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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지방 소멸, 새 지방정부와 의회는 반드시 해결하길

중앙일보 2018.06.21 01:35 종합 31면 지면보기
조영태 서울대 인구학 교수

조영태 서울대 인구학 교수

지난주 6·13 지방선거를 통해 앞으로 4년간 지역사회를 책임질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했다. 전국적으로 단체장도, 지방의원도 집권여당 후보들이 압승을 거두었다. 이 때문에 견제가 불가능해 한쪽으로 치우친 지방행정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등장했다. 반대로 쓸데없는 힘겨루기 없이 단체장이 추진력을 갖고 지방행정을 펼칠 수 있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매우 크다. 그럼 혹시 이번 선거보다 ‘균형’이 있었던 지금까지의 지방자치 동안 지역사회는 발전했고 지역민들의 삶의 질은 좋아졌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렵지 않다. 그것이 아마도 지역민들이 균형보다는 추진력에 힘을 실어 준 이유일 것이다.
 

지방자치가 정치적 균형 치중해
인구 균형, 특히 청년을 잃어 왔다
노인 무상복지에만 에너지 낭비
청년이 떠나면 지역 미래도 없다
새 활력 불어넣어 지방 소멸 막고
청년과 함께 새롭게 도약하기를

필자가 전공하고 있는 인구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에 선출된 자치단체장과 의회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소멸’의 위기가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지금까지 ‘균형’ 잡힌 지방자치가 최소한 인구의 측면에서는 ‘균형’을 잡지 못해 왔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지자체 인구는 지난 20여 년간 속절없이 줄어왔다. 수많은 사람이 이주해 나갔기 때문인데 특히 지역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 인구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이번 선거를 통해 단체장과 의회 의원을 선출한 지자체의 수는 226개다. 이 중 51개 지자체의 인구는 이미 5만 명도 채 되지 않는다. 서울 25개 구를 제외하면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4분의 1이 인구 5만 명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지자체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물론 행정구역이 반드시 인구수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지역이 독립된 지자체로 존재하면 아무리 사는 사람이 적어도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조직과 인력 그리고 이들을 운용하기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 인구가 줄어든다고 해서 조직, 인력, 그리고 예산이 비례해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 학생이 100명 있으나, 10명 있으나 학교의 기본 운용예산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조영태칼럼

조영태칼럼

그런데 더 심각한 일이 있다. 도 단위에 있는 거의 모든 기초자치단체에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사람의 수는 주민등록 인구수보다 훨씬 적은 게 그것이다. 위에서 말한 51개의 지자체는 주민등록 인구 5만 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다. 주민등록은 지방에 두고 있지만 실제 거주는 서울, 수도권, 혹은 광역시에서 하고 있는 사람이 꽤 많은데, 실제 거주하고 있는 사람만을 고려하면 인구가 5만 명도 되지 않는 지자체의 수는 57개로 늘어난다. 대학 진학이나 직장을 구하기 위해 이주한 청년들 사이에서 이 현상이 두드러진다. 예컨대 2016년 20~39세 청년들 가운데 경상북도에 실제 거주하는 사람은 주민등록 인구에 비해 약 2만5000명이나 적었다.
 
이미 인구가 5만 명도 안 되거나 곧 5만 명 아래로 내려갈 것이 분명한 지역에서 4년의 임기를 새롭게 시작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치적을 쌓는 데 치중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더 이상의 인구 감소를 막고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5년 혹은 10년이라도 더 늘리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 낼지 고민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예컨대 교량을 건설하거나 노인을 위한 무상복지 혜택을 늘리는 것은 눈에 확 띈다. 그런데 실제 세금을 내어 줄 젊은 인구는 주는데 이런 데 대규모 예산을 쓰면 청년들이 이 지자체에 남아 있을 리 없다. 청년이 지역을 떠나면 지역의 미래도 없다.
 
그렇다고 인구가 5만 명 정도밖에 없는 지자체가 갑자기 청년 인구를 수천 명씩 유입하려는 비현실적인 정책을 마련하라는 것이 아니다. 각 지역이 처한 사정을 면밀히 분석해 매년 청년 인구가 100명 떠나더라도 50~100명이 들어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여기에 예산 쓰는 것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만일 인근 지역의 경제적인 여건이 좋고 청년을 위한 일자리가 많다면 굳이 청년들이 그리로 가지 못하게 하기보다는 인근 지역과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그동안 지방자치는 정치적 균형을 유지했을지 모르지만 인구의 균형을 잃고 특히 청년을 잃어 왔다. 이제 주민들은 정치적 균형 대신 강력한 추진력을 새로운 단체장과 의회에 부여했다. 이 추진력이 지방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과 함께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지자체가 될 수 있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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