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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중앙일보 2018.06.27 01:35 종합 28면 지면보기
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외로움을 담당하는 장관이 영국에 생겼다는 흥미로운 소식을 얼마 전에 접했다. 외로움으로 인해 고통받는 영국인들이 무려 9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외로움이 주는 정신적인 고통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정도의 해를 우리 몸에 끼친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나라도 내년이면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비중이 가장 높아진다고 한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젊은 미혼자뿐 아니라 연세 드신 분들도 혼자 사는 경우가 크게 증가해 일주일 내내 그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고 살다 고독하게 사망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난다고 하니 비단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활동을 하는 한 누구나 가면을 쓰게 마련이다
관계 맺기 원한다면 가면 뒤 자신의 실제 보여줘야

그런데 지난 토요일 오후, 불현듯 외로움이 나에게도 찾아왔다. 모처럼 쉬는 날이고 날씨도 참 좋았는데 그 누구를 만날 일도, 연락 오는 곳도 없었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 이렇게 텅 빈 시간이 주어지면 보통은 독서나 운동 같은 것을 하며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편인데 그날은 좀 이상했다. 물론 도반 스님에게 식사를 같이하자고 연락하면 외로움으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있겠지만 그날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왠지 이번만큼은 외로움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없는지 찾아내고 싶었다.
 
우선 외로움의 근본 원인이 궁금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누군가 함께할 사람이 옆에 없어서 외롭다고 말한다. 즉 외로운 이유가 혼자라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깊이 들여다보면 이것을 궁극적인 원인이라고 규정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왜냐면 누군가 함께 있어도 외롭다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처럼 외로움은 혼자가 아닌 곁에 누가 있어도 찾아오는 것이기에 꼭 사람이 옆에 있으면 외롭지 않다는 법은 없다.
 
또한 만약에 혼자 있는 것이 외로움을 만들어내는 근본 원인이라고 한다면 혼자 있는 시간은 항상 외로움의 고통을 동반해야 하는데, 실제로 보면 그렇지 같다. 나만 해도 혼자 있는 시간이 선물 같이 느껴질 때가 훨씬 더 많다.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오히려 혼자 있으니 남 눈치 안 봐도 되고 마음 편하고 자유롭다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외로움의 원인은 단순히 혼자여서 그렇다고 말하기엔 어렵다.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근본 원인일까? 계속해서 마음을 들여다보니 외로움에 대한 작은 알아차림이 있었는데 바로 ‘외롭다는 생각’이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 더 행복할 것 같은데 같이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면 외로운 느낌이 생겨났다. 그 생각이 없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그 한 생각을 일으키면 혼자 있는 지금에 결핍감이 생기면서 문제가 되어버린다. 이런 생각은 일이 없이 한가로운 경우에 많이 올라온다. 한가롭고 심심한 것을 외롭다고 해석해버리면서 혼자 있는 지금을 힘들고 피해야 하는 시간으로 만들어버린다. 즉 외로움의 정체는 혼자라는 외적 상황이 아닌 혼자여서 문제라는 내면의 생각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결국 상황이 아니고 생각이 우리를 괴롭힌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외로운 경우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같이 있어도 외로운 경우는 그 안에서 내 편이 없다고 느끼거나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낄 때, 혹은 내가 여기에 속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주로 찾아오는 것 같다. 즉, 사람들과의 연결감이 부재할 때 외로움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연결감을 회복해 외로움을 극복할 수가 있을까?
 
근본적인 방법은 자신의 가면 뒤에 있는 실제의 모습을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사회 활동을 하는 한 누구나 어느 정도의 가면을 쓰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람과의 깊은 관계 맺기를 희망한다면 때로는 가면을 내려놓고 자신의 약한 모습, 아이같이 편한 모습, 진실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상대도 어렵지 않게 자기 가면을 내려놓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신만 특별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거나, 반대로 남보다 열등하다고 느끼면 그 가면을 더욱더 공고히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사람 사는 일은 다 거기서 거기다. 결코 나만 그렇게 힘들지도 나만 그렇게 잘나지도 않았다.
 
만약 정말로 주변에 함께할 사람이 없다고 느낀다면 스스로 찾아 나서는 것도 좋다. 독서 모임, 공부 모임, 운동모임처럼 자기 성장이 있는 소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어르신의 경우 복지관에서 새롭게 뭔가를 배우거나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50플러스 학교 등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약간의 노력과 처음의 불편한 느낌을 이겨내면 이내 같이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 핸드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보면서 최근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에게 먼저 연락해보길 권한다. 왜냐면 우리는 친구가 없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고 연락을 내가 먼저 하지 않아서 외롭기 때문이다.
 
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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