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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포장만 달라진 검찰 줄세우기

중앙일보 2018.06.21 01:46 종합 29면 지면보기
정진우 사회부 기자

정진우 사회부 기자

“청와대에 줄을 대야 성공한다는 메시지로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
 
19일 법무부가 발표한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에 대해 검찰 안팎에선 ‘문재인식 줄세우기’란 푸념이 나왔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필두로 이전 정부 ‘적폐수사’에 일조한 검사들이 대거 승진하고 주요 보직을 차지한 데 대한 우려다. 한 부장검사는 “우병우 라인이 물러나니 윤석열 라인이 검찰을 장악한 셈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전 정부에서 문제가 됐던 검찰의 ‘코드 인사’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재연되고 있다는 의미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윤석열 라인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는 2003년 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의 초대 팀장을 맡았다. 윤 지검장과도 막역한 사이다. 성씨가 같은 데다 수사 스타일도 비슷해 ‘대윤’, ‘소윤’으로 불릴 정도다. 윤 차장은 현 정부에서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해 7월 검찰 정기인사를 앞두고 검찰총장이 임명되기도 전에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 ‘원포인트’로 임명됐다. 전임자보다 4기수 아래인 ‘파격 인사’였다. 이번 인사에서도 파격은 계속됐다. 초임 검사장 승진과 함께 4기수를 뛰어넘어 법무부 검찰국장이라는 요직에 기용됐다.
 
지난해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 임명된 박형철 변호사 역시 ‘숨어있는 윤석열 라인’이다. 그는 윤 지검장과 함께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논란에 휩싸이며 검찰을 떠났다. 하지만 반부패비서관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중앙지검장에 유임된 ‘대윤’은 적폐청산, ‘소윤’은 검찰개혁, 박 비서관은 부패 청산 실무를 담당하는 ‘적폐청산 트로이카’가 완성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와 검찰을 넘나들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던 ‘우병우 라인’은 종적을 감췄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우병우 라인으로 의심받는 대부분이 옷을 벗었고, 그나마 사표를 내지 않은 간부들은 지방으로 좌천됐다.
 
승진 욕망 그 자체를 비난할 순 없다. 문제는 검사들의 승진욕을 악용하는 행태다. 현 정부는 검찰의 ‘줄세우기 문화’를 적폐로 규정하고 개혁의 칼을 휘둘렀다. 그 결과는 ‘우병우 라인’의 궤멸이다. 하지만 이면에선 ‘윤석열 라인’이라는 또 다른 이름의 줄이 길게 늘어서고 있다. 위험 신호가 울리는 상황에서 “우리는 다르다”는 말은 공허할 뿐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경계하지 않는다면 ‘진짜 적폐청산’이 이뤄질 수 없다.
 
정진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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