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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도우미 경력 소문낼까?” 투잡 뛰다 회사에 알려진 20대 여성

중앙일보 2018.06.21 13:01
한 20대 여성 직장인이 퇴근 후 ‘노래방 도우미’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사실이 회사에 알려지면서 삶이 송두리째 무너졌다.

한 20대 여성 직장인이 퇴근 후 ‘노래방 도우미’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사실이 회사에 알려지면서 삶이 송두리째 무너졌다.

‘고수익 알바’라는 꼬임에 빠져 ‘노래방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직장에도 알려지고 오히려 빚만 지게 된 2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범죄피해 트라우마’ 측정으로 도움

21일 광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광주에서 직장에 다니는 20대 여성 A씨(28)는 1년 전부터 ‘노래방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했다. 지난해 6월 퇴근 후 집에 가다가 우연히 만난 이모(50)씨의 달콤한 제안을 받고서다. A씨는 “노래방에서 시간당 3만원을 준다”는 이씨의 유혹에 빠져 노래방 도우미 일을 시작하게 됐다.  
 
A씨는 최저생계비 수준의 월급을 받아 할머니까지 보살펴야 해 노래방 도우미 알바 자리를 뿌리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씨는 A씨가 막상 노래방 도우미 알바를 시작하자 태도가 돌변했다. 시급 3만원 가운데 2만원을 수수료 명목에 가져간 것이다. 생각보다 수익이 많지않자 A씨는 몇 개월 후 노래방 도우미 일을 그만두겠다고 이씨에게 말했다.
 
이때부터 A씨는 협박에 시달렸다. 이씨는 이미 A씨의 집 주소와 직장까지 개인 신상을 알고 있었다. 노래방 도우미 알바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에 A씨는 그만 둘 수 없었다. 노래방 도우미 일을 나오지 않으면 벌금도 내야했다. 벌금 명목으로 300만원까지 냈다. A씨는 노래방 도우미 일을 하면서 오히려 빚만 졌다.
 
도우미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된 최근 A씨는 이씨에게 그만 두겠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그만 두려면 1000만원을 내놓라고 으름장을 놨다. A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씨가 요구하는 돈도 줄 수 없고, 그렇다고 도우미 일을 계속할 수도 없었다.
 
이씨는 A씨가 말을 듣지않자 직장까지 찾아갔다. 이씨는 직장 동료에게 A씨가 노래방 도우미 일을 했다며 소란을 피웠다. 그동안 숨기고 싶었던 비밀이 동료에게 알려진 거다. 두려움을 느낀 A씨는 친한 언니 집으로 도망을 쳤다. 이씨가 시골에 있는 부모들에게 찾아갈 것이 두려웠다. 부모들이 이런 일을 알면 실망할 게 뻔했다. 고민을 거듭한 A씨는 결국 경찰서를 찾았다.
 
광주서부경찰서는 이씨를 공갈혐의로 입건하고 유사 범죄가 있는지 수사를 펴고 있다. 경찰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A씨가 범죄피해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검사를 받도록 안내했다. 검사 결과 A씨의 심리ㆍ생리적 반응은 즉각적인 치유와 보호가 필요한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임시 숙소를 마련하는 한편 이씨가 더는 A씨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처했다.
 
광주 서부경찰서 청문감사관실 피해자 전담 경찰관은 “제때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이 최선이나 저마다 처지 때문에 고민을 안고 있다면 트라우마 측정 검사라도 먼저 받아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범죄피해 트라우마 검사는 일선 경찰서 담당자와 통화 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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