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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입의 용도

중앙선데이 2018.06.23 02:00 589호 4면 지면보기
정말 이러다가는 입을 먹는 용으로만 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들 고개를 푹 숙이고 스마트폰만 붙들고들 앉아있으니 말입니다. 둘이 나란히 앉고서도 문자로 이야기를 나누는 세상입니다. 사람과 기술 간의 연관성을 연구하고 있는 셰리 터클 MIT 교수가 쓴 신간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이런 세상에 대한 진심 어린 걱정입니다.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대화는 가장 인간적인-그리고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행동이다. 상대와 온전히 마주해야 비로소 경청하는 법을 배우고 공감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또한 자기 말이 전달되는 기쁨과 이해받는 기쁨을 경험하게 된다. 대화는 자아 성찰을 돕는다. 자아 성찰, 즉 자신과의 대화는 성장 초기에 기틀을 잡은 이후 평생 지속된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가 어느새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스마트폰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개구리들이기 때문이겠죠.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고 이악스러워진다고 안타까워하는 기저에는 바로 ‘대화’가 사라진 세상이 있습니다. 상대방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만 배설해대는 인터넷 댓글들이 증거입니다. 저자는 “게다가 ‘사교적’인 기계와 나누는 새로운 형태의 대화는 인간의 본성 자체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합니다. 기계가 인간의 마음을 읽는 세상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인간’이 될까요.
 
자, 스마트폰은 잠시 어디 놔두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무엇이든 말해봅시다. 물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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