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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평발 됐다···노안처럼 다가온 중년의 병 '노족'

중앙일보 2018.06.19 07:00
[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21) 
오늘의 음악은 이문세의 광화문연가다. 누구나 따라서 읊조리게 되는 이 노래는 고 이영훈이라는 걸출한 아티스트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이란 가사에서 보듯이 그의 노래는 서정적인 멜로디도 좋지만, 아름다운 가사가 백미다. 첼로로는 그 가사를 표현할 수가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나 : 평발입니다.
 
환자 : 뭐라고요? 나는 평발이 아닌데요. 이것 보세요. 발 안쪽 아치가 깊숙이 들어가 있잖아요.
 
나 : 물론 앉아서 발을 들여다보면 발 안쪽 아치가 움푹 들어가 있을지 모르지만, 서서 발에 몸무게가 실리는 순간 아치가 내려앉는 거예요. 그러니까 본인은 자기가 평발인지 잘 모를 수 있어요.
 
이런 발 이상을 ‘기능성 평발’이라고 부르는데 환자분만 그런 것이 아니라 40대가 되면 누구나 발 안쪽 아치가 몸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게 돼요. 40대가 되면 노안(老眼)이 오면서 가까운 것을 보기가 힘들어지죠? 발도 마찬가집니다. 그 나이가 되면 노족(老足)이 오는 거죠.
 
40대가 되면 노안(老眼)이 오는 것처럼 발도 마찬가지로 노족(老足)이 온다. [사진 유재욱]

40대가 되면 노안(老眼)이 오는 것처럼 발도 마찬가지로 노족(老足)이 온다. [사진 유재욱]

 
환자 : 그래도 나는 별 증상이 없는데요? 안 아프면 괜찮은 거 아닌가요?
 
나 : 평발이 된다고 해서 금방 몸에 이상이 오는 것은 아니에요. 발에 충격흡수 장치가 없어졌기 때문에 그 충격이 고스란히 무릎으로 전해져서 무릎관절염이 슬슬 시작돼요. 또 발에도 문제를 일으켜서 여러 가지 발의 질환을 일으킵니다.
 
환자 : 나이 들어 평발이 된 것도 억울한데 발에 문제가 생긴다고요?
 
나 : 네. 중년에 발에 생길 수 있는 이상은 매우 다양하지만 ‘기능성 평발’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 중 흔한 것 세 가지만 알려드릴게요.
 
족저근막염도 평발로 인해 생기는 질병
첫 번째는 족저근막염(足底筋膜炎)이다. 족저근막은 발바닥을 덮고 있는 강한 근막이다. 이것이 발의 아치를 유지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데, 나이가 들어서 아치가 무너지면 근막이 손상되면서 통증이 생긴다. 
 
결국 평발이 되면서 생기는 질병이다. 특징적으로 아침에 첫발을 디딜 때 발꿈치 안쪽에 통증이 있어 발을 절다가 조금 걷다 보면 괜찮아지는 경우가 많다.
 
발의 아치를 유지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족저근막이 손상되면서 통증이 생기는 질병인 족저근막염(足底筋膜炎). [사진 유재욱]

발의 아치를 유지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족저근막이 손상되면서 통증이 생기는 질병인 족저근막염(足底筋膜炎). [사진 유재욱]

 
두 번째는 무지외반증(拇趾外反症)이다. 이런 발의 변형은 엄지발가락 관절이 튀어나오면서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틀어지는 질환이다. 
 
이병은 유전성이 강해 부모가 그러면 자식도 무지외반증이 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것 역시 평발과 관련돼 있다. 아치가 무너지면서 발이 안쪽으로 내려앉으면 엄지발가락은 반대방향으로 힘을 받게 마련이다.
 
엄지발가락 관절이 튀어나오면서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틀어지는 질환인 무지외반증(拇趾外反症). [사진 유재욱]

엄지발가락 관절이 튀어나오면서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틀어지는 질환인 무지외반증(拇趾外反症). [사진 유재욱]

 
세 번째는 지간신경종(指間神經腫)이다. 이 질환도 평발과 관련이 있다. 평발이 되면 발 안쪽 종(縱)아치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발 앞쪽 횡(橫)아치도 무너져서 발볼이 넓어진다. 중년이 되면 20대 때 신던 신발이 안 맞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발이 커진 것이 아니라 발볼이 넓어진 것이다. 
 
발볼이 넓어지면 발가락뼈 사이를 지나가는 신경이 자극을 받아 부풀어 오르는데 이것을 신경종이라 부른다. 특징적으로 걸을 때 발바닥 앞쪽에 통증이 있고, 타는 듯한 통증이거나 저린 느낌이 든다. 특히 하이힐이나 발볼이 좁은 구두를 신었을 때 심해지고 신발을 벗고 주무르면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환자 : 선생님 그러면 앞으로 계속 아플 수밖에 없는 건가요? 어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유재욱의 한마디
1. 골프공 굴리기
골프공을 발바닥으로 하루에 10분씩만 굴리면 족저근막이 활성화해 족저근막염의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사진 유재욱]

골프공을 발바닥으로 하루에 10분씩만 굴리면 족저근막이 활성화해 족저근막염의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사진 유재욱]

 
골프공을 발바닥으로 하루에 10분씩만 굴려보자. 소파에 앉아서 TV 볼 때 장난치듯이 발바닥으로 골프공을 굴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렇게 하면 족저근막이 활성화해 족저근막염의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또 족저근막은 발의 내측 아치를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므로 나이가 들어 평발로 진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무지외반증이나 지간신경종도 개선될 수 있다.
 
2. 좋은 신발 고르기
발의 스프링이 망가졌다면 발이 망가지지 않게 튼튼한 신발로 발을 보호하고, 발에 맞는 깔창을 깔아서 발에 인공스프링을 달고 다니면 된다. 눈이 나빠져 잘 안 보이면 안경을 맞추듯이 발이 평발이 돼 충격흡수 기능이 떨어지면 깔창을 맞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artsm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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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필진

[유재욱의 심야병원] 작은 간판이 달린 아담한 병원이 있다. 간판이 너무 작아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 정도다. 이 병원의 진료는 오후 7시가 되면 모두 끝나지만, 닥터 유의 진료는 이때부터 새롭게 시작된다. 모두가 퇴근한 텅 빈 병원에 홀로 남아 첼로를 켜면서, 오늘 만났던 환자들이 한 명 한 명 떠올린다. ‘내가 과연 그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한 것일까?’ ‘혹시 더 나은 치료법은 없었을까?’ 바둑을 복기하듯 환자에게 했던 진료를 하나하나 복기해 나간다. 셜록 홈스가 미제사건 해결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영감을 얻었던 것처럼, 닥터 유의 심야병원은 첼로 연주와 함께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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