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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몰표의 역설···고생은 한국당, 득표는 민주당?

중앙일보 2018.06.23 13:00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6·13 지방선거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정치 지형의 변화다. 특히 과거 보수 정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곳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표심이 정반대로 바뀐 지역이 그렇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중앙포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중앙포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일 공개한 읍·면·동별 개표 결과를 보면 자유한국당이 과거 정권을 잡았을 때 또는 지역구 의원이 한국당일 때 적극 지원해서 만든 신도시에서 오히려 민주당에 몰표를 주는 현상이 드러났다. 이른바 ‘신도시의 역설’이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강남구 세곡동이다. 이명박 정부 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를 풀면서 대규모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선 이곳은 무주택자를 위한 중소형과 임대 아파트가 주로 공급됐다. 그러다 보니 강남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고 소득이 낮은 계층이 살게 됐고,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첫 강남구청장을 배출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이번 선거에서 세곡동은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다. 민주당 후보로 나온 정순균 강남구청장 당선인과 장영철 한국당 후보는 세곡동에서 각각 55.3%와 28.6%를 득표했다. 강남구 전체 득표율(정순균 46.1%, 장영철 40.8%)과 비교해 정 당선인은 9.2%포인트를 더 얻었고, 장 후보는 12.2%포인트를 덜 얻었다.
 
서울 강남구청장 선거 득표율

서울 강남구청장 선거 득표율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조성 계획을 확정한 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계획과 접목시켜 개발을 본격화하고 김성태(강서을) 한국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에 속한 서울 마곡지구도 한국당이 아닌 민주당에 훨씬 더 많은 표를 줬다.
 
진주혁신도가 있는 경남 진주시의 충무공동도 그런 사례다. 혁신도시 자체는 노무현 정부 때 추진됐지만 혁신도시를 유치하고 이후 지역 예산을 확보해 도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뛴 국회의원들은 한국당 소속이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본사를 유치하기 위해 전북 전주시와 진주시가 경쟁할 때 애쓴 것도 자신들이라고 한국당 의원들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6·13 선거에서 LH공사가 위치한 충무공동은 진주 전체 민심과 다른 선택을 했다. 진주시장 선거에선 조규일 한국당 후보가 52.1%를 얻어 갈상돈 민주당 후보(45.7%)를 꺾었다. 반면 충무공동만 놓고 보면 갈 후보는 64.7%를 기록해 조 당선인(34.3%)에 비해 거의 두 배의 표를 얻었다. 충무공동은 경남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소속 김경수 당선인에게 김태호 한국당 후보가 얻은 표의 2.8배를 몰아줬다. 
 
경남 진주시장 선거 득표율

경남 진주시장 선거 득표율

 
교하·운정신도시 등이 들어선 경기도 파주시도 마찬가지다. 파주는 단일 지역구였다가 신도시 입주민이 늘어나면서 2012년 총선 때부터 두 개의 지역구로 나뉘었다. 접경 지역이어서 보수 정당 계열이 강세이던 이곳은 2012년 총선 때 신도시가 있는 파주갑에는 민주통합당의 윤후덕 의원이, 구도심이 있는 파주을에는 새누리당의 황진하 전 의원이 당선됐다. 그러다 2016년 총선 때는 파주갑에 윤 의원이, 파주을에 박정 의원이 당선돼 민주당이 모두 지역구를 차지하게 됐다. 이번 선거 때도 경기지사와 파주시장 선거 모두에서 신도시가 있는 교하동과 운정동은 민주당 후보들에게 표를 집중적으로 줬다.
 
“신도시는 노력 안 알아주고, 구도심은 실망감에 표 안 줘” 
단일 지역구 파주와 파주을에서 8년 동안 지역구 국회의원을 했던 황진하 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신도시에는 기반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원 시절에 적극적으로 예산을 확보하려 노력했었다”며 “하지만 그러다 보니 신도시가 아닌 파주 지역에선 ‘신도시만 신경 쓰느라 우리 쪽은 신경을 안 쓴다’는 말이 나오더라”고 했다. 이어 그는 “결과적으로 한국당이 신도시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신도시 입주민들은 노력을 알아주지 않고, 다른 지역 주민들은 실망감을 느껴서 양쪽 모두에게 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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