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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합격 메일 조작해 명문대 유학 막은 여친…‘배상 3억’ 판결

중앙일보 2018.06.19 12:54
클라리넷 연주 중인 이브라모비츠. [사진 유튜브 캡처]

클라리넷 연주 중인 이브라모비츠. [사진 유튜브 캡처]

여자친구의 속임 때문에 명문대 진학을 놓친 클라리넷 연주자가 여자친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 법원은 지난 13일 남자친구의 이메일 계정에 몰래 접속해 미국 명문 음대인 콜번음대 메일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 제니퍼 리에게 배상금 35억만 캐나다달러(약 3억원)를 선고했다. 
 
남자친구 에릭 아브라모비츠는 7세부터 클라리넷을 시작한 전도 유망한 연주자로, 캐나다 콩쿠르에서 6번이나 우승을 차지하고 퀘백 심포니 오케스트라, 캐나다 국립 예술 센터 오케스트라 등에서 활동해왔다. 그는 이번에 저명한 클라리넷 연주자 예후다 길라드 교수의 지도를 받기 위해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명문 음대인 콜번음대(Colburn Conservatory of Music)에 지원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실제로 그는 2년 전액 장학생으로 이 학교에 합격했다. 하지만 그가 받은 메일은 다른 내용이었다. 그는 길라드 교수로부터 4만 6000 캐나다달러(약 3800만원)의 학비 중 5000 캐나다달러(약 420만원)만 장학금으로 지급된다는 메일을 받았고, 형편이 좋지 않았던 그는 결국 미국행을 포기했다.
 
이후 맥길대학교에서 학업을 마친 그는 2년 뒤인 2016년, 길라드 교수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다시 한 번 지원했다.  
 
길라드 교수는 오디션장에서 아브라모비츠를 보고 “당신은 2년 전에 (입학을) 거절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렇게 길라드는 메일이 잘못 왔음을 깨닫게 됐다.
 
길라드는 곧장 전 여자친구 제니퍼 리를 떠올렸다. 제니퍼 리는 그와 같은 학교 학생으로 서로 메일 계정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메일 기록 복원작업 등을 통해 2년 전 길라드 교수 측에서 보냈던 진짜 이메일이 삭제됐음을 알게 됐다. 과거 제니퍼 리가 사용하던 페이스북 비밀번호로 길라드 교수 측이 보낸 것으로 조작된 가짜 메일 계정에 로그인을 시도한 결과, 로그인이 됨과 동시에 해당 계정 정보에 제니퍼 리의 연락처 등이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변호사를 고용해 제니퍼 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온타리오 법원은 “제니퍼 리는 아브라모비츠가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며 “믿었던 사람에 의해 개인적인 꿈을 빼앗겼다”고 밝혔다. 
 
길라드 교수 역시 진술서를 통해 “만약 아브라모비츠가 나와 함께 공부할 기회를 빼앗기지 않았다면, 그는 이미 상당한 수익을 얻었을 것”이라며 “아브라모비츠처럼 재능 있는 젊은 음악가가 상상할 수 없는 부도덕한 행동으로 인해 희생자가 된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법원은 “예정대로 아브라모비츠가 길라드 교수 아래에서 공부를 했다면 그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 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그의 음악적 커리어가 얼마나 발전했을지 정확히 추측할 수는 없으나, 제니퍼의 방해로 인해 교육의 기회를 잃은 것은 보상받아야 할 손실임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아브라모비츠는 2016년에 있었던 두 번째 오디션에 합격해 길라드 교수의 제자가 됐고, 현재 토론토 교향악단 수석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 중이다.  
 
그는 WP에 “심장을 찌르는 듯 한 충격이었다”며 당시 느꼈던 배신감을 호소했다. 제니퍼 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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