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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 달고 사는 아기한테 KTX 할인 … 무슨 소용 있나요”

중앙일보 2018.06.21 01:11 종합 8면 지면보기
가정돌봄 환자 100만 시대 <하>
송순중씨의 아들 재성이는 인공호흡기(왼쪽)를 꽂고 있다. 아이 너머로 가래를 뽑는 석션기와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놓여 있다. 엄마는 끊임없이 말을 건네고 자그마한 손과 발을 주물렀다. 프리랜서 김성태

송순중씨의 아들 재성이는 인공호흡기(왼쪽)를 꽂고 있다. 아이 너머로 가래를 뽑는 석션기와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놓여 있다. 엄마는 끊임없이 말을 건네고 자그마한 손과 발을 주물렀다. 프리랜서 김성태

“우리 재성이 숨 쉬기 힘들었구나. 그새 가래가 이렇게 많이 끼었어요.”

 

성인보다 더 힘겨운 난치병 영유아
생후 12개월 지나야 장애인 등록
요양보험도 65세 이상만 자격
장애아 등록해도 월 5만원 수당뿐

아빠는 투잡, 엄마는 간병하다 골병
호흡기·콧줄 … 병원 갈 때 어른 셋 필요
방문재활치료·가정방문간호 절실

지난 1일 오후 충남 계룡시 송순중(39)씨의 집. 송씨는 아들 이재성(1)군의 목에 가느다란 관을 밀어 넣어 가래를 뽑아냈다. 송씨는 “가래가 기도를 막으면 숨을 못 쉬어서 30분~1시간마다 한 번씩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성이는 목에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다. 입에는 분유 공급 관이, 발에는 산소포화도·심장박동수를 측정하는 기기가 연결돼 있다. 재성이의 몸속 산소포화도가 85% 아래로 떨어지면 경고음이 울린다. 엄마는 하루도 1시간 이상 못 잔다. 송씨는 “깜빡 잠든 사이 애가 잘못되면 어떡하냐”며 불안한 표정이다.
 
아이는 배 속에 있을 때 건강했는데 분만 도중 치명적인 뇌 손상을 입었다. 저산소성 뇌병증 진단을 받았다. 중환자실에서 5개월을 보낸 뒤 급한 치료가 더 없다고 해서 집으로 왔다. 엄마가 24시간 아이를 지킨다. 프리랜서 웹디자이너 일을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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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성이처럼 가정에서 돌보는 영유아가 최소 3000명으로 추정된다. 김민선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일본의 소아 최중증 환자가 5600명 정도인데, 한국은 3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돌봄서비스가 아예 없다 보니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부담도 크다. 송씨는 “1년 새 치료비가 수천만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적금을 깨고 친지에게 손을 벌려 해결했다. 얼마 전부터 건강보험 산정특례를 받게 돼 병원비의 10%(보통 20%)만 낸다. 산정특례도 집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집에서 쓰는 인공호흡기 튜브·생리식염수·증류수·석션용 카테터(관) 등의 소모품에 매달 50만원 이상 들어간다. 이 중 인공호흡기 대여비 정도만 건강보험이 된다.
 
이 가정의 선택은 아이 아빠(42)의 ‘투잡’이다. 낮에는 대전에서 카센터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새벽 2~3시까지 대리운전을 한다. 하루도 제대로 못 쉰다. 초등학교 2, 4학년인 재성이의 누나들은 부모의 손길을 받지 못한다. 송씨는 “주말에 가족끼리 나들이도 가고 고기도 구워 먹고… 그런 소소한 삶의 재미가 사라졌다”며 “간혹 재성이가 중환자실에 입원하면 병원에서 돌봐주니까 자유로워지는데 집에 오면 전부 부모 몫이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가정에 머무르는 영유아 최중증 환자 가족 7명을 심층인터뷰했다. 이들은 성인 가정돌봄 환자보다 더 열악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우선 병원 밖에서 돌봄서비스를 받으려면 장애인 등록을 해야 하지만 생후 12개월이 넘어야 해 신생아들은 해당이 안 된다. 또 장애 진단을 받는다고 해도 활동지원 서비스는 만 6세가 넘어야 이용할 수 있다. 장애아동 돌봄서비스가 있지만 발달장애인 위주라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아이는 돌봐주지 않는다. 요양보험은 65세 이상 노인이 대상이어서 아이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요양병원에 보내고 싶어도 아이를 받아주는 데가 거의 없다.
송순중씨가 인공호흡기를 꽂고 있는 아들 재성이에게 입을 맞추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송순중씨가 인공호흡기를 꽂고 있는 아들 재성이에게 입을 맞추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민선 교수는 “아픈 아이들을 위한 돌봄서비스가 없으니 그 부담이 고스란히 부모, 특히 엄마에게 떠넘겨진다.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리던 엄마가 깜빡 잠든 새 산소포화도 기계 경고음을 못 들어서 아이가 숨지는 사례도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돌봄에 시달리는 엄마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소아 최중증 환자 가족들의 말말말
▶저산소성 뇌병증 재성(1) 엄마 송순중(39)씨
“내가 깜빡 잠든 새 애가 잘못될까 봐 늘 긴장하고 산다.”
▶소두증 지훈(11) 아빠 김상현(43·가명)씨
“ 너무 힘들어서 무너지려다가도 아이 웃는 얼굴 보고 힘을 낸다.”
▶영아연축 소연(1) 엄마 장지윤(37)씨
“ 남편이 생업까지 접고 간병에 매달리는데 소모품 비용만 월 100만원이 들어간다.”
▶점상연골형성이상증 지원(1) 엄마 김현주(38)씨
“ 방문 재활치료가 절실한데 1회 7만~8만원 너무 비싸 포기했다.”
▶파타우 증후군 지은(2) 엄마 박진희(29)씨
“ 아이는 치료가 절실한데, 사회는 ‘아픈 아기니까 포기하라’고 강요한다.”
▶라르센 증후군 동훈(1) 엄마 정소영(42)씨
“ 장애아 등록했더니 KTX 할인혜택을 준다는데 우리 가족이 언제 쓰겠나.”
전북 전주시 정소영(42)씨의 생후 18개월 된 아들 동훈이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라르센 증후군과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다. 라르센 증후군은 몸 전신에 다발성 골절이 발생하는 병이다.  
 
이로 인해 기관지 연화증(기관지가 좁아지는 현상)이 생겨 저산소증을 겪었다. 인공호흡기와 산소발생기를 달고 콧줄로 분유를 공급한다. 1시간 남짓 대화할 때도 정씨는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수시로 가래를 뽑아내고 약물을 기체 상태로 만들어 넣어 주는 네뷸라이저를 돌렸다. 하루 종일 아픈 아이에게 매달리던 엄마는 얼마 전 위출혈로 중환자실에 3주간 입원했다. 새벽에 피를 토하고 쓰러진 것. 정씨는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동훈이 얼굴만 생각나더라”고 말했다.
 
동훈이는 산정특례(본인부담금 10%)조차 받지 못한다. 정씨는 “동훈이 병이 산정특례 대상 질환에 들어 있지 않아 안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18개월간 들어간 치료비가 3500만원이 넘는다. 보험을 깨고 형제들에게서 빌려 충당했다.
 
지난 1월 동훈이가 생후 12개월이 되자 장애인 등록을 했다. 피아노 강사로 일했던 정씨는 지난 1월 장애아동 돌봄서비스를 신청했는데 6개월째 소식이 없다고 한다. 정씨는 “그나마 전기료 30% 감면 혜택과 장애아동 수당 5만원이 도움이 된다”며 “고속도로 통행료, KTX 할인 혜택이 있다는데 쓸 일이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소아 최중증 환자를 둔 가족들은 “방문 재활치료와 가정방문 간호 서비스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인공호흡기 등 의료기기를 부착한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는 게 쉽지 않다.
 
대전에 살던 박진희(29·가명)씨는 최근 두 돌 된 딸 지은이의 치료를 위해 서울로 이사했다. 지은이는 중추신경계 장애를 일으키는 ‘파타우 증후군’을 안고 태어났다. 박씨는 “분유를 공급하는 콧줄과 인공호흡기 튜브를 갈아 주려면 자주 병원을 가야 하는데,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려면 어른 3명이 붙어도 하루 종일 걸린다”고 했다. 대전에는 소아 환자 가정간호를 하는 병원이 없었다.
 
점상연골형성이상증을 앓는 돌쟁이 아들을 둔 김현주(38)씨는 “적절한 재활치료를 해주면 아이가 눈부시게 발달한다. 병원에 가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방문 재활치료 서비스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들 중에 ‘홈티(홈 테라피)’라는 방문 재활치료사를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하루 1시간에 8만원 든다. 너무 비싼 데다 사설이라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봉진 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병원 밖을 나가면 부모들의 돌봄 부담이 너무 커진다. 아픈 아이가 하나 생기면 부모가 삶을 포기해야 한다. 그런 가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ㆍ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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