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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 악화 원인 “최저임금 역효과” 22명 “고령화”는 9명

중앙일보 2018.06.21 01:20 종합 4면 지면보기
올해 1분기(1~3월) 소득 하위 20%(1분위)의 소득은 역대 최대 폭인 8% 넘게 줄었다. 반면에 고소득층의 소득은 많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대표적 분배지표인 5분위 배율은 5.95배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 답변, 청와대 인식과 온도차
근로시간 단축 놓곤 긍정·부정 팽팽
“사업 외주 줘 되레 고용 감소할 수도
직원 늘리면 지원 보완대책 필요”

OECD, 한국 최저임금 정책 우려
“임기 5년간 54% 인상 유례 없어”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펼쳐온 정부로선 국정 철학의 근간을 흔드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달 29일 가계소득 동향 점검 긴급회의를 주재하면서 “소득 분배가 나빠진 것은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말했다.
 
설문에 참여한 40인의 전문가 중 절반 이상은 분배지표가 나빠진 가장 큰 원인으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 주도 성장의 역효과(22명)’를 꼽았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고령 실직자의 증가’가 9명으로 뒤를 이었다. 익명을 원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 가구의 소득 부진도 원인 중 하나겠지만 이런 구조적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최저임금 인상을 고집하다 부작용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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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감소는 연관이 없다(장하성 정책실장)”는 청와대의 인식과 달리 40명 중 37명이 “고용을 위축시킨다”고 답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자영업 및 저소득 계층의 고용에 직격탄”이라며 “비판적 견해를 듣고 민생 현장을 객관적으로 살피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라 밖의 평가도 전문가의 시선과 비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일 발표한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대통령 임기(5년) 동안 54%의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건 OECD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54%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가정한 상승률이다. 랜들 존스 OECD 한국경제 담당관은 “특히 건설·소매업 분야의 고용 둔화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국제경쟁력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만큼 올해 인상률의 효과부터 평가하라”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 또한 적잖은 부작용을 잉태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다음달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시간이 주당 최대 52시간으로 줄어든다. 근로시간 단축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매우 부정적(0점)~매우 긍정적(10점) 사이에서 지수화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평균 4.5점으로 비관론이 약간 우세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고용을 늘리거나 기계로 노동을 대체해야 한다”며 “핵심 업무가 아니라면 사업 외주화로 조달 방식을 변경하거나 해외로 자본을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정부의 기대와 달리 ‘고용 감소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하는 방식이 다양한데 획일적으로 적용하면 일부 업종에서 불법이 방치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교대제 개편 등으로 일자리를 나누는 효과가 있고, 특히 취약계층이 혜택을 볼 것”이라며 “다만 실질적인 고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이 고용을 늘리면 혜택을 주는 등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대책을 물었더니 ‘탄력근로제 확대’(23명)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탄력근로제는 특정일의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줄여 주 평균 근로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한국은 도입 요건이 엄격하고, 단위 기간이 짧아(2주 또는 3개월) 10인 이상 기업 중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는 곳이 3.4%밖에 안 된다. 1년 단위로 탄력 근로를 설계하는 미국·일본·프랑스처럼 단위 기간부터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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