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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답지 않아도 괜찮아

중앙선데이 2018.06.23 02:00 589호 6면 지면보기
'엄마 에세이' 열풍 부는 서점가
요즘 출판계의 뜨는 키워드는 ‘엄마’다.『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엄마 말고 나로 살기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아이는 누가 길러요』최근 반년 사이 출간된 엄마 에세이들이다. 그런데 제목에서부터 짐작되듯이 아이 잘 키워 좋은 대학에 보내는 방법을 공유하는 육아서도, 더구나 좋은 엄마로 성장하기 위한 길라잡이용 책도 아니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요즘 엄마들의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는 게 특징이다. 초보 엄마들의 좌충우돌 일상을 담은, 자기고백서 성격을 띤다.

 
가장 따끈따끈한 책은 지난 14일 출간된 『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아르테).  ‘내가니엄마’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이혜린씨의 글을 에피소드 형태로 묶어냈다. 그의 이력을 잠시 살펴보자. 이씨는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하고 커리어우먼으로 살다 결혼 후 첫 아이를 낳고 사표를 쓰면서 ‘경단녀’가 됐다. ‘독박육아’를 하다가 스타트업 창업을 하면서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한번쯤 겪어봤을 과정을 두루 거친 저자는 “나는 아이를 사랑하는 것만큼 나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여자라면, 엄마라면 모두가 지녀야 하는 것처럼 다뤄지는 모성 신화에 대한 불편함도 거침없이 내비친다. 창업하겠다고 나섰더니 “사업하면 애는 누가 키우냐”는 말에 가로막히고, 친정 엄마 찬스를 썼지만 냉장고를 열어본 엄마조차도 “넌 살림을 개떡같이 하고, 이게 뭐냐!”고 꾸짖는 일상을 적나라하게 적었다.  
 
책을 펴낸 아르테 김지영 편집자는 “저자가 SNS에 직설화법으로 거침없이 쓴 글들이 500만뷰를 돌파하며 엄마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좋은 엄마와 모성이라는 프레임은 지금 시대에 맞지 않고 가혹하기만 하다”며 “다양한 엄마 선배들에 대한 롤모델이 없는 요즘, 작가의 일상을 통해 이런 삶도 있고, 다른 삶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속 이미지

『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속 이미지

한국 사회의 가족주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아이 없이 사는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집중 조명한 책도 있다.『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부키)의 저자 이수희씨는 난임으로 고생하다 아이를 포기했다. “아이가 없을 뿐, 나도 평범한 사람”이라고 외치는 저자에게 쏟아지는 질타가 매섭다. “안 낳을 거면서 결혼은 왜 했어?” “사회에 기여할 생각이 없어요” “애도 안 낳고 인생 참 쉽게 사네요”. 책은 이런 일상적인 폭력이 횡행하는 사회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는 삶을 살려 노력하는 저자의 투쟁기를 담담하게 담아냈다.      
 
지금까지와 다른 엄마들의 에세이는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들의 키워드 ‘당당하게 살기’ ‘위로받기’와도 맞닿아 있다. 지난해 출간된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기점으로 서점가에는 『며느라기』『며느리사표』와 같은 책이 줄이어 출간됐다. 기존 가족 시스템에 반기들고 위로 받기 원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드높은 요즘이다. 앞으로도 엄마 다시 발견하기, 비혼이나 아이없이 사는 삶 등 다양한 여성의 경험을 다룬 콘텐트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각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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