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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미군 유해 곧 송환” … 시진핑 손잡고 트럼프엔 선물

중앙일보 2018.06.21 01:21 종합 3면 지면보기
1997년 판문점에서 열린 미군 유해 송환 행사. 이 유해는 하와이의 신원확인소로 보내졌다. [중앙포토]

1997년 판문점에서 열린 미군 유해 송환 행사. 이 유해는 하와이의 신원확인소로 보내졌다. [중앙포토]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후 첫 대미 조치로 미군 유해 송환에 나설 전망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혈맹 관계를 과시하면서 다른 한쪽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의 선물을 제공하는 양다리 외교전이다.
 

미 언론 “유해 최대 200구 보낼 듯”
트럼프, 포로·실종 모임 영향력 감안
유해 도착할 하와이 방문할 가능성

북, 90년대 유해 송환 땐 310억 받아
전문가 “이번엔 대가 없이 넘길 수도”

로이터 통신은 19일(현지시간) 이르면 수일 내 북한이 6·25 전쟁 실종자를 포함한 미군 유해를 미국으로 송환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미군 유해는 한국 내 유엔군사령부를 거쳐 하와이로 이송될 예정이다. 판문점이 유해 송환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백악관이 북한에 특사를 보내 현지에서 유해를 수습한다는 보도(CNN)도 나왔다. ABC는 북한이 보낼 미군 유해를 최대 200구로 보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상원의원들을 상대로 예정됐던 북·미 정상회담 브리핑을 연기했다. 이를 놓고 폼페이오 장관이 미군 유해를 받기 위해 곧 출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군 유해 송환은 지난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합의한 사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유해 송환은 사전에 준비한 의제는 아니지만 마지막에 추가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군 유해 송환 합의를 북한의 미사일 실험장 폐쇄 약속과 함께 정상회담의 성과로 자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선 “북한 당국이 북한에 남겨진 미군 유해 발굴을 이미 시작했다”고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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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에서 전사자 유해 송환은 성역이나 다름없다. 전미가족연합·전미가족협회 등 전쟁포로·실종자 가족 모임들이 조직적으로 워싱턴의 의회와 행정부를 압박한다. 백기엽 전 호놀룰루 총영사는 “이들이 정부는 물론 언론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미군 유해 송환을 담당하는 국방부 내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의 구호는 ‘그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까지! 당신은 잊히지 않았다’다.
 
DPAA에 따르면 6·25 전쟁 실종 미군은 7697명이며, 이 중 5300여 명의 유해가 북한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청천강과 운산 일대에 1600여 명의 미군이 묻혀 있고, 비무장지대(DMZ)에도 1000여 명의 유해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200명 안팎의 유해가 동시에 송환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정부는 하지 못했던 국가적 책무를 이행한 대통령으로 여론에 내세울 수 있다.  
 
미국은 1990년대 북한 지역의 미군 유해를 발굴하는 사업을 벌였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96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동안 북한에서 629구의 유해를 찾아 미국으로 송환했고, 이 중 459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북한에서 발굴된 미군 유해는 하와이로 이송돼야 한다. 하와이에 DNA로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는 DPAA 법의학연구소가 있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직접 공항에서 환영했듯이 하와이를 직접 방문해 미군 유해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군 유해를 맞는 트럼프 대통령의 엄숙한 모습은 국내적으로 우호 여론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군 유해를 송환하면서 과거처럼 미국에 돈을 요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05년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펜타곤이 90년대 미군 유해 발굴 사업을 위해 북한에 2800만 달러(약 310억원)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해선 돈을 아끼지 않는 미국 내 기류를 보여 준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이번엔 미국 정부에 성의를 표시한다며 대가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향후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대대적인 미군 전사자 발굴 사업을 시작하며 상당한 비용을 청구서로 내밀 것이라는 의미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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