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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스튜어드십 코드, IR의 또 다른 기회

중앙일보 2018.06.21 00:02 경제 9면 지면보기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주도로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재계 등의 반발과 저항에 부딪혔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독립을 전제로 한 의결권 행사 강화 이슈가 다시 등장했다. 그러나 기금운용위원회 독립 방식 등에서 합의를 보지 못 해 공전되고 말았다.
 
논의 좌절의 핵심 배경에는 국민연금의 아킬레스건인 ‘거버넌스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국민연금이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다 보니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서는 2015년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찬성 건이 치명적 걸림돌이다. 그렇다 보니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반대 진영에서는 관치와 연금사회주의의 문제점들을 단골 논거로 내세운다. 따라서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기금운용본부를 기존 복지부에서 떼 내어 최고수준의 독립성을 부여하면 된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이해 관계자들 간 첨예한 대립으로 타결을 기대하기 힘들다.
 
오랜 교착 국면을 풀 수 있는 절충책으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주목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지난 십여년간 제기되었던 ‘주주권 강화’와 큰 틀에서는 같지만 내용 면에서는 완전히 다르다.
 
즉 전통적 주주권 행사의 방점이 투자기관과 피투자회사간 ‘적대적 대립’에 있었다면, 스튜어드십 코드는 ‘우호적 대화’에 있기 때문이다. 전자가 경영권 교체 압력까지도 드러내면서 단기 차익 극대화를 노린다면, 후자는 대화를 통한 문제 제기와 대안 모색을 통해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를 도모한다. 이것이 스튜어드십 코드의 기본철학이다. 동시에 이런 주주권 행사방식이 한국적 기업문화 및 자본시장 특수성과도 잘 어울린다.
 
또 한 가지 강조할 점이 있다. 재벌 및 재벌을 두둔하는 학자들이 균형감을 갖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코드 도입을 통한 투자기관과 기업 간 대화를 부정적 측면 일변도로만 보면 곤란하다. 사람 관계에서도 종종 오해와 갈등이 생긴다. 그러나 이때 당사자들 간에 만나서 대화하면 쉽게 상대를 이해하고 오해가 풀리는 경우가 더 많다.
 
오히려 정말 심각한 문제는 대화가 단절됐을 때다. 이때 오해가 오해를 낳고 불신이 증폭되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대화를 요청하는 투자기관들을 적절히 관리하면 최고의 IR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기업 같은 경우 큰 비용을 들여 기관투자자들을 별도로 관리하는 마당에 제 발로 찾아오는 투자기관들을 외면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 기회를 IR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면 기업에 큰 이득이 된다. 불만 주주를 충성 주주로 전환시킬 절호의 기회가 생긴다. 이것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균형감 있게 바라보는 법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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