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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기다리게 하는 복숭아 디저트

중앙선데이 2018.06.23 02:00 589호 28면 지면보기
빵요정 김혜준의 빵투어: 연남동 ‘스퀘어 이미’
 
내 얘기를 조금 하자면, 수많은 그리고 다채로운 디저트들을 맛보는 걸 업으로 삼고 있다. 프랑스 제과 학교를 졸업한 이후 12년 째 이어지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맛있는 디저트가 뭐냐’라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하곤 한다.  
 
나름 맛있는 디저트를 정의해보자면 이렇다. ‘단맛’이라는 넓은 팔레트 안에 쌉싸름한 맛, 부드러운 맛, 매콤한 맛 그리고 신맛, 여기에다 입 안에서 치아와 혀에 닿아 느껴지는 질감·향 등이 각기 개성을 뽐내며 조화로움을 보이는 제품이다. 즉 밸런스를 잘 유지하는 것이 제과 기술자들에게는 가장 큰 숙제라는 이야기다. 좋은 맛과 향을 모두 모은다 한들, 반드시 최상의 맛으로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추구하는 맛을 위해 재료의 비율과 향의 조합을 구성하고 이를 치밀하게 계획하여 세심하게 작업하는 것이 제과사의 올바른 자세라 하겠다.  
 
한편 유행을 발빠르게 감지하는 디저트가 ‘맛있는 디저트’로 사랑받기도 한다. 마카롱의 경우 무지개 빛깔마냥 색이 점점 더 다채로워진다거나, 기존의 제품들보다 두툼하고 커지면서 원조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반면 소박하고도 간단한 레시피의 케이크 한 조각이 되려 인기를 끌기도 한다.  
 
그리고 하나 더. “그 곳을 찾아가면 그 디저트를 먹을 수 있어!”라는 명제가 성립할만큼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스퀘어 이미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53-5번지 070-4136-5228 월,화 휴무 12:00-18:00

▶스퀘어 이미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53-5번지 070-4136-5228 월,화 휴무 12:00-18:00

요즘 뜨는 동네, 서울 연남동 경의선 숲길 공원 안쪽 골목에 위치한 ‘스퀘이 이미’는 이 조건들을 다 맞췄다고 할 만하다. ‘이미’라는 이름이 익숙한 사람들도 있을 터다. 올해 7주년을 맞은 동교동 터줏대감 ‘Patisserie × roaster imi’가 모태이기 때문이다. 카페 이미는 2011년 로스팅을 하는 형 이림 대표와 제과를 하는 동생 이승림 파티시에가 함께 ‘의미’ 있는 가게를 만들자는 마음을 담아 시작을 했고,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스퀘어 이미’는 동생의 공간이자 ‘Patisserie × roaster imi’의 두 번째 매장이다. 이승림 파티시에는 고교 시절부터 달콤한 케이크나 빵을 만드는 일에 대한 동경이 가득했다. 그래서 대학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고도 졸업 후 제과제빵학원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학원생 시절 다녀온 도쿄 동경제과학교 연수에서 강한 자극을 받아 본격적으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고, 유학을 준비했다. 2006년 일본과자전문학교에서 양과자 과정을 졸업한 뒤엔 ‘키하치(kihachi)제과’의 제조·생산 공장에서 일했다.  
 
“일본과자전문학교 유학할 당시, 화과자 선생님들이 제과를 대하는 태도와 가르침에 큰 영향을 받았어요. 양과자 과정을 이수 중이었는데 커리큘럼 중 화과자 수업을 들었거든요. 선생님들이 과자 하나에도 어찌나 진중하고 성실한 자세를 보여주시던지, 지금까지 기술자로서의 제게 가장 교과서가 되고 있어요.”  
크림치즈를 얹은 단호박 케이크 '개나리 흰꽃 화관'

크림치즈를 얹은 단호박 케이크 '개나리 흰꽃 화관'

 
스퀘어 이미는 늘 고민하는 가게다. 안정적이고 친근한 느낌으로 만들던 파운드 케이크에 변화를 주어 새로운 제품 라인과 시스템을 구축했다. 스퀘어 모양의 파운드 케이크의 모양과 맛에 변형을 주고, 유럽에서도 최상으로 꼽히는 에쉬레 버터와 금값 못지않은 몸값을 자랑하는 바닐라 빈을 넣었다. 플레인 파운드 케이크 ‘에쉬레 버터 파운드’ 는 이런 노력과 투자로 이곳의 시그너처가 됐다.  
 
레몬 크림 파운드 케이크 ‘오후 2시에 만나요’

레몬 크림 파운드 케이크 ‘오후 2시에 만나요’

네이밍도 재미나다. 레몬 크림 파운드 ‘오후 2시에 만나요’는 하루 중 가장 당이 절실하게 필요하고 지치는 시간에 필요한 상큼함과 포근함을 준다. 또 얼그레이 찻잎을 갈아 넣어 만든 파운드 케이크 위에 얼그레이 크림을 두둥실 얹은 ‘베르가못 구름’은 그 결이 비슷한 홍차와 상당히 좋은 매칭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주문할 때 입구의 작은 쪽지에 연필로 원하는 케이크 앞에 사각 체크를 하고 점원에게 건네주도록 하고 있다는 것. 작은 주문서에 ‘매우, 몹시 맛있는 거’라는 유혹적인 단어가 쓰여있는데, 꼭 그 유혹에 넘어가 보시길.
 
생초코에 라즈베리가 박힌 케이크‘검은 밤, 빨간 별’

생초코에 라즈베리가 박힌 케이크‘검은 밤, 빨간 별’

명물은 또 있다. 매년 한정상품으로 선 보이는 ‘행복’이다. 향긋한 향이 코끝을 치고 올라오는 달큰한 복숭아 한 개를 통째로 껍질을 벗기고 속에 이미만의 크림을 채워 완성한 디저트인데, 개인적으로는 여름을 기다리는 크나큰 낙이다. 올해도 6월말에서 7월에 선보일 예정이라니, 반갑기 그지 없다. 보이지 않는 정성을 쏟고, 남들이 하지 않을 정도로 손이 많이 가는 복숭아 디저트를 내는 파티시에가 꾸준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켜주는 것, 참으로 고맙고도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작은 빵집이 맛있다』 저자. ‘김혜준컴퍼니’대표로 음식 관련 기획·이벤트·브랜딩 작업을 하고 있다. 르 꼬르동 블루 숙명에서 프랑스 제과를 전공했다. ‘빵요정’은 그의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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