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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없이 태어난 아이의 양육비를 받고 싶어요

중앙일보 2018.06.21 15:00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54)

저는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 아빠를 알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 결혼할 때라고 부추기도 했지만 저 역시 아이 아빠와 첫 만남에 사랑에 빠진 터라 결혼을 마음먹었고 양가 상견례를 마친 후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물론 아이가 일찍 생긴 것이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직장에서 만난 아이 아빠와 첫 만남에 사랑에 빠져 결혼 했지만, 신혼여행을 다녀와서부터 아이 아빠와 다툼이 생겼다. [사진 pakutaso]

직장에서 만난 아이 아빠와 첫 만남에 사랑에 빠져 결혼 했지만, 신혼여행을 다녀와서부터 아이 아빠와 다툼이 생겼다. [사진 pakutaso]

 
그런데 신혼여행을 다녀와서부터 아이 아빠와 다툼이 생겼습니다. 저는 입덧으로 심신이 괴로워 직장도 그만두고 누워있는데 아이 아빠는 그런 저를 보살피기는커녕 직장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쉬니 얼마나 좋냐면서 비아냥거리기 일쑤고 집이 지저분하다, 반찬이 없다면서 전업주부로서 살림을 제대로 할 것을 강요했습니다.
 
배가 불러올수록 아이 아빠의 귀가시간은 늦어졌고, 술을 먹고 들어와서는 제게 욕을 하면서 물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이러다가 큰일이 날 것 같았고, 아기에게 해가 될 것 같아 간단한 짐을 꾸려서 친정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저희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요.
 
혼인신고가 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니 그때는 오히려 맘이 가벼웠습니다. 아이를 낳고 다시 취직해서 아이를 보란 듯이 잘 키우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사히 아이를 낳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아직 직장을 잡지 못해 친정의 도움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어 친정 부모님께도 죄송할 뿐입니다.
 
그런데 아이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 아이 아빠는 책임질 수 없다면서 인지를 거부했습니다. 처음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친구들은 이런 사람과 이혼하려면 제가 더 힘들었을 거라고 위로를 해주지만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아이 출산비용이나 기저귓값도 주지 않는 아이 아빠는 심지어 자기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을 해서 더는 아이 아빠와는 대화할 수 없습니다. 아이 아빠라는 것을 확인받고 아이 아빠로부터 양육비를 받고 싶습니다.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아이를 생각하면 너무 속상하시겠어요. 아빠로서 이렇게 감정싸움을 하지 않고 비록 헤어지더라도 아빠의 의무를 다하고 아이를 정기적으로 보면 좋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우선 아이 아빠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해야겠습니다. 결혼식을 하고 실제 혼인생활을 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남녀(이런 관계를 사실혼 관계라고 합니다) 사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외의 출생자이고, 혼인 외 출생자와 그 아버지 사이에 법률상의 친자관계를 형성하려면 ‘인지’가 필요합니다. 아버지가 혼인 외의 자녀를 자신의 자녀라고 승인하는 것이죠. 스스로 할 수 있고(임의 인지), 재판을 통해서도 할 수 있습니다(강제 인지).
 
사례자의 경우에는 재판으로 인지를 청구할 수밖에 없고요. 그리고 아이의 친권자 및 양육자를 사례자로 지정해달라는 심판과 아이 아빠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심판을 제기해야겠죠.
 
그런데 이런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기본증명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즉 출생신고를 해야 하죠. 비록 아버지를 적는 칸이비어있더라도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기본증명서와 사례자가 아이의 엄마라는 것을 공적으로 증명하는 가족관계증명서가 있어야 합니다.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기본증명서, 즉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출생신고가 지난 5월 8일부터 전국 18개 병원 출산시 인터넷으로 신청가능해졌다. [자료 행안부]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기본증명서, 즉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출생신고가 지난 5월 8일부터 전국 18개 병원 출산시 인터넷으로 신청가능해졌다. [자료 행안부]

 
인지청구를 통해 아버지가 가족관계증명서에 기재되면 사례자가 아이의 양육자와 친권자로 지정해달라는 친권자 양육자 지정을 구하는 심판과 양육비 지급을 구하는 심판을 할 수 있고요.
 
이와 같은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하면 아빠가 스스로 인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일방의 잘못으로 사실혼 관계가 파탄되면 그 일방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합니다. 사례자 말씀에 따르면 아이 아빠를 상대로 한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나, 실제로는 오히려 아이 아빠가 스스로 인지를 한 후에 사실혼 관계가 아이 엄마의 잘못으로 파탄됐다고 주장하며 위자료 청구를 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면 소송을 통해 또는 임의로 인지된 경우 아이의 성과 본이 아빠의 성과 본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물론 부모가 협의해 종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보다는 인지되어 바로 아빠의 성과 본으로 변경되는 사례를 더 많이 접했습니다. 
 
사례자의 경우에는 아이가 아주 어린 것 같아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인지되는 아이가 나름 자아를 형성하거나 또래 사회가 있는 경우처럼 아이의 이익을 위해 종전의 성과 본을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에 종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친부의 인지로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기쁨보다는 부계 혈통주의로부터 자유롭게 자신의 신분관계를 적극적으로 형성해가는 시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혼인 외의 출생자가 인지된 경우 원칙적으로 종전 성과 본을 사용하고 부모의 협의나 법원의 허가를 받아 부의 성과 본을 사용하도록 개정하는 것이 훨씬 본인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잘 키우려는 그 마음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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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구 배인구 법무법인로고스 가사·상속센터장 필진

[배인구의 이상(理想)가족] 어쩌면 힘들고, 아픈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를 웃고 울게 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그간 잊고 지냈던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오랜 판사 경험을 가진 필자가 이 같은 고민을 함께 나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부 내용을 재구성·각색해 매주 가족 이야기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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