벌하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본문 제1호 및 제2호 대해서는 재판관 4(합헌)대 4(일부 위헌)대 1(각하)의 의견으로 합헌을 결정했다. 병역법 88조 1항은 입영 통지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입대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헌재 결정과 관련해 "현재 재판 중인 입영거부자들에 대한 판단은 개별 법원에 맡기되, 대체복무 수단을 마련하지 않은 병역법은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해 과거와는 다른 전향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임 소장은 "내가 입영거부로 2004년 수감돼 2005년 출소했는데 그로부터 13년 만의 결정"이라며 "수많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앞으로는 처벌을 면하고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량의 전과자를 낳지 않도록 바뀐 것과 우리나라가 인권선진국으로 한 걸음 나아간 것이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날 새벽 경기도 안성에서 첫 버스를 타고 왔다는 임모(48)씨는 "병역을 무조건 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체할 방법을 주면 의무를 다하겠다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진정성이 대중에 알려져 긍정적인 반응도 확산하고 있는 것 같다"며 "소수자 인권을 보호하는 기존과는 다른 결정이 나와 기쁘다"고 말했다. 임씨는 자신을 여호와의증인 신도라고 소개했다. 임씨 3형제는 모두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입대 대신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헌법재판소를 나오고 있는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 오원석 기자

헌법재판소를 나오고 있는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 오원석 기자

 
지난 2016년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지난해 4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홍정훈(28) 참여연대 활동가도 "헌재가 정한 시한 안에 입법부가 대체복무제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고, 현재 대법원에 올라가 있는 병역거부 관련 사건들까지 무죄가 나오게 되면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문제가 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개인적으로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커져 안심되고 종교적 신념이나 각자 양심에 따라 선택한 일이 존중받는 시대가 온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헌재 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병역거부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과 격한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헌재 앞에 군복을 입고 나와 1인시위를 벌인 이모(60)씨는 "특정 종교를 믿는 이들이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는 행위"라며 "국방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건강 등 특별한 사정이 아니라면 병역을 이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을 남자 아이의 학부형이라고 소개한 최모씨 역시 "병역거부에 대해 합헌이냐 위헌이냐 따지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며 "군대에 가고 싶어하는 이들이 어디 있겠느냐. 앞으로 남자아이들은 모두 여호와의증인 신도가 되려고 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흥석 변호사(전 고등군사법원장)는 "헌재 결정은 장기적으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것이 국가적 의무라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면서도 "현역으로 복무 중인 이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대체복무제 인정 범위를 논의해야 한다. 현재 안보 현실에서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에 안보 구멍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오원석·여성국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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