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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서양인 사윗감을 데려왔을 때, 당신의 표정은?

중앙일보 2018.06.20 15:00
[더,오래] 주호석의 이민스토리(17)
캐나다 밴쿠버에 이민 와 살다가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할 즈음 자녀들만 남겨놓고 한국으로 돌아간 지인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캐나다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딸이 백인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연락을 해왔는데 걱정이 태산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는 지인이 딸이 백인 남자와 결혼하겠다며 연락이 와 걱정이라 했다. 국제화 시대니 뭐니해도 아직 자녀 결혼에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한국인이 많다. [사진 pixabay]

아는 지인이 딸이 백인 남자와 결혼하겠다며 연락이 와 걱정이라 했다. 국제화 시대니 뭐니해도 아직 자녀 결혼에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한국인이 많다. [사진 pixabay]

 
안 그래도 나이 들어가는 딸을 시집보내려고 한국에서 신랑감을 물색 중이었는데, 백인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아 밤잠을 설치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딸이 당연히 한국 남자와 결혼할 것으로 믿어왔던 터라 서양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하겠다는 말에 충격이 이만저만 크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창피해서 주위 사람들한테 얘기도 못 하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이민자 가정에서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는 일입니다. 국제화 시대니 뭐니해도 아직 자녀 결혼에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한국인이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녀가 결혼하면서 다른 민족, 특히 서양사람과 피를 섞는 것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것이지요.


개방적인 자녀와 보수적인 부모, 결혼 놓고 갈등
무엇보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서양사람을 식구로 맞이할 경우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가족구성원이 될 수 있겠느냐 하는 걱정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말도 잘 안 통하고 한국예절도 모르는 사위나 며느리한테서 가족으로서 친근감이나 정을 느끼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또 자녀가 결혼하게 되면 좋든 싫든 사돈 관계가 맺어지는데 서양사람과 사돈을 맺을 경우 왕래가 없으면 인척 관계는커녕 남이나 다를 게 없지 않으냐 하는 우려도 하게 됩니다.
 
이에 반해 비교적 서양문물을 많이 접하는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은 배우자 선택에 있어서 보다 개방적인 입장이지요. 그렇다 보니 부모와 자식 간에 견해차가 생기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식의 배우자 선택문제를 놓고 부모와 자식 간에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오랜 기간 유학이나 이민생활을 통해 캐나다 등 서양 문화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은 더욱더 그렇습니다. 그런 젊은이들은 대개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이 이미 서구화돼 있기 때문입니다.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두 사람이 좋아하고 마음에 맞으면 되는 것이지 굳이 출신 민족이나 피부색을 따질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유학이나 이민을 통해 서양 문화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은 대개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이 이미 서구화돼 있기 때문에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 굳이 출신 민족이나 피부색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 pixabay]

유학이나 이민을 통해 서양 문화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은 대개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이 이미 서구화돼 있기 때문에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 굳이 출신 민족이나 피부색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 pixabay]

 
물론 한국인 부모라고 해서 모두가 서양 며느리나 사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결혼한 한인 자녀들의 생활에 미주알고주알 간섭하다가 양쪽 집안 간에 문제가 생기거나 심지어 원수처럼 지내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서양사람과 사돈을 맺으면 오히려 그럴 가능성이 훨씬 적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서양 며느리를 본 지인 한 사람이 농담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차피 말도 잘 안 통하니 며느리가 집에 오면 처음 볼 때 ‘하이’ 한 마디, 돌아갈 때 ‘바이’ 한마디만 하면 된다”고 말입니다. 말도 잘 안 통하고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시시콜콜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저희 서로 좋아하며 잘 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또 한국인끼리 사돈이 되면 좋든 싫든 만나야 하는 기회가 자주 생기죠. 만날 때마다 체면 차리고 예의 갖추는 데 신경 써야 하지만, 서양 사돈은 억지로 자주 만날 일도 없거니와 만나더라도 상대방에 대해 간섭하거나 깊이 알려 들지 않기 때문에 아주 편안하게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자식이 한국인이 아닌 다른 민족 출신과 결혼을 하는 것에 대한 시각은 사람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그것은 옳고 그르다거나 좋고 나쁘다고 말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자식을 둔 부모들 개개인의 성향이나 사고방식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자녀도 원래 성격이나 성향이 한국인 배우자를 더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성향도 있는 것이지요. 대개의 경우 학교 시절부터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는 아이는 결혼도 한인 배우자를 선호하고 서양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겠지요.
 
나 역시 서양인 며느리와 서양인 사위를 두고 있는 부모다. 사진은 작년 8월 결혼한 딸의 결혼식장이다. [사진 주호석]

나 역시 서양인 며느리와 서양인 사위를 두고 있는 부모다. 사진은 작년 8월 결혼한 딸의 결혼식장이다. [사진 주호석]

 
서양인 며느리와 서양인 사위를 두고 있는 나는 이민자 가정의 부모가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혼문제에서 혈통을 중시하는 문화에 익숙한 부모의 입장을 우선시할 게 아니라, 이민 와서 다양한 문화에 익숙해진 자녀가 선택하는 것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대개의 이민자 자녀들은 부모를 따라 이민 와서 성장하고 결혼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배우자 선택하는 것까지 부모의 뜻을 따르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인이냐 서양인이냐보다 어떤 사람이냐가 중요
나의 경험상 서양인 며느리와 서양인 사위, 서양인 사돈은 한국인과 비교해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한국인이냐, 서양인이냐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어떤 사람들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선은 자녀와 그 배우자가 성격상으로나 정서적으로 잘 어울리느냐가 중요합니다. 사돈 관계는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이나 생활방식 등을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한인 집안끼리 자녀가 배우자를 맞이하고 부모들이 사돈 관계를 맺더라도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할 줄 모르면 행복한 혼인관계가 이어질 수 없겠지요. 또 출신 민족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르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혼인관계라면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주호석 밴쿠버 중앙일보 편집위원 genman2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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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석 주호석 밴쿠버 중앙일보 편집위원 필진

[주호석의 이민스토리] 많은 사람이 한국을 떠나 이민을 하고 싶어합니다. 쓸데없는 일로 스트레스받지 않고, 자녀 공부 때문에 골머리 아프지 않고, 노후 걱정할 필요 없는 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꿈을 꾸면서 말입니다. 그러면 그런 꿈을 안고 이미 한국을 떠나온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더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요. 캐나다 이민 17년 차의 눈으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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