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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떨고 있니?"…테슬라·애플, 미중 무역전쟁 부메랑 맞을라

중앙일보 2018.06.21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부메랑의 속성은 되돌아오는 것이다. 던진 사람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투하한 관세 폭탄이 딱 그런 형국이다. 
 

트럼프, 대륙에 관세폭탄 퍼붓자
중국 진출한 미국 기업들 불안감

중, 사드보복 등 한·일에 ‘뒤끝’ 전례
대미 통관강화·오염조사 압박 시작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태세다. 떨고 있는 곳은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은 볼모와 같다. 관세 폭탄이 아니라도 중국 당국이 미국 기업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는 여럿이기 때문이다. 세무감사와 안전점검 및 소방점검, 공해물질 배출 조사, 통관 지연까지 다양하다. 
 
민간을 동원한 불매운동까지 서서히 은밀하게 기업의 목을 죌 수 있다. 다가올 고통의 시간을 마주한 미국 기업은 좌불안석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의 보복 시나리오도 대강 예측할 수 있다. 이미 선례가 차고도 넘쳐서다. 가장 먼저 한 대 맞은 곳은 일본이다. 
 
2012년 일본과 중국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분쟁을 벌였을 때 중국 내에서는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다음 희생양은 한국이었다.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며 중국 정부는 전방위로 기업을 압박했다. 
 
대표적인 곳이 롯데마트로 소방시설 점검 등을 내세우며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게 했다. 롯데는 결국 중국 철수를 결정했다.
 
중국 당국은 행동에 나서고 있다. 미·중 사업 자문위원회의 부의장인 제이크 파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통관 강화나 공해 물질 배출 조사 등 중국 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볼모로 잡힌 미국 기업에 잽을 날리는 중국의 전략은 먹힐 듯하다. 중국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의 몸집이 더 크고 잃을 것이 많아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자산은 6270억 달러, 매출은 4820억 달러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 자산은 1670억 달러, 매출은 260억 달러에 불과했다.
머스크가 완전 자동화된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포기했다. 그의 로봇에 대한 집착이 테슬라 위기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포토]

머스크가 완전 자동화된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포기했다. 그의 로봇에 대한 집착이 테슬라 위기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포토]

 
가장 떨고 있는 곳은 자동차 업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다. 이 시장을 그냥 놔둘 기업은 없다. 전 세계 자동차 기업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 시장에서 미국 자동차기업은 짭짤하게 장사를 하고 있다. GM은 지난해 그룹 전체 이익의 25%를 중국에서 벌어들였다. 같은 기간 포드는 전체 이익의 12%를 중국에서 거둬들였다.
 
각종 악재에 시달리는 테슬라도 걱정이 태산이다. 중국은 전기자동차 분야에서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지난해 테슬라는 중국에서 1만5000대의 차를 팔았다. 액수만 20억 달러가 넘는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17%를 중국에서 쓸어 담았다. 게다가 상하이는 테슬라에 공장 건립을 제안했다. 물론 무역 분쟁이 격화하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팀 쿡, 애플 CEO.

팀 쿡, 애플 CEO.

미·중 무역 전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곳은 애플이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업체 중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곳이 애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애플 매출의 거의 20%가량이 중국을 포함한 범중화권에서 나왔다. 
 
지난해 전체 판매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이른다. 제품 판매와 수익 감소만이 문제가 아니다. 제조 공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아이폰을 조립하는 팍스콘은 중국 선전에 있다. 중국 당국이 팍스콘 등에 압박을 가해 제조 지연 등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산층의 확대로 늘어나는 소비층을 겨냥했던 스타벅스의 전략에도 차질이 생겼다. 현재 중국에서 3300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스타벅스는 향후 5년간 중국 내 매출을 3배 늘릴 계획이었다.  
 
댐 암만 GM총괄 사장(왼쪽)과 GM [중앙포토]

댐 암만 GM총괄 사장(왼쪽)과 GM [중앙포토]

세계 항공 시장의 큰손인 중국 의존도가 높인 보잉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중국 정부가 부과하는 부담금을 늘리면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가 커지며 19일(현지시간) 이들 기업의 주가는 급락했다. 애플 주가가 1.62% 하락한 것을 비롯해 테슬라(-4.93%)와 보잉(-3.85%)의 주가도 큰 폭으로 내렸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자콥 키르케가 연구원은 “중국은 법치국가가 아니고 독재 국가”라며 “트럼프의 적대감에 대한 응징에 나선 중국이 칼을 빼 들면 미국보다 더 지저분한 게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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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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