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론 4대 샀다가 돈만 날린 대통령 경호처

중앙일보 2018.06.21 14:54
감사원은 2003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실시한 대통령 비서실ㆍ대통령 경호처ㆍ국가안보실을 기관운영 감사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중앙포토]

감사원은 2003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실시한 대통령 비서실ㆍ대통령 경호처ㆍ국가안보실을 기관운영 감사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중앙포토]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경호처가 800여만원을 주고 청와대 경비용 드론 4대를 샀지만, 납품업체가 폐업하는 바람에 써보지도 못하고 돈을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호처는 또 공무 국외출장 심사에 필요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고 이를 심시하기 위한 위원회도 운영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경호처, 직원들 국외 출장에
기준없이 4800여만원 쓰기도
비서실엔 카페 계약 관련 지적
국가안보실은 문제점 없어

감사원은 2003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실시한 대통령 비서실ㆍ대통령 경호처ㆍ국가안보실 등 3개 기관 운영 감사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그 결과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경호처에서 위법ㆍ부당 및 제도개선 사항 8건을 확인했다. 국가안보실에서는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 등을 대상으로 2003년 이후부터는 재무감사만 했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대통령 경호처는 2016년 12월 청와대 주변 경비에 활용하기 위해 드론 4대를 835만원에 구매했다. 드론에는 항공법에 따라 청와대와 주변 공역 비행을 할 수 없도록 비행제한프로그램이 내장돼 있다. 따라서 청와대 주변 공역을 비행하기 위해서는 비행제한프로그램을 해제해야 한다. 그러나 경호처는 드론의 비행제한 프로그램 해제를 구매계약 조건에 반영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또 원격으로 프로그램 해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본사에서만 프로그램 해제가 가능하다”는 업체 말만 믿고 새로 산 드론 4대와 수리를 요청할 드론 2대 등 총 6대를 업체에 맡겼지만 2017년 3월 업체가 폐업해 드론을 회수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또 대통령 경호처가 공무 국외출장 심사에 필요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고 이를 심시하기 위한 위원회도 운영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경호처는 5차례에 걸쳐 소속 직원 총 15명을 국외 출장을 보내 4800여만원을 썼는데, 국외 출장 심사에 필요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이를 심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또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휴직 기간은 승진임용 경력에 반영하지 못하게 돼 있음에도 육아휴직 기간을 반영해온 점을 지적하고, 시행령을 조속히 개정하라고 경호처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대통령 비서실에 대해선 청사건물 내 매점을 2003년 5월부터 15년간, 카페를 2009년 2월부터 9년간 각각 같은 사람과 계속 수의계약을 체결한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 비서실은 매점의 경우에는 장애인복지 때문에, 카페의 경우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공간적 특수성 때문에 장기 수의계약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국유재산법 등에 따르면 국유재산의 사용 허가는 일반경쟁이 원칙이지만 필요한 경우 제한경쟁이나 수의계약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특정인이 장기간 사용허가를 받는 등 특혜시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명경쟁, 제한경쟁 등 경쟁입찰의 방법을 통해 사용허가 대상자를 선정하라”고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통보했다.
 
또 매점ㆍ카페의 임대료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공공청사 내 카페ㆍ매점과는 여건이 다른 인근 지역의 일반 카페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일반 카페 임대사례를 기준을 청사 내 매점ㆍ카페에 동일하게 적용해 지난해 매점과 카페의 매출은 15배 차이가 나지만, 임대료는 연간 약 8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감사원은 “여건이 전혀 다른 임대 사례를 기준으로 사용료를 산정하고, 이를 업종이 상이한 매점과 카페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등 불합리한 사용료 산정으로 특혜 시비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카페ㆍ매점의 기존 계약이 만료된 이후에는 경쟁입찰을 시행하겠다고 감사원에 답변했다.  
 
이밖에도 감사원은 대통령 비서실이 미술품 606점을 부실하게 관리했다고 지적했다. A등급과 B등급 미술품은 관계 규정에 따라 5년마다 실물감정을 통해 작품가액을 반영해야 하는데, A등급과 B등급 312점 가운데 43점의 작품가액이 실물감정 없이 ‘0원’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