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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한인 5만명 안돼도 교회는 200곳···왜 이리 많나

중앙일보 2018.06.27 15:00
[더,오래] 주호석의 이민스토리(18) 
어느 나라 출신이든 이민자가 정착지에 들어오면 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몇 가지 있습니다. 거주할 집을 마련하는 일, 학생 자녀가 있는 경우 학교를 선택해 등록하는 일, 거래은행을 선택해 계좌를 개설하는 일, 자동차를 사는 일 등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한인 이민자의 경우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교회를 선택하는 일입니다. 물론 무신론자는 말할 것도 없고 불교 신자나 가톨릭 신자는 그럴 필요가 없겠지요. 하지만 기독교 신자의 경우 수많은 교회 중에서 자신의 신앙생활에 적합한 교회를 찾는 일이 그리 간단치가 않습니다.
 
주위에서 보면 어떤 사람은 가까운 지인을 통해 쉽게 교회를 정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여러 교회를 순례하듯 다니며 예배를 본 다음 마음에 드는 교회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또 어느 정도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고 한인과의 교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처음부터 아예 한인교회가 아닌 서양교회를 선택해 신앙생활을 합니다.
 
이민자의 친교 장소 역할 하는 교회  
신규 이민자들 대부분이 교회를 통해 친구나 이웃을 사귀고, 이민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든다. [사진 pxhere]

신규 이민자들 대부분이 교회를 통해 친구나 이웃을 사귀고, 이민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든다. [사진 pxhere]

 
또 이민 오기 전엔 종교 자체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던 사람도 이민 와서는 교회를 찾기도 합니다. 낯선 땅에 와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물정도 어두운 상태에서 마음을 의지할 곳으로 교회만 한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교회에 가면 우선 안면이 없더라도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또 초면이라도 모두 반갑게 맞이해줍니다.
 
이렇게 대부분의 이민자가 이민 초기에 교회를 찾는 일에 공을 들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민사회에서 교회는 단순히 신앙생활을 하기 위한 기능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신규 이민자들 대부분이 교회를 통해 더불어 살아갈 친구나 이웃을 사귀고, 이민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가 하면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지요. 평소에 거의 혼자 지내다가 주일에 교회에 나가 비로소 한인들을 만나고 어울립니다. 나아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같은 교회 교인들로부터 크고 작은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서양교회와 달리 대부분의 한인교회는 친교 시간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예배를 마치고 다과나 식사를 함께하는 교회가 많습니다. 그런 시간은 교인들 간에 결속력을 강화하고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데 큰 도움이 되고는 합니다. 어찌 보면 이민사회에서의 교회는 이민자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이민 선배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어느 도시에서든, 특히 한인 이민사회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초기에 교회의 역할이 매우 크고 중요했다고 합니다. 교회를 중심으로 한인사회가 뭉치고 한인 커뮤니티를 개척해나갔다는 것입니다. 
 
교회는 단순히 신앙생활을 하기 위한 기능뿐만 아니라 여러 활동을 함께 하며 한인사회가 뭉치고 한인 커뮤니티를 개척해나갈수있게 해준다. [사진 pxhere]

교회는 단순히 신앙생활을 하기 위한 기능뿐만 아니라 여러 활동을 함께 하며 한인사회가 뭉치고 한인 커뮤니티를 개척해나갈수있게 해준다. [사진 pxhere]

 
그런 의미에서 이민사회의 교회는 이민자 개개인의 현지 정착에 큰 도움을 주어왔을 뿐 아니라 한인 이민사회 전체의 단합과 발전에도 기여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이민사회에서 교회의 역할이 크다 보니 한인 커뮤니티에는 교회가 유난히 많습니다. 밴쿠버의 경우 한인 인구가 5만명이 채 안 되는데 교회는 2백여개에 달한 적도 있습니다. 
 
물론 교회 숫자가 많다 해서 그것을 무조건 나쁘게 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교인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기독교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교인 간, 교회 간 갈등 해결이 숙제  
문제는 교회가 난립해 있다 보니 교회 간 또는 교인 간에 갈등이 일어 한인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사실입니다. 교회 내에 파벌이 생겨 결국 교회가 분열되기도 하고 같은 교회에 다니는 교인 사이에서 빚어지는 이런저런 일로 마음의 상처를 받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원래의 목적인 개인별 신앙생활 자체보다 다른 목적에 치중하는 경우 서로 간의 갈등을 유발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교회 역시 사람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갈등과 모순이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의 위로를 받고 평안을 찾기 위해 찾는 곳이 교회인데,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주호석 밴쿠버 중앙일보 편집위원 genman2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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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석 주호석 밴쿠버 중앙일보 편집위원 필진

[주호석의 이민스토리] 많은 사람이 한국을 떠나 이민을 하고 싶어합니다. 쓸데없는 일로 스트레스받지 않고, 자녀 공부 때문에 골머리 아프지 않고, 노후 걱정할 필요 없는 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꿈을 꾸면서 말입니다. 그러면 그런 꿈을 안고 이미 한국을 떠나온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더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요. 캐나다 이민 17년 차의 눈으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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