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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예멘 난민, 모텔 2인실에 5명 … 한끼로 버티기도

중앙일보 2018.06.26 00:45 종합 14면 지면보기
이슬람 교도인 예멘인은 하루 5번 메카 카바신전을 향해 기도를 한다. 최근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앞마당에서 예멘인 네명이 하던일을 멈추고 큰절과 비슷한 행위를 하며 메카를 향해 기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이슬람 교도인 예멘인은 하루 5번 메카 카바신전을 향해 기도를 한다. 최근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앞마당에서 예멘인 네명이 하던일을 멈추고 큰절과 비슷한 행위를 하며 메카를 향해 기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25일 낮 12시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되는 난민 심사를 앞두고 예멘인 20여 명이 몰려 있었다. 이들의 얼굴엔 난민 심사 탈락에 대한 걱정과 ‘혹시나’ 하는 한 가닥 희망이 엇갈렸다.  
 

486명 난민 신청, 심사 최대 8개월
가져온 돈 다 떨어져 생계 막막
정부가 연 취업상담엔 400명 몰려
“전쟁 피했더니 먹고 사는 게 전쟁”

이들은 비자가 없어도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를 찾아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549명 중 일부다. 심사는 지난 4월 30일 법무부의 출도 제한 조치가 내려지기 전 제주를 빠져나간 이들을 제외하고 486명에 대해 이뤄지게 된다.
 
출입국청은 이번 심사를 위해 한 명이던 심사관을 세 명으로 늘리고, 아랍어 전문 통역원 두 명을 추가 배치했다. 하지만 이들이 심사할 수 있는 인원은 하루 두세 명에 그친다. 통역을 거쳐 일일히 인터뷰해 정치적·종교적·성적 박해가 있었는지를 꼼꼼이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달 가량 걸리는 심사기간을 감안하면 심사가 완료되는 데 최소 6개월, 최대 8개월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신청자들이 난민지위를 얻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 난민을 신청한 예멘인 260명중 난민 인정 사례는 5명에 불과했다. 박해를 받았다는 실질적 증거를 내놓기가 어려워서다.  
 
국내 난민 신청은 1994년 4월 시작돼 지난달 말까지 모두 4만470명이 신청했다. 이 중 2만361명에 대한 심사가 이뤄져 839명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난민 인정률은 4.1%에 그친다.
 
사미·아파크 부부

사미·아파크 부부

난민 심사 못지 않게 당장의 생계 곤란도 문제다. 여유 있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30여 명의 예멘인이 지내고 있는 제주시 삼도1동의 한 모텔에선 2인실에 5명 이상이 산다. 좁은 방에는 침대 외에 매트리스 2개와 여행가방이 어지럽게 놓여져 있었다. 지난 24일 모텔에서 만난 와엘(Wael·31)은 “모텔측 배려로 하루 5만원인 방값을 2만5000원으로 할인 받아 5명이 나눠 지내고 있지만 돈이 거의 다 떨어져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 모델엔 지난주까지 150여 명의 예멘인이 있었다. 하지만 120여 명이 취업해 제주 곳곳의 모텔과 인부 숙소로 이사했다. 일부는 텐트 등에서 노숙을 하기도 한다. 출입국청이 지난 14일과 18일 예멘 난민 신청자들을 위해 연 취업상담엔 400여 명의 예멘인이 몰렸다. 난민법에 따르면 심사기간이 6개월을 넘겨야 취업이 가능하지만, 예멘인들의 사정을 감안해 조기 취업이 허용됐다.
 
지난 4월 예멘에서 온 사미(Sami·31) 부부도 이 기회를 통해 최근 서귀포시의 한 음식점에 취업했다. 부인 아파크(Afaq·26)는 “돈이 떨어져 제주에 와서 부부가 따로 지낼 수 밖에 없었다”며 “사장의 배려로 둘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식당에 취업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직업을 구하지 못한 이들도 많다. 지난 24일 제주시내에서 에서 만난 몬델(Munther·38)은 “이슬람교에서 금지하는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등 문화차이가 있어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며 “가져온 돈이 바닥이 나 밥도 하루 한끼로 줄였다. 전쟁피해서 왔는데 먹고 사는 게 전쟁”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난민 심사를 서둘러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성인 제주예멘난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난민 지위를 인정받거나 인도적 체류허가를 얻어 이동의 자유를 받으면 가짜난민 논란도 해소되고 난민들이 전국의 아랍인 공동체로 유입돼 사회적 갈등이 완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여전하다.  
 
지난 13일 청와대 게시판에 오른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무사증 입국·난민신청허가 폐지 및 개헌 청원’은 25일 40만 명이 넘는 공감을 얻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신속 정확하면서도 엄격하게 난민 심사를 진행해 줄 것’을 문재인 대통령께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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