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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최저임금 충격파 크자 근로시간 단축 시간벌기

중앙일보 2018.06.21 01:18 종합 4면 지면보기
다음달부터 시행(300인 이상)되는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6개월간의 준비기간을 두게 됐다. 당·정·청이 20일 올해 말까지 계도기간을 두기로 결정하면서다. 법에 명시된 시행 시기는 지키면서 제도의 연착륙을 꾀하겠다는 뜻이다.
 

경총서 계도기간 요청하자 수용
유연근무제 등 제도 정비할 듯

이런 결정이 나온 건 경제에 미칠 부담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충격에서 빚어진 고용 참사에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치면 파장이 만만찮게 커질 수 있다.  
 
정부도 계도기간 동안 산업현장의 실태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대비책을 마련할 시간을 벌었다.
 
상황 변화에 역할을 한 건 전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정부에 건의한 정책 제안이다. 경총은 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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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머리를 맞댄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국무총리실은 산업현장의 혼란을 방치할 수 없었다. 기업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법에 맞춰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문제점을 찾고, 해결책을 마련할 시간을 얻어서다. 실제 당·정·청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과 동시에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면 기업이 선의의 범죄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근로시간 포함 여부를 두고 노사가 사사건건 대립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비용도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심각한 고용 상황도 이번 결정에 변수로 작용했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신규 인력이 필요하다. 300인 이상 기업의 채용 시기는 대부분 대학의 졸업 시즌과 맞물린 겨울에 몰려 있다.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필요 인력을 산출할 수 있게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도 채용 시기를 고려한 정책 계도기간이 필요했다.
 
법 시행에 앞서 법을 지킬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탄력근로제와 같은 유연근무제 대책은 손도 못 댔다. 가이드라인조차 내놓지 못했다. 고용부는 “실태조사를 한 뒤 개선책을 내놓을지 판단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준비가 거의 안 돼 있었다는 얘기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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