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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痼疾<고질>

중앙선데이 2018.06.23 01:00 589호 34면 지면보기
아주 깊어진 병, 그래서 고치기 힘들어진 병이 고질(痼疾)이다. 우선 떠오르는 성어가 ‘병입고황(病入膏肓)’이다. 춘추시대 진(晋)나라 경공(景公)의 이야기다. 그가 어느 날 중병에 들어 용하다는 진(秦) 나라 의사를 불렀다.
 
경공은 그 무렵 꿈을 꿨다. 꿈에 등장한 두 아이가 나눈 대화다. “이번에 오는 의사가 매우 용하다는데 어떡하지?” “황(肓)하고 고(膏) 사이에 숨어 있자. 아무리 의사가 용하다고 해도 그곳에 숨으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膏(고)는 심장 끄트머리에 달려 있는 작은 지방(脂肪) 부위, 肓(황)은 심장과 횡경막 사이에 있는 공간이다. 침이나 약물로도 치유가 불가능한 곳이다.
 
경공을 진찰한 진나라 의사는 “병이 이미 고황에 들어 치료할 수가 없다”고 했고, 경공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 경공 꿈속의 두 아이는 말하자면 병마(病魔)다. 이 둘이 명의가 곧 온다는 말에 고황으로 숨어 버린 것을 경공이 현몽(現夢)한 것이다. 『좌전(左傳)』에 나오는 ‘병이 이미 고황에 들다(病入膏肓)’라는 성어의 유래다.
 
숙질(宿疾)도 고질과 마찬가지 뜻이다. 오래 묵은 질환, 숙환(宿患)이라 적어도 같다. 그러나 병증에만 국한할 일은 아니다. 사회나 한 집단에서 드러내는 증상도 그런 경우가 적지 않다. 우선 누습(陋習)이다. 좋지 않은 습성이다. 고벽(痼癖)이라는 말도 그렇다. 아주 오랜 습관이라는 새김인데,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내려 앉아 쌓인 침고(沈痼), 뿌리로 뭉쳐진 근고(根痼), 견고하게 이뤄진 성고(成痼)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이 화제다. 보수의 자긍심은커녕 갈팡질팡하면서 지리멸렬(支離滅裂)의 위기에 처했는데도 선뜻 개혁의 큰 방향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손을 대기 힘든 고질과 누습, 고벽, 침고, 근고, 성고의 상태로 보인다.
 
더욱 답답한 일은 이미 고황에 숨어버린 병마의 정체를 잡아내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병증의 원인을 제대로 모르니 그를 치유할 처방은커녕 명의를 불러올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갈 길은 먼데 해가 진다. 일모도원(日暮途遠)의 형국이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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