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북구 송천동에서 응원을 나온 권병기(71)ㆍ김유희(69)씨 부부. 여성국 기자
27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 대학 친구 김인권(22)씨와 같이 나왔다는 여대생 이다현(22)씨는 태극 전사들에 대한 격려를 잊지 않았다.
1차전 스웨덴 전과 2차전 멕시코 전 패배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실낱같은 16강 진출 희망을 놓지 않은 시민들은 이날 독일과의 경기 시간인 오후 11시(한국시간) 이전부터 일찌감치 광화문광장과 시청 앞 광장에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난 월드컵 우승팀이자 국제축구협회(FIFA) 랭킹 1위인 독일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시민들은 태극 전사들에게 ‘투혼’을 요청했다. 서울시와 축구협회는 지난 조별 경기들과 마찬 가지로 광화문 광장에 500인치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서울 강북구 송천동에서 아내 김유희(69)씨와 함께 거리 응원을 나왔다는 권병기(71)씨는 “축구 팬으로서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를 응원하러 나왔다”며 “언론에서는 이길 확률이 적다고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 대표팀은 1등이다”고 말했다. 권씨가 “진짜로 이기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하자 아내 김씨는 “우리가 응원하면 그 힘으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고3 수험생이지만 거리 응원을 나온 김태종ㆍ박종희ㆍ이승준(18)군. 여성국 기자

서울 광화문 광장에 거리응원을 나온 고정연(24)씨와 친구 김모(24)씨. 성지원 기자.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근과 영동대로에서도 거리응원이 펼쳐졌다. 지난 스웨덴, 멕시코 전과 마찬가지로 6차로를 통제하고 오후 7시부터 시민들의 입장이 시작됐다. 후원사인 현대자동차 홍보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2패를 하고 난 뒤라 사람들이 많이 안 올 거라고 예상해 스크린을 2개에서 1개로 축소하고 응원 구역도 일부 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5시 30분부터 시민들이 줄을 서기 시작해 예상보다 더 많은 인원이 응집했다. 오후 9시부터는 그룹 마마무와 장미여관, 우주 소녀 등의 응원 공연이 이어져 경기를 기다리는 시민들과 함께 했다.

캡틴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응원을 나온 회사원 김승호씨. 허정원 기자.
서울시는 이날 거리 응원에 참가한 시민들을 위해 경기 종료 시간대 지하철과 버스를 임시로 추가 편성했다. 한편, 인천·수원·전주 월드컵 경기장과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 등에서도 시민들은 대표팀을 응원했다.
여성국·성지원·허정원 기자 yu.sungk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