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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방문요양 서비스 늘려 가족 고통 덜어주자

중앙일보 2018.06.19 02:30 종합 5면 지면보기
한 요양병원 다인실의 모습. 가정에서 돌볼 수 있는 환자도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많지만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중앙포토]

한 요양병원 다인실의 모습. 가정에서 돌볼 수 있는 환자도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많지만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중앙포토]

집에서 돌보는 대표적 환자가 노인장기요양보험 재가(在家) 급여 대상자다. 요양원 같은 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집에서 요양한다. 이들은 중풍·파킨슨병·치매·폐질환 등 노인성 질환자가 대부분이다. 옷 갈아입기, 대소변 보기, 식사 등 기본적 일상생활을 혼자 못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의 9.4%인 66만3879명이 이런 제한을 겪고 있다. 이게 점차 증가해 2025년 103만 명으로 증가하고 2030년이면 지금의 약 두 배인 129만 명이 된다. 이런 이유로 가정이 떠안는 환자가 늘게 마련이다.
 

가정돌봄 환자 100만 시대 <상>
같은 병도 요양시설의 70% 지원뿐
장기요양보험 개편해 차별 없애야

가정선 욕창 예방법 등 잘 몰라
간호·목욕·요양 통합서비스 필요

요양시설 입소 환자를 늘리면 재정을 감당하기 힘들다. 일본도 시설에서 가정이나 지역사회로 환자를 돌리고 있다. 중증 환자가 아니라면 굳이 요양시설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암 환자도 수술이나 항암치료 후 병원에 오래 입원할 필요가 없다. 요양병원을 집 삼아 입원하지만 월 100만원이 넘는 비용(간병비 포함)을 감당하기 어렵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암 진료비 특례대상자로 등록하고 입원한 적이 없거나 입원·외래 진료 어느 것도 안 한 사람이 약 11만 명(사망자 포함)이다. 2013~2017년 약 4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의 대부분은 집에서 생활하며 가족의 돌봄을 받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가정 돌봄 100만명의 그늘
가정 환자가 증가하지만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는 미약하다. 장기요양보험에서 요양원 환자에 비해 재가 환자를 차별한다. 최중증인 1등급 기준으로 재가 환자의 월 사용 한도액은 139만6200원으로 요양시설(198만2860원)의 70%에 불과하다. 2등급 환자는 67%다. 이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한국노년학회 주최 학술대회에서 “재가 급여 한도가 58만7000원 적은 것은 ‘동일 등급-동일 서비스양(금액)’의 측면에서 형평성에 위배되고, 재가 급여 우선 원칙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재가급여 월 이용한도액을 상향 조정하고 ▶하루에 여러 번 방문 서비스를 받게 하며 ▶통합재가급여(간호·목욕·요양)로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재가 환자도 의학적 처치를 제대로 받지 못해 병세가 악화되기 일쑤다. 욕창, 의료기기 오작동 등으로 항상 두려움에 떤다.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에게 늘 미안한 마음뿐이다.
 
근육이 서서히 몸에서 빠져나가는 희귀병인 ‘뒤센근이영양증’을 앓는 김모(26·인천시)씨는 마우스로 세상과 소통한다. 17년째 투병하면서 온몸의 근육이 사라져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다. 그나마 힘이 남은 두 손가락을 힘겹게 움직여 모니터 속 뉴스·영화를 보고 게임도 한다.
 
김씨에게 제일 두려운 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손가락 근육이다. 마우스 클릭마저 못 하게 되면 꼼짝없이 천장만 보고 누워 있어야 해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돌보는 가족들 걱정부터 했다. “가족들에게 여유가 생기면 좋겠어요. 휴식이 없으면 서로 스트레스 받으니까요. 가족이 행복해야 저도 행복하죠.”
 
가정 돌봄 가족ㆍ환자 말말말

가정 돌봄 가족ㆍ환자 말말말

24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목 아래가 통째로 마비된 이태희(65·대구시)씨는 “죽지 못해서 그냥 산다”고 했다. 그나마 머리는 신경이 살아 있어 말하거나 밥 먹는 건 가능하지만 24시간 꼼짝할 수 없다. 10년 전 생긴 욕창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요즘처럼 날이 더울 때는 더 심해진다.
 
경기도 광주시의 중풍 환자(60)도 10년째 자신을 돌보는 아내 이영춘(53)씨에게 “내가 아파서 당신이 고생” “내가 돈 벌어야 하는데…” “빨리 (저세상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환자는 짧은 말밖에 못 하지만 자주 이런 고충을 토로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중증의료·간호처치 대상자도 원하는 경우 가정에서 생활할 수 있게 지원하고, 병원을 오가면서 재활치료를 받도록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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