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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탐]가이세키부터 전세탕까지 '나홀로 료칸' 실전편

중앙일보 2018.06.26 05:00
안녕하세요. 나홀로 알뜰 료칸여행 [준비편]에 이어 다시 찾아뵙습니다. 중앙일보 디지털콘텐트랩의 조혜경 기자입니다.
 
[준비편]에서는 혼자 갈 만한 일본 온천마을을 검색하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는 법, 송영버스를 탈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설명해 드렸어요. 이제 [실전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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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편]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휴가철을 맞아 일본으로 가는 한국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네요(월 60만명을 넘기게 되려나요). 특히 4일 이상 일정으로 다녀오시는 경우, 하루쯤은 온천 마을에 들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나 목욕하며 쉬어도 되겠니?

나 목욕하며 쉬어도 되겠니?

 
그런데 후기를 보면 실망하시는 분들도 점점 늘고 있는 것 같아요. '가격 대비 서비스가 그저 그랬다'라거나 '호젓함을 기대하고 갔는데 너무 북적였다'던가. 해서 [실전편]에서는 나의 가용예산 안에서 '가장 좋은 온천료칸 경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지금부터는 편하게 '~다' 체로 쓰겠습니다)
 
나 휴가 가도 되겠니?

나 휴가 가도 되겠니?

 
 
3.  '나 홀로'가 편한 온천마을은 어디?
 
가격과 심신, 양 측면에서 유명 온천마을보다 중소마을을 공략하는 게 유리하다. 특히 유명 온천마을 인근에 있는 중소마을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비교적 싼 가격에 1인에게 후한 옵션을 제공하는 곳이 많다.
 
TV에 자주 등장해 유명한 도쿄 근처 하코네 온천의 경우를 보자. 참고로 아래 지도에는 일본료칸협회 공식 회원인 료칸들만이 소개돼 있다. 실제로는 지도에 표시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료칸이 있다. 예약사이트 등을 참고하자. 자란넷 등 일본 예약사이트에서 예약을 진행할 경우 사진도 꼼꼼히 살펴보자. 유명한 곳 사진 몇장만 있는 해외 호텔과는 달리 일본 료칸들은 대부분 객실과 시설 사진들이 수십장 있다. 손님들이 한 장 한 장 살펴보며 료칸이 어떤지 가늠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한국인이 많이 가는 하코네 근처 료칸들.

 
지도를 보면 하코네는 1인이 예약할 수 있는 료칸(빨간 동그라미) 비율이 지극히 낮다. 1인 가격과 2인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숙박 가능한 곳이라도 대부분 1인 가격이 2인가의 80% 내외로 형성돼 있다. 아침·저녁 식사가 포함된 1박 비용으로 약 30만원 정도를 각오하는 것이 좋다. 
 

하코네 아래 쪽에 위치한 유가와라와 아타미 온천. 1인 숙박 가능 업소가 상대적으로 많다.

 
하코네 아래 유가와라 온천과 아타미 온천 마을을 보자. 두 곳 모두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유명한 곳이지만, 하코네나 유후인(규슈)만큼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다. 두 마을에는 빨간 동그라미, 즉 1인 숙박 가능 업소의 비율이 하코네보다 높다. 또 아침·저녁 식사를 포함해 1인당 20만 원대로 묵을 수 있는 곳들이 꽤 있다. 더 상세한 정보를 원하면 이미지를 클릭해 인터랙티브 지도에서 대략적인 가격을 살펴보자. 오른쪽 '시작가' 필터를 움직이면 일정 금액 이상 혹은 이하의 료칸만 볼 수도 있다.  
 
도쿄에서 신칸센 등을 타면 이런 온천마을을 꽤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다. 뭘 타야할 지 모르겠으면 스마트폰에서 구글맵 어플을 다운받아 료칸 이름을 입력하면 된다. 어느 역에서 무슨 선을 타야 하는지, 몇시마다 열차가 있고 얼마나 걸리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역에서 내리는 시간이 무려 '분' 단위로 정확하게 나와, 일본어 안내방송을 잘 알아듣지 못해도 내릴 역을 지나치지 않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꼭 확인하자.
 
이 기사를 쓰는데 생각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다. 후아.

이 기사를 쓰는데 생각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다. 후아.

 
'혼여'족에게 작은 온천마을이 좋은 이유는 또 있다.
 
① 대욕장에서 비교적 사람들을 마주치지 않을 수 있다
② 아침 식사 때 또다른 한국인 가족·커플을 안 만날 수 있다. 
 
커플이나 가족이 아닌 '혼여'족이 료칸에서 다른 한국인 관광객을 만나면 여러모로 위축되거나 민망한 상황이 생긴다. 가령 조식은 모든 투숙객들이 식당에 모여 먹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한국인 커플을 만나면 약 95.7%의 확률(믿거나 말거나)로 "오빠, 저 여자 혼자 왔나 봐"라고 속삭이는 걸 들을 수 있다. 이런 일은 특히 하코네나 유후인의 꽤 유명한 온천 료칸에서 많이 생긴다.
 
중소 온천마을은 외국인 관광객 자체가 많지 않아 이런 상황을 만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나 홀로 외국인'인 경우 식당에서도 제법 마음 편하게 술을 시켜 먹거나 (일본어가 가능하다면) 식재료가 뭔지 물어볼 수도 있다.
 
일본어는 못하지만 전세탕은 가고 싶다!
온천 료칸이라면 혼자 호젓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절온천'(가족탕, 대절탕 등 부르는 명칭이 다양하나, 대절온천이라고 하면 알아듣는다)이 딸려 있을 확률이 높다. 보통 50분 동안 탕을 빌려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크기는 보통 욕조 3~5개를 붙여놓은 크기 정도랄까. 그다지 크지는 않다.  
 
문제는 예약할 때 이용 여부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리 물어봐도 "당일에 와서 예약하세요"라고 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쩔 수 없이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다. 미리 노트나 스마트폰에 메모를 해가는 것도 좋다. 체크인할 때(그러니까 직원이 로비 라운지에서 이것저것 안내해줄 때) 이렇게 말하면 된다.
 
'카시키리 온센(かしきり·貸切温泉)'
 
뒤에는 각자 능력에 따라 '요야쿠 시타이데스가'(예약하고 싶습니다만) '오네가이시마스가'(부탁합니다만) '데키마스까'(됩니까?) 등을 붙이면 된다. 자신이 없다면 그냥 '카시키리 온센'만 외워도 충분하다.
카시키리. 카시키리. 카시키리.

카시키리. 카시키리. 카시키리.

 
그러면 체크인을 도와주는 직원이 '하이'라고 답하며 시간표가 적힌 종이를 가져올 것이다. 보통 그날 오후부터 저녁, 다음날 아침 시간 중 한번을 빌릴 수 있으며, 빈 시간에만 예약을 할 수 있다. 이후 한참 동안 일본어로 설명을 할 텐데 보통 "50분 동안 이용이 가능하며, 입장 시간 전에 카운터로 키를 받으러 와라. 위치는 어디다. 퇴장 시간 전까지 반드시 퇴장을 부탁한다"란 말들을 한다. 못 알아들은 표정을 지으면 다시 한번 설명을 하려고 하니 환하게 웃으며 '알았다'고 하자(^^).

맥주나 먹을 거리를 챙겨가도 될까? 일본인 중에도 챙겨가는 사람이 있다(챙겨가서 먹는다고 크게 한국인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원래 입욕 중 음주는 안된다. 
 
 
이밖에도 료칸에서 종종 듣게 되는 단어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오쇼쿠지(식사) → 식사 준비는 언제 하겠다, 혹은 어디서 먹으면 된다 등의 의미다.
후통(이불) → 밥먹고 오면 이불을 깔아준다는 의미다. 고맙다고 말하거나 고맙다는 눈인사나 미소를 지어주면 된다.
오카시(과자) → 체크인할 때 그 지역 특산 과자 같은 걸 주는데 거기서만 파는 것이니 먹어보길 권한다. 료칸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로비 옆 매점에서 박스로 판다. 집에 돌아갈 때 기념품으로도 훌륭하다. 일본인들이 여행 다녀와서 지역 토산품(오미야게)를 선물로 주는 문화가 여기에서 왔다.
비루(맥주) → 비어라고 하면 알아듣지 못하므로 유의하자.
오미즈(물) → 워터라고 하면 혼란스러워한다. 물을 마시기가 이렇게 힘든 것인가, 회의감이 들 수 있다.  
니혼슈(일본술) → 대부분의 지역에 그 지역 니혼슈가 있다. 술이 세다면 맛보자. '사케'라고 하면 역시 혼란스러워하므로 '니혼슈'라고 하자.
 
당신이 일본어를 할 수 있다고 해도 실력이 초급 수준이면 료칸 직원들이 하는 말을 못 알아 들을 수 있다. 직원들은 손님에게 평어가 아니라 존대어를 쓰기 때문이다. 그러니 혹 못 알아듣더라도 스트레스 받지 말자. 일본어로 대화를 못해도 충분히 즐겁게 지내다 올 수 있다. 
 
4. 료칸에서 밥 안 먹으면 안되나요?
 
여행을 가서 무엇을 하든 본인의 자유지만, 료칸에 묵으며 식사를 안 하고 왔다는 소리를 들으면 왠지 슬퍼진다. 료칸의 백미는 식사이기 때문이다(뭐래, 온천이 아니고?).  
 
도대체 왜 그랬다는 거니...

도대체 왜 그랬다는 거니...

 
일본 각지의 료칸은 각 지방 제철 채소와 어패류(가끔 고기)로 만든 요리를 낸다. 이를테면 소고기(히다규)로 유명한 히다 지역(나고야 옆. 게로온천이 대표적으로 유명하다.)  저녁 식사에 반드시 소고기구이가 세점 정도 나오는 식이다. 반면 바닷가에 면한 료칸들은 도미(타이)찜 요리, 게로 유명한 홋카이도 료칸들은 계절과 가격이 맞으면 게 요리를 잘 낸다. 산 중턱에 있는 료칸들은 여름-가을에 은어구이 메뉴가 꼭 있다.  
 
효고 아리마 온천의 겟세이 료칸 음식.
효고 아리마 온천의 겟세이 료칸 음식.
다양한 요리가 조금씩 나오는 편.
다양한 요리가 조금씩 나오는 편.
그 지역 특산 니혼슈(일본술)를 팔고 있으므로 참고하자.
그 지역 특산 니혼슈(일본술)를 팔고 있으므로 참고하자.
 
교토 지방의 최고급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 가이세키 식사를 내는 교토의 료칸들은 온천이 없는데도 숙박 가격이 1인당 50만원 대에 육박한다. 그래서 교토의 료칸들은 특별히 ‘요리 료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못 보던 식재료가 너무 많아!

못 보던 식재료가 너무 많아!

 
어디가 됐든 료칸 식사는 웬만한 식당에서 먹는 것 이상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어차피 '혼여'를 하면 혼자 고기를 굽거나 회를 먹기가 망설여질 수 있기 때문에 료칸에서 식사를 하는 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식사 없는 료칸 옵션을 ‘앙꼬 빠진 찐빵’ 비슷하게 여긴다.  
 
하코네, 유후인은 신생 료칸?
2년 전, 일본 기후 지역의 게로 온천에 갔을 때 이야기다. 길거리 공용 족욕탕에서 발을 담그고 있는데 느닷없이 아이를 데리고 온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일본인들의 성향을 생각하면 무척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료칸 문화가 우리나라처럼 동네 ‘대중목욕탕’에서 출발했다는 걸 생각하니 이해가 됐다. 일본관광청은 료칸을 "친한 친구, 가족, 또는 전혀 얼굴도 모르는 타인과의 대화를 즐기기에 아주 적절한 장소"라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모르는 사람에게 말 붙이는게 실례가 아닌 곳이라는 이야기다. 어쨌든 “칸코쿠진데스카라, 니혼고가 데키마셍 (한국인이라 일본어를 못합니다만)” 정도로만 대답하면 "일본어를 잘한다"며 대화를 끝내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저 일본어 못해요.

저 일본어 못해요.

료칸 문화와 달리 '료칸 관광'은 비교적 최근에 발달한 산업이다. 가령 한국에서 유명한 하코네와 유후인이 온천마을로서의 위세를 떨친 기간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온천 마을의 부침도 있었다. 1990년대까지는 큰 온천 수맥이 발달한 대형 온천이 중심이었다. 한국 중년들에게 '일본 온천' 하면 유후인보다 벳푸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대형 온천 마을에선 가족 혹은 회사 야유회 등 단체 손님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후 일본 경제가 침체되며 온천 료칸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 침체 이후 아타미 지역 온천 료칸의 70%가 폐업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온천 료칸은 2000년대 들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 산업이 활기를 띠며 재부흥기를 맞았다. 유후인이나 하코네 료칸 중 료칸협회에 가입한 곳이 적은 이유는 한때 폐업했다가 최근에 부티크 료칸이나 모던 료칸으로 다시 문을 연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잉여로운 탐구생활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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