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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오패스가 능력자? 정치가엔 없는 공감능력

중앙일보 2018.06.21 07:01 종합 18면 지면보기
[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11)
넉넉. [일러스트=김회룡]

넉넉. [일러스트=김회룡]

 
넉넉
 
넉넉, 왠지 푸근하다
입안에서 한번 소리 내보니
혀끝이 하늘을 두드리는 것 같아
머리에서 발끝까지 울림이 생긴다
 
내 곁에
당신만 보였을 때 난 참 넉넉했는데
당신과 나 사이에
이것저것 채워 넣으니 도리어 빈곤하다
바닷물을 들이켠 듯 목이 마르다
 
넉넉
소리만큼 참 쉬운 길이었는데
시선을 맞추며 나란히 걸으면 됐는데
떠나간 뒤에나
눈물처럼 그렁그렁
핑 돌아 알아챈다
 
[해설] 사심이 끼면 인간관계 망가진다
긍정적인 생각과 말을 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살 확률이 높다. [사진 freepik]

긍정적인 생각과 말을 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살 확률이 높다. [사진 freepik]

 
말에는 힘이 있다고 한다. 어떤 말을 내뱉으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때부터 살아 움직인다고 한다. 화초나 식물을 키울 때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좋은 음악을 틀어주면 성장이 40% 이상 빠르고, 소출이 풍부하다고 한다.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 하는데 평소 긍정적인 생각과 말을 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살 확률이 높다고 한다. 남에게 칭찬하는 말도 그 긍정 효과가 말하는 사람에게 되돌아온다고 한다. 뇌 과학자들은 이런 이유를 사람의 뇌가 사실관계와 주어를 구분하지 못하고 우리가 하는 말에 반응하기 때문이란다. 뇌가 제법 착각을 잘한다는 뜻이다. 이런 원리를 잘 이용해야 한다.
 
사실관계와 주어를 구분 못하는 뇌
한번 시험 삼아 ‘넉넉’이라고 발음해보시라. 혀끝이 입천장을 가볍게 두드렸다가 소리가 나는데 입안에서 어떤 공명이 일어난다. 우연하게도 영어 단어 ‘knock’도 두드린다는 뜻인데 ‘넉’으로 발음된다.
 
‘넉넉’이라는 우리말은 여유롭다, 풍부하다, 넓다, 차고 남음이 있다는 뜻이다. 한 글자로는 의미가 없고 두 글자를 나란히 쓰고 발음해야 비로소 한 단어로 기능해 의미가 생긴다.
 
인간관계에서 서로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볼 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우러나게 된다. [사진 freepik]

인간관계에서 서로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볼 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우러나게 된다. [사진 freepik]

 
이는 평등한 두 인격이 나란히 한 곳을 향해 걸을 때 비로소 부부가 되거나 부모·자녀 관계, 동반자 관계를 이룩해 넉넉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과 닮았다. 넓혀 보면 신과 인간의 관계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자주 착각해 두 인격체 사이에 어떤 불필요한 부속물을 자꾸 채우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최종적으로 둘 사이 관계가 점차 멀어지는 걸 깨닫게 된다.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꾸밈인지 주객이 전도된 결과이다. 두 인격체가 본질적인 진실을 잊지 않고 관계를 맺을 때 더 넉넉해질 텐데 부수적인 것에만 신경을 쓴 결과가 아닐까 한다.
 
앞뒤 ‘넉’이라는 글자는 동질적이다. 단지 발음상 시간의 차서만 있을 뿐이다. 어느 글자가 더 중요하다고 차별할 수 없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볼 때 사랑이 생기고, 감사하는 마음이 우러나는 것이다. 사랑과 감사 대신 어떤 대가나 보상을 바라는 사심이 낄 때 관계는 조금씩 망가지기 시작한다.
 
흔히 아이들 공부를 잘하게 하고 부모 마음에 들게 성격을 개조하고 싶을 때 어떤 보상을 내거는 경우가 많은데 연구 결과 큰 효과가 없다고 한다. 평소에 부모가 아이를 한 인격체로 대우하고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그런 방법이 평소 말을 좋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말과 동조하는 말이다.
 
아이가 실수했을 때 야단치고 교정하기에 앞서 먼저 해야 하는 말이 있다. “나도 어렸을 때 그런 실수를 했었다. 그때 내가 아주 힘들었는데 너도 힘들지?”라고 공감부터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자제력을 키우는 언행을 모범으로 보여줘야 한다. 공감이 늘 먼저이다.
 
‘소시오패스’ 가 많은 정치가들
인류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 [중앙포토]

인류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 [중앙포토]

 
동서양 성인들의 가르침은 결국 공감에서 비롯한다.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을 ‘소시오패스’라고 부른다. 그동안 인간사회에서 그런 사람이 능력자라고 도리어 찬사를 받는 엉뚱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그들이 끼친 해악이 너무 컸다. 정치가나 고위직에 오른 사람 중 소시오패스가 많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에서 밝혀졌다. 
 
대표적인 인물이 히틀러와 그 추종세력이다. 언어폭력,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바로 소시오패스 성격일 때가 많다. 그런 인물을 철저히 골라내어 차단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 풍요에도 넉넉하지 못하고 불공정해 보이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기심과 성공지상주의, 공감 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윤경재 한의원 원장 whatay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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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재 윤경재 윤경재 한의원 원장 필진

[윤경재의 나도 시인] 시를 시인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시쓰기를 어려워들 합니다. 그러나 시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이든 아니든 시를 쓰면 모두 시인입니다. 누구나 그저 그런 일상을 살다가 문득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오래 기억에 남는 특별한 체험이라면 감정을 입혀 쓰는 것이 바로 시입니다. 시인으로 등단한 한의사가 연재하는 시를 보며 시인이 되는 길을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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