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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의 러시아 통신] 오늘 밤 독일전, 작전명은 ‘미션 임파서블’

중앙일보 2018.06.27 00:02 경제 10면 지면보기
장현수(가운데) 등 한국 축구 대표선수들이 독일과의 3차전을 앞둔 25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쿠스 스타디움에서 몸을 풀고 있다. 2패를 기록한 한국은 독일을 이겨야만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임현동 기자]

장현수(가운데) 등 한국 축구 대표선수들이 독일과의 3차전을 앞둔 25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쿠스 스타디움에서 몸을 풀고 있다. 2패를 기록한 한국은 독일을 이겨야만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임현동 기자]

독일전을 이틀 앞둔 2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축구대표팀 베이스 캠프. 미드필더 주세종(아산)과 문선민(인천)의 인터뷰가 한창 진행 중인 기자회견장에 독일인 기자가 나타나 질문을 하겠다며 손을 번쩍 들었다. “한국이 독일을 이기고 16강에 진출하는 건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불가능한 임무)’이라 여겨지는데, 선수의 생각이 궁금하다.”
 

우승후보 세계 1위 독일 힘든 상대
‘2-0 승’보다 ‘0-7 패’ 베팅이 우세
한국은 팀워크와 스피드로 승부
빠른 손흥민·황희찬 활용해야

한국인 취재진으로 가득한 기자회견장이 일순 조용해졌다. 답변에 나선 문선민은 “독일은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이다. 그 팀과 경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감회가 새롭다”면서 “좋은 선수들과 대결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다”고 질문의 핵심을 살짝 피해갔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23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23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7일 밤 11시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독일과의 러시아 월드컵 본선 F조 3차전은 여러 가지 의미로 ‘미션 임파서블’이라 부를 수 있는 경기다.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이며,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정상에 올랐던 팀이다. 브라질 대회를 포함해 4회 연속 월드컵 4강에 이름을 올렸다. 유럽축구 이적 전문사이트 ‘트란스퍼마르크트’가 집계한 최종 엔트리 23명의 시장 가치 총액은 10억3000만 달러(1조1460억원)나 된다. 9690만 달러(1078억원)인 우리나라 선수단 몸값 총액의 11배에 이르는 액수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득점왕 출신인 잉글랜드 축구의 레전드 게리 리네커가 “축구는 90분간 22명의 선수가 열심히 뛰어다닌 뒤 결국은 독일이 우승하는 스포츠”라는 말을 남겼다는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빌드업에 능한 독일의 중앙 수비수 제롬 보아텡(바이에른 뮌헨)이 경고 누적으로 한국전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뉴스가 쏟아져 나왔지만, 사실 큰 감흥은 없다. 냉정히 말해 보아텡 한 명 빠졌다고 주저앉을 독일이 아니다. 수비수 마츠 훔멜스(바이에른 뮌헨)의 목 부상도, 미드필더 세바스티안 루디(바이에른 뮌헨)의 코 부상도 마찬가지다.
 
그 무시무시한 독일을 이겨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16강 진출 가능성을 따져볼 기회가 생긴다. 최종전에서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아준다는 가정 아래 신태용호가 독일에 두 골 차로 승리하면 멕시코와 함께 조 2위로 16강에 올라갈 수 있다. 혹여 멕시코가 스웨덴에 두 골 차 이상으로 이기면 독일에 1-0으로 이겨도 된다. 월드컵 본선이 32강 체제로 확대 개편된 1998 프랑스 대회 이후 1승2패로 16강에 오른 경우는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다. 2패인 우리나라에게 여전히 16강에 오를 여지가 남은 것만으로도 천우신조다. 쉽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월드컵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기회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과 F조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를 독일 대표팀의 토마스 뮐러(왼쪽), 메주트 외질(가운데), 티모 베르너(오른쪽) 등 선수들이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인근 바투틴키 CSKA 스포츠단지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러닝으로 몸을 풀고 있다.[연합뉴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과 F조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를 독일 대표팀의 토마스 뮐러(왼쪽), 메주트 외질(가운데), 티모 베르너(오른쪽) 등 선수들이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인근 바투틴키 CSKA 스포츠단지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러닝으로 몸을 풀고 있다.[연합뉴스]

 
월드컵 현장에서 취재하며 체감한, 우리 대표팀이 독일에 앞서는 요소는 딱 두 가지다. 전술적으로는 스피드다. 체격, 기술, 압박, 조직력, 골 결정력, 심지어 골 세리머니 창의성마저도 독일에 뒤처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앞서는 게 속도다. 활발한 오버래핑이 주특기인 오른쪽 풀백 조슈아 키미히(바이에른 뮌헨) 정도를 제외하면 독일 수비진에서 손흥민(토트넘), 문선민, 황희찬(잘츠부르크), 이승우(헬라스베로나)의 공간 침투를 달리기로 막아낼 수 있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독일 포백 라인이 우리와 경기하며 수비적으로 내려설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역습 찬스에서 두세 명이 동시에 위험지역을 파고들면 슈팅 찬스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득점으로 연결하진 못했지만,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에서도 역습에 의한 속공으로 좋은 장면을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 우리 대표팀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신태용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의 스피드를 살릴 묘안을 짜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축구대표팀 기성용과 박주호가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를 이틀 앞둔 25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훈련에서 부상으로 훈련에 참가하지 못하고 벤치로 향하고 있다. 조별리그 1, 2차전을 모두 패한 신태용호는 오는 27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카잔 아레나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 16강 진출의 명운을 건 끝장 승부를 펼친다. [뉴스1]

축구대표팀 기성용과 박주호가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를 이틀 앞둔 25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훈련에서 부상으로 훈련에 참가하지 못하고 벤치로 향하고 있다. 조별리그 1, 2차전을 모두 패한 신태용호는 오는 27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카잔 아레나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 16강 진출의 명운을 건 끝장 승부를 펼친다. [뉴스1]

 
독일보다 앞선 또 한가지는 23명 선수들의 유대감과 단결력이다. 베이스 캠프에서 마지막 훈련이던 25일, 두 명의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수비수 박주호(울산)였다. 부상으로 인해 이번 대회에 더 이상 출전할 수 없지만, 두 선수는 숙소 호텔에 남지 않고 선수단과 함께 베이스 캠프 훈련장을 찾았다. 동료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격려하는 두 선수의 뒷모습이 먼발치에서 보기에도 짠했다. 인터뷰장에 나선 선수들은 “기성용과 박주호가 함께 있어서 든든하다”고 입을 모은다. 선수들의 표정이나 눈빛을 보면 적어도 빈말은 아닌 듯하다.
 
독일 선수단 내부 공기는 좀 다른 모양이다. 지난 18일 멕시코전 패배(0-1)를 계기로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 멤버와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 멤버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팀 스포츠인 축구에서 내부 갈등은 몰락의 신호탄이다. 유로 2008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까지 세 번의 메이저 대회를 연속 우승한 ‘무적함대’ 스페인도 바르셀로나파와 레알 마드리드파로 나뉘어 갈등하던 시절엔 ‘모래알 군단’에 불과했다.
 
‘벳365’라는 베팅 사이트는 한국이 독일에 2-0으로 승리할 확률보다 0-7로 대패할 확률이 더 높다고 봤다. 한국이 2-0 승리할 경우 배당률을 80대1로 정했지만 0-7로 질 때 배당률을 66대1로 오히려 더 낮게 잡았다. 배당률이 낮을수록 실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한국의 2-0 승리에 만원을 베팅한 사람은 맞히면 80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0-7 패배에 만원을 건 사람은 맞히면 66만원만 가져갈 수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경기 일정(6/27)

2018 러시아 월드컵 경기 일정(6/27)

자존심 상하지만 우리가 독일에 이길 가능성보다는 질 확률이 더 높은 게 사실이다. 그래도 우리가 앞장서서 “0-7로 완패할 것”이라고 깎아내리는 일은 없길 바란다. 축구는 98가지 약점이 있어도 두 가지 장점을 극대화하면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스포츠다. ‘스피드’와 ‘단결력’이라는 어찌 보면 보잘것없는 두 장점이 기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카잔에서>
 
송지훈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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