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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상사 날려버리는 '감정 먹방' 뜬다

중앙선데이 2018.06.23 02:00 589호 29면 지면보기
 이렇게까지 ‘정주행’할 생각은 없었다. 어쩌다 마주친 30초짜리 캠페인 영상이 출발점이 됐다. ‘상사세끼 까톡 편’, 퇴근 후 상사의 카톡 세례를 받고 있는 직장인의 모습이 담긴 드라마 편집본이었다. ‘카톡은 끄고, 배려를 켜라’는 말에 원작을 찾아봤다가 전 회를 다 봤다. 지난해 출범한 JTBC 디지털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웹드라마 ‘상사세끼’다. 시즌 1에 이어 지난 3월부터 시즌 2가 방영 중이다. 시즌 1은 3~4분짜리 영상으로 온라인 상영만 하다, 시즌2부터 10분으로 길어지고 TV 방영도 한다.  
 
‘상사세끼’는 직장인의 애환을 요리로 승화한다는 ‘오피스 푸드 드라마’다. 정글 같은 회사에서 별의별 상사를 만나 시달리는 직장생활 3년차 권여빈(김현지)씨가 주인공이다. 이 드라마의 매력포인트는 직설 화법이다. 점점 늘어나는 모바일 시청자를 감안해 상영시간이 짧고, 내용도 질질 끌지 않는다. 한 회당 한 명의 꼰대 상사와 하나의 레시피를 버무려 소개한다.  
 
성희롱을 일삼는 팀장의 입은 ‘똥꼬’라 불린다. 믹스커피에 줄담배를 달고 살면서 늘 바짝 다가와 이야기한다. “여자가 생글생글 웃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너는 맨날 죽상이냐” “여자들은 의리가 없다니까, 이게 다 팀을 위한 건데” “이래서 남자들이 좋아하겠어”라는 막말을 일삼으면서 자신을 ‘친구 같은 상사’라고 여긴다.  
 
3년차 직장인 여빈은 분노와 억울함을 억누른채 퇴근해 고기를 다지고, 갖은 채소를 믹서기에 돌려 양념을 만들어 불고기를 바싹 구워 먹는다. 요리가 곧 복수처럼 느껴지도록 상사와의 대화 중간 중간 영상을 끼워 넣은 것이 압권이다. 팀장을 식칼로 마구 다지고, 믹서기에 돌려버리고, 구워먹는 것 같다. 회사에서 시종일관 무표정하던 여빈이 바싹 불고기를 맛있게 먹으며 배시시 웃을 때 아, 뭐랄까. 함께 소생하는 기분이 들었다.  
 
직장에는 ‘성희롱 팀장’만 있을까. 결론 없이 회의만 주구장창하는 ‘멍청 과장’, 지랄병이 후배들한테만 도지는 ‘감정기복 과장’, 낮말도 밤말도 다 듣고서 소문내고 다니는 ‘주책 대리’, 입으로만 일하고 두 손은 싹싹 비비고만 있는 ‘아부왕 대리’, 어디에도 소속하지 못하는 ‘짠내 인턴’까지 .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겪어본직한 사람들이다. SNS 업데이트용 예쁜 음식도, 말초 신경만 자극하는 ‘먹방’용 음식도 이런 사람 스트레스를 풀기엔 뭔가 부족하다.  


그래서일까. 시청자의 감정을 풀어주겠다는 먹방 프로그램이 하나씩 나오고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탁월한 맛묘사 능력을 선보였던 이영자는 올리브 예능 프로그램 ‘밥블레스유’의 메인 MC가 됐다. 이영자·최화정·송은이·김숙 등 네 MC가 시청자들의 생활 속 고민을 함께 공감해주고 맞춤형 음식으로 위로해주는 ‘푸드테라픽 쇼’가 컨셉트다.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꼰대 상사’ 스트레스도 쌈 싸먹어버리면 된다. 아무래도 먹방 전성시대는 계속될 듯하다. ●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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