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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남 살해한 날 임신 알게 된 30대 여성의 ‘기막힌’ 운명

중앙일보 2018.06.21 22:58
서울고등법원 청사 전경. [사진 서울고등법원 홈페이지]

서울고등법원 청사 전경. [사진 서울고등법원 홈페이지]

결혼을 앞둔 남성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에게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정형식)는 21일 살인(인정 죄명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30)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오전 2시께 서울 은평구 소재 자신의 집에서 A(당시 41세)씨 가슴을 흉기로 1회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법원에 따르면 그는 2009년께부터 사실혼 관계이자 결혼을 3개월 앞둔 A씨가 평소 술을 마시고 연락이 되지 않거나 귀가가 늦는 경우가 많아 불만이 있었다.
 
A씨는 사건 당일에도 약속과 달리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왔다. 컵라면을 먹는 김씨에게는 “그렇게 처먹으니까 돼지가 되는 거다. X돼지야”라는 등과 같은 모욕적인 말을 했다.
 
A씨에게 화가 난 김씨가 나머지 빨래건조대를 넘어트리자 A씨는 김씨의 뺨을 수차례 때렸다. 김씨는 격분해 주방 식탁에 놓여있던 부엌칼을 집어 들었다. 이를 본 A씨는 “찔러봐, 쫄리냐, 그래서 네가 X신이야”라고 말했고, 김씨는 결국 A씨를 찌르고 말았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같은 날 오전 3시40분쯤 숨을 거뒀다.
  
김씨는 이날 항소심에서 아기(딸)를 안고 법정에 나왔다.
 
양형 부당 여부를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날 임신 사실을 알았고 구속 상태에서 출산했다. 여기에 피해자 측이 합의서도 제출한 사정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사람의 사망을 초래했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의 처벌은 면할 수 없다. 피고인 입장에서도 피해자에게 속죄한다는 의미에서라도 어느 정도 형은 살아야 한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마무리된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김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지만 배심원 9명 중 6명이 예비적 공소사실인 상해치사죄만 유죄로 인정했다. 이들은 김씨가 A씨를 찌른 횟수가 1회에 불과한 점 등을 근거로 살인 고의가 증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도 이 부분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다투다 칼을 쥐고 찌른 건 맞지만 심장을 겨냥했다고 보긴 어렵다. 1심 배심원들 판단을 번복할만한 사정이 없다”며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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