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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도로에서 졸면 죽는다? 그 은밀한 이유는

중앙일보 2018.06.22 17:35
중국 도시의 도로는 한국 등 일반 국가 도로와 그 구조가 좀 다르다. 대부분의 국가 도시의 주요 도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주행하는 차량 도로와 보행자 도로, 즉 인도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중국은 차량과 보행자 도로 사이에 도로가 하나 더 있다. '푸루(輔路)'라고 하는 보조 도로다.  
차량 전용 도로와 인도 사이에 있는 푸루 [사진 차이나랩]

차량 전용 도로와 인도 사이에 있는 푸루 [사진 차이나랩]

이 도로의 존재 이유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다. 미래지향적 정책 비전까지 스며있다. 1978년 개혁 개방과 함께 시작된 비약적인 경제발전으로 중국 도시는 부유해지기 시작했다. 차량도 급증했다. 그래서 시내 주요 도로 건설 때마다 미래 교통 상황까지 고려해 설계에 반영했다. '푸루'의 뜻을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에서 찾아보면 "주요 도로의 교통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도로 한쪽 또는 양쪽에 설치된 비교적 좁은 도로"라고 돼 있다.  

중국 보조도로 '푸루'
교통사고의 주범

 
도로마다 차량 대신 자전거로 넘쳐나던 70~90년대에 20년, 30년 후를 보고 도로 행정을 했다는 얘기다. 당시에는 도시마다 넘쳐났던 자전거 전용 도로 역할도 톡톡히 했다. 중국인들의 혜안이다. 그런데 여기까지다.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거다. 교통 혼잡에 대비 한 것인데 오히려 요즘엔 교통 혼잡을 가중시키고 사고의 주범이 되고 있어서다. 혜안의 역설이다.
주차장이 된 푸루 [사진 차이나랩]

주차장이 된 푸루 [사진 차이나랩]

중국의 도로 교통 상황은 세계 최악 중 최악이다. 특히 출퇴근 시, 혹은 눈비가 오면 거의 마비 상태다. 역시 일등 공신은 경제 발전과 함께 급증한 차량이다. 2017년 말 현재 3억 1000만 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다. 2억 8000만 대를 갖고 있는 미국을 압도한다. 사정이 이러니 도시마다 차량이 넘쳐난다. 베이징의 경우 500만 대가 넘는데 차량 5부제를 해도 아파트와 주택 단지에는 주차된 차량이 넘쳐난다. 조금이라도 여유있는 인도는 모두 주차장이 된지 오래다. 차량이 많으면 간선 도로가 아무리 넓어도 소용이 없다. 그러니 너나 할 것 없이 푸루를 통해 서로 빨리 가려고 아우성이다. 특히 러시아워 때 그렇다. 푸루의 당초 기능은 어디간 지 없고 교통 체증 유발의 주범이 돼버렸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시내 대부분 푸루는 주차장으로 변하 지 오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파트 지으면서 이렇게 빠르게 차량이 증가할 줄 몰라 지하 주차장을 만들지 않아 시내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당연히 차량은 푸루와 인도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두 개 차선 정도의 너비 중 한 차선 정도 공간은 주차공간이 된 지 오래다. 그렇잖아도 좁은데 여기에 보행자와 자전거, 오토바이, 삼륜차, 승용차, 버스가 공동으로 이 도로를 활용하고 있다.
차량 전용도로와 푸루에서 서로 먼저 진입하려다 교통사고가 빈발한다 [사진 왕이 기차]

차량 전용도로와 푸루에서 서로 먼저 진입하려다 교통사고가 빈발한다 [사진 왕이 기차]

사고 다발은 예정된 수순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864만 건의 교통사고에 26만 명 정도가 죽었다.( 一點排行網 통계, 중국 정부 통계는 2016년 6만 3000명 사망이다. 그러나 민간단체에서는 실제 사망자가 이보다 훨씬 많다는 통계를 내놓고 있다)  한국의 아산 시 인구가 매년 도로에서 사라지고 있는 거다. 물론 세계 1위다. 이중 최소 20% 정도는 푸루에서 일어난 사고다. 
푸루에서 일어난 택시와 자전거 충돌 사고 [사진 웨이신]

푸루에서 일어난 택시와 자전거 충돌 사고 [사진 웨이신]

당연히 이유가 있다. 이 도로는 사고 나기에 딱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전술한 대로 차량과 사람, 자전거 등이 맘대로 다니다 보니 서로 충돌 위험은 그만큼 높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행인들은 쌩쌩 달리는 자전거나 차량, 혹은 오토바이의 제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도로교통법상 모든 게 차량 전용인 주로(主路) 중심이다. 예컨대 주로에서 푸루로 차량이 진입하면 직진하는 푸루 차량은 무조건 멈춰야 한다. 주로 우선권 때문이다. 그런데 직진하는 중국 차량이나 자전거가 어디 양보하는가. 직진 우선일 줄 알고 무조건 달리다 '꽝'하는 일이 다반사다. 
중국 도로에선 차량 전용 도로가 푸루 진입 우선권이 있다 [사진 웨이신]

중국 도로에선 차량 전용 도로가 푸루 진입 우선권이 있다 [사진 웨이신]

반대로 푸루에서 주로로 차량이 나갈 때는 주로의 직진 차량에 우선권이 주어진다. 푸루 차량은 어떤 경우든 직진 우선권이 박탈돼 있는데 이를 아는 중국인이나 외국인은 거의 없다. 때문에 푸루 사고의 대부분이 직진과 진입권의 충돌로 야기진다. 그래서 중국 도로에서는 신호등 못지않게 위험한 게 푸루 통행이다. 횡단보도에서 파란 신호등 보고 좌우 안 보고 건너다 달리는 차량에 칠 확률이나 푸루에서 앞뒤 안 보고 차량이나 자전거, 혹은 오토바이에 칠 확률이 비슷비슷하다. 그래서 중국 도로에서는 단 한순간도 방심은 금물이다. 졸면 죽는다는 말은 운전할 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중국 여행하는 한국인들이 신호등 무시하는 차량 조심하는 건 많이 봤는데 푸루 조심하는 사람은 드물어 하는 말이다.  
 
베이징=차이나랩 최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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