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윤복의 미인도,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될 듯

중앙일보 2018.06.23 15:02
[더,오래]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25)
‘조선 회화 명품전’이 열리고 있는 대구미술관 내부. [사진 송의호]

‘조선 회화 명품전’이 열리고 있는 대구미술관 내부. [사진 송의호]

 
조선을 대표하는 풍속화가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1758∼?)의 대표작 ‘미인도(美人圖)’가 대구로 전시 나들이를 시작했다. 서울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미인도(견본채색, 114.0x45.5㎝)는 보물 제1973호로 지정돼 있다. 간송미술관이 개관 8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첫 지방 전시다.
 
이달 16일부터 9월 16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3개월 동안 열리는 ‘조선 회화 명품전’은 미인도 이외에 김홍도의 ‘마상청앵’, 김득신의 ‘야묘도추’, 정선의 ‘풍악내산총람’ 등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130여 점이 출품됐다. 이 중 9점은 보물이다.
 
개관을 앞둔 사전 관람에서 기자들은 높이 1m가 넘는 미인도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대구에서 전시 중인 신윤복의 ‘미인도’(견본채색, 114.0x45.5㎝, 보물 제1973호). [사진 간송미술관 제공]

대구에서 전시 중인 신윤복의 ‘미인도’(견본채색, 114.0x45.5㎝, 보물 제1973호). [사진 간송미술관 제공]

 

“탐스러운 얹은머리에 젖가슴이 드러날 만큼 기장이 극도로 짧은…저고리를 입고…열두 폭 치마가 풍만하게 부풀어 오른 차림새다. 이것만으로도 여체의 관능미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자태인데…왼쪽 겨드랑이 근처에서 흘러내린 두 가닥 주홍색 허리띠 끈은 일부러 고를 매지 않고 풀어헤친 진자주 옷고름과 함께 대장부를 뇌쇄(惱殺)시키기에 충분한 표현이다.”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최완수 소장이 도록에 붙인 작품 해설이다. 표정은 또 어떤가.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설명은 이어진다. “여린 듯 앳된 둥근 얼굴에 열망을 가득 담은 채 물오른 앵두처럼 터질 듯 붉게 부푼 입술이 말할 듯 아니하며 맑고 그윽한 눈빛은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림 왼쪽 상단에 작가의 소회가 능숙한 초서로 적혀 있다. ‘화가의 가슴 속에 만 가지 봄기운 일어나니/ 붓끝은 능히 만물의 초상화(傳神)를 그려 낸다.’ 혜원은 여인의 속마음까지를 담았다. 초상화를 ‘정신이 닮음’이란 뜻의 ‘전신’으로 부른 까닭이다.
 
16~18세 당대 최고의 기생
‘월야정인’은 ‘심야데이트’, ‘월야밀회’는 ‘위기의 주부들’ 등 디지털 세대가 신윤복 풍속화의 제목을 다시 붙였다. [사진 송의호]

‘월야정인’은 ‘심야데이트’, ‘월야밀회’는 ‘위기의 주부들’ 등 디지털 세대가 신윤복 풍속화의 제목을 다시 붙였다. [사진 송의호]

 
간송미술관 관계자는 기자들을 향해 퀴즈를 냈다. 그림의 주인공이 몇 살쯤 돼 보이냐고. “열일곱쯤”이라는 답에 그는 “16∼18세의 당대 최고 기생일 것”이라며 미인을 “조선의 엔터테이너(또는 아이돌)”로 해석했다. 
 
또 신윤복은 미인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혜원’이라는 관서(款書)를 배치해 그 마음을 영원히 붙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미술사학회를 이끌었던 고 최순우는 “미소의 품위나 옷맵시의 세련됨으로 보아 주인공은 지체 있는 선비의 소첩으로 상상된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한 기자는 “조선판 모나리자”라고 불렀다. 서양에는 중세나 근세의 미인 초상화가 많이 전한다. 우리는 왕실이나 사대부‧선비 집안에 내려온 부인의 초상화를 찾기가 어렵다.
 
미인도는 희소성이나 예술성으로 보아 보물을 넘어 국보급이 아니냐고 물었다. 간송미술관 측은 “지금은 제도가 바뀌어 모든 문화재가 처음에는 보물로 지정된다”며 “일정 기간 평가를 거친 뒤 국보가 된다”고 설명했다. 국보 승격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혜원의 미인도는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김홍도의 ‘마상청앵’(지본담채, 117.2x52.0㎝, 보물 제1970호). [사진 간송미술관 제공]

김홍도의 ‘마상청앵’(지본담채, 117.2x52.0㎝, 보물 제1970호). [사진 간송미술관 제공]

김득신의 ‘야묘도추’(지본담채, 22.4x27.0㎝). [사진 간송미술관 제공]

김득신의 ‘야묘도추’(지본담채, 22.4x27.0㎝). [사진 간송미술관 제공]

 
함께 전시된 말 위에서 선비가 꾀꼬리 소리를 들으며 넋이 나간 김홍도의 ‘마상청앵’과 병아리를 훔친 들고양이를 그린 김득신의 ‘야묘도추’ 등도 긴 여운을 남긴다. 조선의 3대 풍속 화가가 대구에서 서로 작품을 겨룬다. 모두 일제강점기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1906∼1962)의 ‘문화로 나라를 지킨다’는 집념이 이룬 컬렉션이다. 대구에도 간송미술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미술의 도시’ 대구에 딱 어울리는 전시다.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 중앙일보 객원기자 yeeho1219@naver.com
 
관련기사
공유하기
송의호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ㆍ중앙일보 객원기자 필진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 은퇴하면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는 문중 일도 있다. 회갑을 지나면 가장을 넘어 누구나 한 집안의 어른이자 문중을 이끄는 역할을 준다. 바쁜 현직에 매이느라 한동안 밀쳐 둔 우리 것,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져 보려고 한다. 우리의 근본부터 전통문화, 관혼상제 등에 담긴 아름다운 정신, 잘못 알고 있는 상식 등을 그때그때 사례별로 정리할 예정이다. 또 영국의 신사, 일본의 사무라이에 견줄 만한 우리 문화의 정수인 선비의 정신세계와 그들의 삶을 한 사람씩 들여다보려 한다.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