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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 러브콜 보내던 일본...'미사일 대피 훈련' 안한다

중앙일보 2018.06.21 17:36
일본 정부가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상정해 실시해왔던 ‘미사일 대피 훈련’을 중단하기로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 대북 정책의 일대 반전이다. 
 

9개현 올해 주민 대피 훈련 중단키로
"북미회담 이후 미사일 가능성 낮아져"
'북일정상회담' 교섭 염두에 둔 조치?

21일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올해 도치기(栃木), 카가와(香川) 등 9개현에서 실시될 예정이었던 주민 피난훈련을 중지하기로 하고, 조만간 각 지역에 통지할 예정이다. 일부 현에는 이미 연락이 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1월 도쿄도내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북한미사일 대피 훈련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월 도쿄도내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북한미사일 대피 훈련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동안 이뤄진 훈련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경찰, 자위대 등이 연계해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럿)의 훈련 경보를 발령해, 주민들이 공공시설로 대피하는 내용이었다.
 
 
이날 도치기현 야이타(矢板)시는 오는 26일 중앙정부와 공동으로 실시할 계획이었던 주민대피 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야이타시는 주민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J얼럿 훈련 경보 및 이에 따른 대피훈련을 할 계획이었으나, 정부로부터 훈련 중지방침을 전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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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관계자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이후 대화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고, 현 시점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도쿄신문에 “8월에 예정돼있던 한·미군사훈련이 중지되는 등 세계적인 정세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도쿄도(東京都) 분쿄(文京) 구 고라쿠엔(後樂園)역 인근 지하시설에서 지난 1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가정한 대피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도쿄도(東京都) 분쿄(文京) 구 고라쿠엔(後樂園)역 인근 지하시설에서 지난 1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가정한 대피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최근까지도 미사일 대피훈련을 실시해왔던 일본 정부가 갑자기 방침을 바꾼 것은 북한과의 교섭을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정상회담를 원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연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북한은 단 한번도 공개적으로 이에 반응을 보인 적이 없다.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다. 
 
훈련 중단이 북·일 교섭을 염두에 두고 북한의 마음을 얻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에 언제 미사일이 날아올지 모르는 안보상황은 완화되지 않았냐"고도 말했다. 
 
일본 NHK가 지난해 9월 1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긴급 속보로 보내고 있다. 일본은 이날 오전 7시께부터 '국민보호에 관한 정보'를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럿)을 통해 전국에 알렸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NHK가 지난해 9월 1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긴급 속보로 보내고 있다. 일본은 이날 오전 7시께부터 '국민보호에 관한 정보'를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럿)을 통해 전국에 알렸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북한 정세가 다시 긴장상태로 전환될 경우, 대피 훈련을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의 일환으로 배치될 예정인 ‘이지스 어쇼어’의 도입은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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