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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위원장 한마디에 속 끓는 SI업체들

중앙일보 2018.06.19 17:59
SI(시스템통합) 업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으로부터 '부당 내부 거래' 업체로 지목당한 때문이다. 보안성과 기술력이라는 IT 서비스업의 특성을 무시한 발언이라는 게 불만의 골자다.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총수 일가가 대기업의 핵심 사업과 관계없는 회사 지분을 보유한 뒤 일감을 몰아줘 부당이익을 얻고 있다"며 "경영에 참여하는 직계 위주 대주주 일가는 주력 핵심 계열사 주식만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분 매각을)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따르지 않을 경우) 사익 편취, 부당 지원 협의가 짙은 기업부터 공정위 조사와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중요 정보 다루는 SI, 외주 주는 건 불가"
이에 대해 대기업 계열 SI 업체 관계자는 19일 "인사·재무·기술 등 기업 경영의 핵심 자산은 물론이고 해외 시장 관련 주요 정보까지 모두 시스템상에서 관리된다"며 "이렇게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계열사 SI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에 맡기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기술력 차이도 내부 업체에 시스템 구축을 맡기는 이유로 꼽힌다. 업무 시스템은 장애가 생기거나 보안 사고가 한 번만 발생해도 기업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위탁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는 얘기다. 특히 기업의 업무가 복잡하고 방대해지면서 시스템 통합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는 점도 내부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법무법인 테크앤로 구태언 변호사는 "축적된 데이터가 곧 경쟁력인 시대가 되면서 사내 역량을 총동원해 최상의 IT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규정 어기는 지분 보유 거의 없어 
SI 업체들은 "대주주가 가진 지분을 매각하라"는 김 위원장의 요구도 지나친 주문이라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은 총수 일가의 지분이 상장사의 경우 30%, 비상장사의 경우 20% 이상이면서 내부거래가 200억원 이상이거나 매출의 12% 이상이면 규제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기업집단 SI 계열사 대부분은 이미 이 규정에 저촉되지 않도록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삼성SDS(상장사)의 경우 17.01%, LG CNS(비상장사)는 1.4%이다. 롯데정보통신과 한화S&C는 최근 물적 분할을 통해 총수 일가 지분을 정리했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을 지키고 있는데도 대주주 지분을 팔라고 압박하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고 말했다.
 
정권에 따라 공정위의 입장이 바뀌는 점도 기업들엔 부담이다. 전 정부에서 공정위는 "기업 핵심 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전사적 자원관리(ERP) 개발·관리 등 SI 업무는 계열사와 거래하더라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법과 제도는 달라진 게 없는데 정권이 바뀌자 기업에 정반대의 메시지가 가고 있는 셈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주가는 출렁이고 있다. 삼성SDS 주가는 김 위원장 발언 다음 날인 18일 하루 동안만 14%나 폭락했다. 그러자 소액주주들은 공정위에 질의서를 보내는 등 반발했다. 이들은 질의서에서 ▲공정위에서 그룹의 주력회사와 비주력회사를 구분하는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 ▲공정위는 어떤 법 규정을 근거로 "비핵심계열사의 대주주의 주식을 매각하라"는 것인가 ▲공정위가 그룹의 주력회사와 비주력회사를 구분하고 비주력회사의 주식을 팔라고 요구하는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한 소액 주주는 청원 게시판에 "글로벌 경쟁 시대에 주력과 비주력은 시도 때도 없이 바뀌고 있다. 대내외 기업 환경이나 글로벌 금융 환경이 많이 바뀌었는데도 기존에 공부했던 학자적 시각과 '재벌은 나쁘다'는 시각만 갖고서는 절대로 재벌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고 썼다.  
 
김 위원장이 19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비상장 회사를 지칭한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서자 삼성SDS 주가는 다시 5.37% 뛰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지분 매각을 원한다면 법을 개정해 지분요건을 강화하거나 세금 부과 강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법 규정에 없는 주식 매각을 요구하면 기업들에겐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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