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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인기 소설 ‘곰탕’

중앙선데이 2018.06.23 01:00 589호 31면 지면보기
[책 속으로] 김봉석의 B급 서재
곰탕

곰탕

지난 3월 출간된 김영탁의 『곰탕』은 지금까지 3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소설가로는 첫 작품이지만, 연출한 영화는 ‘헬로우 고스트’와 ‘슬로우 비디오’가 있다. 2010년의 데뷔작 ‘헬로우 고스트’는 관객 300만이 넘는 성공을 거두었다. 2014년, 두 번째 연출작 ‘슬로우 비디오’가 흥행에 실패한 후 김영탁은 소설을 썼다. 마흔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이야기를 40일 동안 소설로 풀어낸 것이다. 『곰탕』은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되며 50만의 독자가 읽었고, 종이책으로 나와서도 성공했다.
 
근래 몇 년간 웹툰에 이어 웹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웹소설은 과거 인터넷 소설의 변신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말,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인터넷 소설이 등장했다. 이우혁의 『퇴마록』,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 귀여니의 『늑대의 유혹』 등 기존의 한국소설과 다른 감성을 가진 판타지와 로맨스 등의 장르 소설이 인기를 끈 것이다. 인터넷 소설은 책으로도 출간되어 수십, 수백만부가 팔려나갔다.
 
하지만 인터넷 소설 열풍은 얼마 가지 못했다. 인터넷을 통한 수익 시스템이 불안정했고, 작가가 안정적으로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실했다. 이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연재작의 편당 결제 시스템이 가능해지면서, 종이책을 통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로맨스와 판타지를 양 날개로, 10대와 20대를 주요 독자로 하는 웹소설의 2017년 시장규모는 약 3159억원이다. 『곰탕』이 연재된 카카오페이지는 가입자 수가 2013년 300만 명에서 2017년에는 1470만 명이 되었다. 카카오페이지의 하루 최대 거래액은 약 6억2000만원이다. 한 해 매출이 억대가 넘어가는 작품이 수십 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웹소설은 서브컬처다. 기존에 종이책으로 소설을 읽던 독자들 다수는 웹소설을 읽으면 낯설어한다. 웹소설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 『달빛 조각사』 같은 작품도 일반인은 거의 모른다. 아직까지 웹소설은 보던 사람들만 보는, 숫자는 점점 늘고 있지만 사회적인 영향력이나 위치가 확고하지 못한 영역이다. 그럴만한 시간도 축적되지 않았다. 웹툰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인기를 끌었지만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 각색이 되고, 작품이 다양해지면서 독자층도 확장되어 주류에 들어서게 되었다. 드라마로도 대성공이었던 ‘미생’의 역할도 중요했다. 때로는 작가 하나, 작품 하나가 완고한 사회적 장벽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경우가 문화사에는 종종 있다.
 
『곰탕』의 장르는 SF다.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2063년, 곰탕의 맛을 알기 위해 과거로 향한 우환은 가족의 맛까지 알게 된다. 『곰탕』은 웹소설 판에서 크게 인기 있을 경향의 작품은 아니었다. 조아라, 문피아, 북팔 등의 웹소설 플랫폼에서 인기 있는 장르와 독자가 좋아하는 작품은 웹소설 특유의 소재와 설정, 캐릭터, 문장 등 고유한 특징과 장점이 있다. 기존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웹에 연재했을 때 실패하는 것은, 기존의 웹소설 독자들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도 있다. 기존 종이책 독자들은 웹으로 연재소설을 읽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그런 점에서 『곰탕』이 카카오페이지와 종이책 모두 성공한 것은 의미 있는 사건이다. 게시판에 발표했던 짧은 소설을 책으로 엮은 김동식의 『회색인간』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과 함께. 앞으로 웹소설이 마니아만을 위한 서브컬처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면 더욱 다양해져야 한다. 기존의 독자들만이 아니라, 한국 소설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 웹소설을 읽게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한국소설을 바꿀 필요는 없다. 새로운 작가, 작품이 등장하고 각자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 지금은 필요하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lotusid@naver.com
대중문화평론가. 부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내 안의 음란마귀』 등. 영화·만화 등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활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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