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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밑거름 되려한 지도자” JP, 부여 아내 곁에 잠들다

중앙일보 2018.06.28 01:05 종합 8면 지면보기
김종필 전 총리의 영결식이 27일 엄수됐다. 유가족들이 김 전 총리의 영정을 들고 서울 청구동 자택 침실에 들어서고 있다. 2015년까지 박영옥 여사와 사용한 침실에 박 여사의 사진이 가득하다. [장진영 기자]

김종필 전 총리의 영결식이 27일 엄수됐다. 유가족들이 김 전 총리의 영정을 들고 서울 청구동 자택 침실에 들어서고 있다. 2015년까지 박영옥 여사와 사용한 침실에 박 여사의 사진이 가득하다. [장진영 기자]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발인과 영결식이 열린 27일 오전 6시30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강창희 전 국회의장, 이한동 전 국무총리, 심대평 전 충남지사 등 추모객 250여 명이 현대 정치사 거목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5일장 동안 유족과 함께 상주 역할을 한 자유한국당 정우택·정진석 의원은 눈 실핏줄이 터져 충혈된 모습이었다.
 

250여 명 추모 속 발인·영결식
나카소네 아들, 부친 대신 조사 낭독
정부·여권 인사들은 참석 안 해
JP 유해, 자택서 노제 뒤 모교 들러

발인제는 JP의 유족 30여 명과 추모객이 참석한 채 엄숙하게 진행됐다. 장례식장 1층에 마련된 영결식장으로 이동할 때 JP의 손자들이 위패, 영정, 청와대가 추서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들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보낸 태극기로 감싼 관이 뒤이어 영결식장에 들어왔다. JP의 딸 예리씨는 가슴을 치며 흐느껴 울었고 아들 진씨는 시선을 관에 고정한 채 허망한 듯 응시했다.
 
김진봉 운정재단 이사장은 JP의 약력을 낭독하면서 “김 전 총리는 1961년 군사혁명 주도 이후 40여 년간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정치의 중대한 지도자였다. 조국 근대화를 위해 꽃보다는 밑거름이 되겠다며 강력한 정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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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위원장인 이한동 전 총리는 조사를 통해 “조국 근대화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지도자”라며 “산업화의 기반 위에 민주화의 싹이 틀 수 있도록 했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현해탄을 건너온 일본 인사들도 눈에 띄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의 아들 나카소네 히로후미 참의원은 영결식에서 부친의 조사를 대신 낭독했다. 히로후미 참의원은 “전후(戰後) 혼란 속에서 조국의 부흥과 경제 발전을 위해 마음 편한 날 없이 살아온 생애였다”고 고인을 기억한 뒤 “한국과 일본의 수교는 JP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선생님의 공적은 양국 국민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그룹 와타나베 쓰네오 대표이사 주필은 전날 조문을 하며 빈소를 찾았다.
 
영결식 직후 JP의 유해를 실은 운구차가 오전 8시50분쯤 고인이 머물렀던 청구동 자택으로 향해 유족과 시민 100여 명이 노제를 지냈다. 이어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마친 뒤 운구차는 충남으로 이동, JP가 졸업한 공주고와 부여초를 방문했다. 운구차가 공주고 교정을 빠져나갈 때 동문들이 재학생들의 연주에 맞춰 교가를 부르며 JP를 배웅했다.
 
김종필 전 총리의 유해가 부인 고 박영옥 여사의 유골함 옆에 안치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종필 전 총리의 유해가 부인 고 박영옥 여사의 유골함 옆에 안치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오후 3시20분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 가족묘원에 도착한 JP의 유골함은 분향소 옆에 마련된 납골당에 안치됐다. 2015년 2월 세상을 떠난 부인 고 박영옥 여사가 잠들어 있는 자리다. 유가족은 고인의 유골함을 조심스럽게 봉안했고 유골함을 쓰다듬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부부가 합동 봉안된 납골당 묘비에는 JP가 생전에 직접 쓴 묘비명이 적혔다. “생각이 바르면 사악함이 없다는 생각을 인생의 도리로 삼고 한평생 어기지 않고 살았다”며 “국리민복, 국태민안을 구현하기 위하여 헌신전력했다”는 내용이다. 유골함 봉안이 끝나자 참석자들 사이에선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안장식은 JP 부부가 함께 잠든 봉안당을 커다란 둥근 돌문으로 봉안하고 분향소에서 평토제를 지내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이날 영결식에 정부·여당 인사는 보이지 않았다. JP에 대한 훈장 추서 논란 때 보수와 진보의 이념대결 구도를 한 차례 드러낸 뒤 다시 펼쳐진 씁쓸한 풍경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JP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해 통합의 정치를 보여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25일 빈소를 찾았던 권노갑 민주평화당 상임고문은 “문 대통령은 2015년 JP의 부인 박영옥 여사가 돌아가셨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위치로 조문을 갔었는데 이번에도 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공주·부여=신진호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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