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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희의 교육 살롱]대입개편 공론화 ‘부실공사’ 안 되려면

중앙일보 2018.06.23 09:00
시나리오 중 3개는 수능 상대평가, 1개는 절대평가 
대입개편 공론화가 본격 궤도에 올랐습니다.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가 지난 20일 ‘대입제도 개편 시나리오’를 발표했거든요. 수능 절대평가 전환 여부, 전형 간 비율의 대학 자율 결정 여부를 조합한 모형입니다.
 
시나리오는 모두 4가지입니다. 1안은 각 대학 모든 학과가 정시전형에서 신입생 중 45% 이상을 뽑는 것입니다. 수능은 현재대로 상대평가를 유지합니다. 정시전형 확대를 주장하는 측이 지지하는 시나리오입니다.
 
2안은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전형 간 비율은 대학 자율에 맡기되 특정 전형 비율이 과도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4가지 시나리오 중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뀌는 유일한 안입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가 계속 주장해온 내용이죠.
 대입개편 시나리오가 정해지면서 공론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김영란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입개편 시나리오가 정해지면서 공론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김영란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안은 수능을 상대평가로 유지하고, 수시·정시 비율은 대학 자율에 맡기는 방식이라 현행 유지와 비슷합니다. 4안은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정시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생부교과전형 등을 서로 비슷한 비율로 하자는 것입니다.

 
공론화 시나리오가 정해지면서 시민참여단을 구성하는 작업도 시작됐습니다. 공론화위는 한국리서치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20일부터 7월 5일까지 15일 동안 대국민 조사를 진행합니다. 지역·성별·연령 등에 따라 무작위로 2만명을 조사 후, 최종 400명의 시민참여단을 선정할 계획입니다. 시민참여단이 7월 말까지 학습과 토론을 거쳐 대입 개편 시나리오를 이해하면 이들을 대상으로 시나리오별 지지도를 조사합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시민참여단 구성부터 지지도 균등해야  
하지만 대입개편 공론화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시민참여단 구성부터 문제입니다. 특정 성향에 쏠림 없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민참여단 구성이 가능할지 미지수라는 것이죠. 수시 또는 정시에 대한 지지가 명확히 갈리는 상황에서 시민참여단이 특정 성향 위주로 구성되면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공론화위는 이런 우려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지역과 성별·연령 등을 고려해 2만여명을 무작위로 조사한 후, 대입 전형에 대한 태도 등을 고려해 최종 400명 이상의 참가자를 선정하겠다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21일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가 주최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호남·제주 미래세대 토론회'가 전남대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21일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가 주최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호남·제주 미래세대 토론회'가 전남대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대입개편 공론화가 신뢰를 얻으려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만약 무작위로 조사한 국민 2만 명 중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공교롭게도 1만5000명 된다고 가정해 보죠. 향후 시민참여단의 성향도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참여단 구성을 좀 더 세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각각의 시나리오에 찬성하는 비율을 25%씩 똑같이 구성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전화 조사를 통해 1차 설문을 하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최종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특정 집단의 입김이 들어간 불공정한 공론화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시민참여단의 의견 수렴 방식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안입니다. 대입개편 공론화는 신고리 원전처럼 ‘건설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찬반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4개 안에 대한 비율이 25% 내외로 비슷하게 나올 경우 하나의 안을 어떻게 채택할지 방식을 정해야 합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극단적 경우 26% 지지 받은 안이 채택될 수도
더구나 수능을 상대평가로 유지하자는 시나리오는 3개지만, 절대평가 전환 시나리오는 하나뿐입니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자는 2안에 대한 지지율이 30%로 가장 많이 나온다고 해도, 상대평가를 지지하는 사람이 70%로 더 많게 됩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도 결정해야 합니다.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2개 안을 대상으로 다시 한번 설문조사를 하거나, 가장 지지를 못 받은 안부터 제거해 나가면서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여러 번 묻는 것도 방법입니다.
 
공론화위는 4개 시나리오를 단순히 ‘사지선다형’ 설문에 부치는 것이 아니라 공론화 과정에서 나타난 국민의 의견을 파악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나리오 4개를 단순히 다수결에 부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결정 방식은 조금 더 설계해서 밝힐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와 최종 개편안이 다르게 나올 경우 후폭풍이 거셀 수 있습니다.
 
구조물의 밑바닥을 튼튼하게 하는 기초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100층 높이의 건축물도 무너지는 것처럼, 대입개편 공론화도 ‘부실공사’가 되지 않으려면 기본 설계부터 철저하게 하는 게 필요합니다. 대입개편 최종안이 나온 후에도 ‘공정성’ ‘중립성’ ‘신뢰성’ 논란이 계속되지 않게 하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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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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