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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지 못한 채 남게 된 김종필·박근혜의 ‘앙금’

중앙일보 2018.06.23 21:45
2005년 박정희 전 대통령 제26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박근혜(가운데)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김종필(오른쪽) 전 국무총리가 추도사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5년 박정희 전 대통령 제26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박근혜(가운데)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김종필(오른쪽) 전 국무총리가 추도사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나쁜 점만 물려받았다.”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퇴진 압박이 거셌던 2016년 11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은 죽어도 하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밝힌 인물평이었다.
 
김 전 총리는 부인 박영옥 여사를 박정희 전 대통령 소개로 만나 6·25전쟁 중이던 1951년 결혼했다. 박영옥 여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형인 박상희씨의 장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사촌 간이다. 즉 김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사촌 형부’가 된다.  
 
사진은 고 김종필 전 총리가 2007년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열린 제40회 5.16 민족상 시상식에서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대화를 하던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고 김종필 전 총리가 2007년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열린 제40회 5.16 민족상 시상식에서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대화를 하던 모습. [연합뉴스]

이처럼 김 전 총리와 박 전 대통령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두 사람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대선후보 경선을 거치며 사이가 틀어졌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이나 모두 ‘충청권 맹주’로서 여전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김 전 총리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나 김 전 총리는 ‘한 집안’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되려 8월 경선 후 대선이 임박한 12월에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 측은 김 전 총리에게 섭섭한 마음을 가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12년 대선 당시 김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등 관계 개선 조짐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박 여사가 별세하자 빈소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가 불거지자 김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을 ‘고집불통’으로 묘사하는 등 박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김 전 총리는 한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 내려오라고 ‘네가 무슨 대통령이냐’고 해도 거기 앉아있을 것이다. 그 고집을 꺾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고 말했다.
 
김 전 총리가 23일 별세하면서 ‘처 사촌 동생’인 박 전 대통령과의 구원(舊怨)도 그대로 묻히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영어(囹圄)의 몸’으로 사촌형부의 빈소 방문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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