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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너머가 보이는 멕시코의 ‘코리아 패싱’

중앙일보 2018.06.21 00:03 경제 11면 지면보기
2018러시아월드컵 한국과 F조 예선 2차전을 치를 멕시코 선수들이 19일 모스크바 노보고르스크 다이나모 훈련장에서 여유있는 표정으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러시아월드컵 한국과 F조 예선 2차전을 치를 멕시코 선수들이 19일 모스크바 노보고르스크 다이나모 훈련장에서 여유있는 표정으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 중인 멕시코 축구대표팀 베이스 캠프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서쪽으로 30㎞ 떨어진 힘키에 있다. 20일 멕시코 팀 훈련장인 힘키의 노보고르스크 디나모 훈련장을 찾았다. 멕시코 팀 관계자는 “최근 한국 취재진이 훈련장 인근 건물에서 훈련을 염탐하는 걸  발견했지만 그냥 넘어갔다”고 전했다. 훈련을 보든 말든 별 관심이 없다는 뉘앙스의, 한마디로 ‘코리아 패싱’이다.
 

1차전서 독일 꺾은 뒤 자신감 넘쳐
한국측, 훈련장 염탐해도 그냥 놔둬
런던올림픽 금 주역이 이번 팀 주축
월드컵 5회 출전 마르케스 ‘구심점’

러시아 모스크바의 니콜스카야 거리에서 환호하는 멕시코 팬들. [타스=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의 니콜스카야 거리에서 환호하는 멕시코 팬들. [타스=연합뉴스]

23일 밤 12시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한국과 F조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르는 멕시코는 자신감이 넘친다. 18일 1차전에서 지난 대회 우승팀 독일을 1-0으로 꺾은 뒤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56·콜롬비아) 멕시코 감독은 ESPN 인터뷰에서 “독일전 당시 대다수 선수가 (집단) 감기 증상을 안고 뛰었다. 이제 거의 회복했고 한국전에선 더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F조 예선 2차전을 치를 멕시코의 미드필드 마르코 파비안(왼쪽)과 공격수 라울 히메네스가 19일 모스크바 노보고르스크 다이나모 훈련장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연합뉴스]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F조 예선 2차전을 치를 멕시코의 미드필드 마르코 파비안(왼쪽)과 공격수 라울 히메네스가 19일 모스크바 노보고르스크 다이나모 훈련장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연합뉴스]

 
멕시코는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금메달 팀이다. 당시 멤버들이 팀의 주축을 이루는 이른바 멕시코 축구의 ‘골든 제너레이션(황금세대)’ 팀이다. 1989~91년생인 미드필더 엑토르 에레라(28·포르투), 마르코 파비앙(28·프랑크푸르트), 지오반니 도스 산토스(29·LA갤럭시), 공격수 라울 히메네스(27·울버햄프턴) 등이 런던올림픽을 거쳐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했다. 올림픽 당시 기성용·구자철 등이 뛴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멕시코와 0-0으로 비겼다.
대한민국이 2012년 7월26일 오후 영국 뉴캐슬 세인트제임스파크 스타디움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B조 1차전을 펼쳤다. 기성용이 멕시코 수비수를 제치며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대한민국이 2012년 7월26일 오후 영국 뉴캐슬 세인트제임스파크 스타디움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B조 1차전을 펼쳤다. 기성용이 멕시코 수비수를 제치며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이밖에 런던올림픽 멤버는 아니지만, 공격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30·웨스트햄), 카를로스 벨라(29·LA FC), 미드필더 미겔 라윤(30·세비야), 조나단 도스 산토스(28·LA갤럭시), 수비수 엑토르 모레노(30·레알 소시에다드) 등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에르난데스는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지오반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비야 레알 등에서 활약했다.
20일 멕시코 베이스캠프에서 만난 멕시코 TV 텔레비사의 메드라노 모라 다비드 아우렐리오 기자. 힘키=박린 기자

20일 멕시코 베이스캠프에서 만난 멕시코 TV 텔레비사의 메드라노 모라 다비드 아우렐리오 기자. 힘키=박린 기자

 
훈련장에서 만난 멕시코 TV 텔레비사의 메드라노 모라 다비드 아우렐리오 기자는 “멕시코는 과거 북중미 골드컵 외의 국제대회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황금세대’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많은 게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를 세계 무대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많은 선수가 유럽에 진출해 발전하고 성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진짜 중요한 건 경기 외적인 면인데, 유럽축구를 경험하면서 프로 정신을 체득했다.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몸을 만들고 컨디션을 유지하고 멘털을 향상하는데 시간을 투자하는데, 이전 세대 선수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17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이르빙 로사노(22)가 첫 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17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이르빙 로사노(22)가 첫 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과거 멕시코 선수들은 북중미 또는 남미 리그에서 주로 뛰었다. 요즘은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많다. 독일전 결승골의 주인공 이르빙 로사노(22·에인트호번)는 2017~18시즌 네덜란드리그에서 17골을 터뜨렸다. 잉글랜드에서 뛰는 히메네스는 “평가전을 보며 한국을 분석했는데 빠른 팀”이라고 평가한 뒤 “우리가 3전 전승,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17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라파엘 마르케스(왼쪽)가 독일 마르코 로이스의 태클에 넘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라파엘 마르케스(왼쪽)가 독일 마르코 로이스의 태클에 넘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멕시코의 또 다른 강점은 ‘황금세대’를 묶어주는 구심점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중앙수비수와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하는 노장 라파엘 마르케스(39·클루브)다. 마르케스는 독일전 후반 29분 교체 투입된 뒤, 필드에서 팀을 챙겼고 승리를 지켜냈다. 그는 5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는데, 카르바할(멕시코), 마테우스(독일), 부폰(이탈리아)에 이어 역대 네 번째다. 그는 2003년부터 7시즌 동안 바르셀로나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다.
 
독일을 꺾은 뒤 아얄라를 끌어안고 기뻐하는 멕시코의 마르케스(왼쪽). 그는 팀을 이끄는 정신적 지주다. [신화=연합뉴스]

독일을 꺾은 뒤 아얄라를 끌어안고 기뻐하는 멕시코의 마르케스(왼쪽). 그는 팀을 이끄는 정신적 지주다. [신화=연합뉴스]

다만 마르케스는 마약밀매조직의 자산 일부를 보유하고 관리한 혐의로 지난해 8월 미국 재무부 불법자금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다. 이 때문에 미국 맥주회사인 버드와이저가 주관하는 경기 최우수선수가 될 수 없다. 그래도 멕시코 국민은 그를 ‘엘 카이저(황제)’라 부르며 지지한다.
20일 멕시코 베이스캠프에서 만난 멕시코 TV 텔레비사의 아나 카타리나 기자. 힘키=박린 기자

20일 멕시코 베이스캠프에서 만난 멕시코 TV 텔레비사의 아나 카타리나 기자. 힘키=박린 기자

 
텔레비사의 아나 카타리나 기자는 “마르케스는 멕시코 축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그가 이뤄낸 하나하나가 역사다. 5회 연속 월드컵 출전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며 “그는 그라운드 안의 감독이다. 전성기 때보다 스피드와 힘은 떨어졌지만, 경험과 지혜가 쌓였다. 매 순간순간 후배들을 독려하고, 후배들은 그에게 신뢰를 보낸다”고 전했다.
 
독일전이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마르케스에게 한국의 경계대상을 물었는데, 그는 “발음이 어려워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토트넘 선수(손흥민)를 안다. 빠르고 중요한 선수다. 한국 팀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꼭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에 대한 자신감을 묻자 “독일을 꺾고 선수들 사기가 많이 올라왔다. 당연히 자신 있다”고 대답했다.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가 독일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내자 엑토르 모레노(15)가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가 독일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내자 엑토르 모레노(15)가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또 한 명 짚고 넘어가야 할 선수가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33·스탕다르 리에주)다. 그는 독일전에서 9개의 유효슈팅을 막아냈다.
 
6회 연속으로 월드컵 8강 문턱에서 좌절을 맛봤던 멕시코. 바꿔 말하면 6회 연속 16강 진출팀 멕시코. ‘황제’가 이끄는 ‘황금세대’와 함께 8강 이후를 겨냥하고 있다.
 
모스크바=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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